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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x-file 김진 기자의 먹거리 취재 파일

대왕 카스테라를 위한 변명

editor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

2017. 05. 10

<먹거리 X파일> 보도 이후 식품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왕 카스테라 취재 후일담.

대왕 카스테라는 못 먹는 빵인가
요즘 식품업계의 화제는 단연 ‘대왕 카스테라’다. 지난 3월 12일 채널A 의 ‘대왕 카스테라의 두 얼굴’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건강한 음식인 줄로만 알았던 대왕 카스테라 제조 시 다량의 식용유가 들어가는 모습에 소비자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고, 이는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잘나가던 대왕 카스테라의 매출이 급감하자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급기야 ‘ 보도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제기된 것이다. 대왕 카스테라를 직접 취재했던 기자로서 자영업자들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 누구보다 가슴이 아프다. 소비자의 건강과 알 권리,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아픔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의 한 달을 보냈다. 지금부터 소비자와 자영업자들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방송 보도 후 카스테라 줄폐업’이라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즉각 ‘방송이 자영업자를 죽인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개업한 카스테라 전문 매장은 총 1백27곳이다(2017년 4월 기준). 그런데 이 중 문을 닫은 카스테라 매장은 총 6곳으로 신고됐다.

문제는 문을 닫은 6곳의 매장 중 4곳은 방송 이전에 폐업을 했다는 것. 방송 이후 문을 닫은 곳은 2곳이다. 이 중 한 곳은 폐업 사유로 ‘백화점 행사 종료’를 기재했다. 즉, 방송과 무관하게 문을 닫은 것이다. 다른 한 곳은 ‘영업 부진’을 폐업 사유로 기재했다. 즉, 방송 이후 카스테라 매장이 줄폐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왕 카스테라를 먹어도 될까? 제작진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제대로 알고서 먹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대왕 카스테라를 못 먹을 음식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왕 카스테라는 여전히 ‘달걀과 우유, 밀가루 위주로 만들어진 맛있는 빵’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른 빵에 비해 설탕 섭취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부드럽고 풍미가 좋다는 장점도 여전하다. 못 먹을 음식이 전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일부 대왕 카스테라 업체에서 ‘다량의 식용유 사용 실태’를 숨기고 ‘건강한 빵’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기에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위해 이를 보도한 것이다.

밀가루 대비 식용유를 70% 가까이 사용하는 레시피는 소비자의 건강 문제와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절대로 숨겨서는 안 되는 정도의 ‘실태’였던 것이다. 실제로 일반 카스테라에 비해 대왕 카스테라에서 100g당 지방 함유량이 많게는 8배나 검출됐다. 이 사실은 소비자가 마땅히 알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이제 선택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알고서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천양지차다.



빵에는 기름을 사용해선 안 되는가
대왕 카스테라에 다량의 식용유가 들어가는 모습이 공개되자 ‘빵에 어떻게 기름을 넣을 수 있느냐’는 많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해다. ‘빵에 어느 정도 기름을 쓰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제과학교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과우학원이 펴낸 라는 제빵 교본을 살펴보면 기름을 쓴 빵의 레시피가 많진 않지만 일부 소개돼 있다. 시폰 케이크의 경우 밀가루 대비 40%의 식용유가 들어가게끔 돼 있다. 따라서 빵을 만드는 데 기름이 쓰였다고 해서 지탄받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원래의 카스테라 레시피에는 기름 한 방울 안 들어가는 것이 정상적인 레시피라는 점이다. 그런데 에서 문제가 된 대왕 카스테라는 밀가루 대비 식용유의 양이 70%에 육박한다. 단언컨대, 밀가루 대비 이렇게 많은 기름을 쓰는 빵은 어디에도 없다. 적어도 이렇게 기름이 많이 들어간다면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옳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일부 빵에는 기름이 들어간다. 그리고 소비자는 이 사실을 명확히 알 권리가 있다.

대왕 카스테라가 다시 사랑받기를
대왕 카스테라는 여전히 매력적인 빵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방송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데는 ‘투명함’과 ‘정직함’의 결여 때문이다. 실제로 대왕 카스테라를 구입한 소비자들 가운데는 어린아이의 간식용으로 대왕 카스테라를 믿고 구매한 엄마들이 많다. “달걀에 밀가루만 들어가는 정도예요. 합성 첨가물은 전혀 없어요”라고 마케팅을 하던 일부 매장 직원의 말을 믿고 사랑하는 아이에게 대왕 카스테라를 사다 먹였던 엄마의 마음을 외면해선 결코 안 된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많은 주부들 중에는 대왕 카스테라 업체를 탓하기보다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볼걸. 쉽게 믿지 말걸”이라며 자기 자신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의 마음이 이렇다. 이런 소비자들을 기만했던 일부 대왕 카스테라 매장들은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몇 가지 문제 때문에 대왕 카스테라 자체를 ‘아예 못 먹을 음식’으로 매도해선 안 될 일이다. 식용유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될 수 있으면 식용유 사용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연구와 노력을 보여준다면 떠난 소비자들의 마음이 분명 다시 돌아오리라 믿는다. 방송 중에 인터뷰를 했던 한 대왕 카스테라 매장 점주는 “한 달 매출이 1억원을 찍을 때도 있었을 만큼 잘나갔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매장이 이렇게 많은 매출을 기록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 대왕 카스테라를 사기 위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긴 줄을 서며 기다려줬던 만큼, 대왕 카스테라 업체도 투명하고 깨끗해진 모습으로 변화하며 소비자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줘야 한다. 지금의 상황이 어떤 이들에게는 분명 살을 깎는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달라진 카스테라의 모습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더욱더 건강한 먹거리로 다시금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 대왕 카스테라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진
동아일보 기자로 채널A 을 진행하며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해 식품, 음식에 관한 편법이나 불법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직접 실험에 참여하거나 형사처럼 잠복근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사진제공 채널A 디자인 이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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