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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x-file 김진 기자의 먹거리 취재 파일

이번 생에 착한 짜장면은 없다

editor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

2017. 04. 13

국민 배달 음식 짜장면. 맛은 있는데 먹을 때마다 속이 더부룩했다면 주목해볼 것. editor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

바야흐로 봄.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지만 동시에 나른함과 무기력이 찾아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요맘때 유독 입맛이 없다는 사 람들이 많다.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에 뇌리를 스치는 음식이 있다. “짜장면이나 먹으러 가자.” 쉽고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때 선택하는 대중적인 메뉴 짜장면.

모두가 ‘짜장면’이라고 부를 때 국립국어원만 ‘자장면’을 고집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 끝에 결국 짜장면이 표준어로 등재된 것도 이런 국민적인 인기와 무관치 않다.한국인이 자주, 많이 먹는 음식이니만큼 상식적으로 착한 식당도 많이 나와야 하는데, 이 착한 식당 찾기에 유일 하게 실패한 음식이 바로 짜장면이다.

3년 전 어렵사리 한 곳 찾아 ‘착한 식당’으로 선정했지만 곧 가게 문을 닫았다는 비보가 들 려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착한 짜장면은 맛이 없다’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맛있으면 착하기 어렵고, 착하면 맛있기 어려운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짜장면인 셈이다. 독자들은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맛은 있지만 건강에는 해로운 짜장면? 아니면 맛은 다 소 떨어지더라도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짜장면? 이미 소비자들은 이 찾아낸 착한 짜장면 집에 대해 한 차례의 선 택을 했다. 명예 회복을 위해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착한 짜장면’을 찾아 나섰다.



짜장면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이유   

짜장면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면, 둘째는 춘장 때문이다. 먼저 면. 유독 짜장면을 먹고 나면 속 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들 밀가루 속 글루텐 성분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정말 글루텐 때문이라면 다른 면 요리는 괜찮은데 짜장면만 소화가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짜장면이 소화가 안 되는 이유는 면을 만들 때 들어가는 합성 첨가물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만들 때 소다라고 부르는 합성 첨가물, 탄산수소나트륨을 넣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수타면 같은 쫄깃함을 연출하 기 위해서’, 둘째는 ‘배달 갈 때 불지 말라고’다. 밀가루 반죽은 오래 치댈수록 탄성이 높아져서 쫄깃한 식감을 낸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직접 손으로 면을 뽑아내는 수타가 힘들고, 귀찮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주문받아 배달 하기도 바쁜데 언제 반죽을 치대고 앉아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면에 살짝 눈속임을 가하기로 한다. 한 번도 치대 지 않은 밀가루 반죽에 소다만 조금 발라주면, 혹은 밀가루를 반죽기에 넣을 때 소다 성분이 들어간 ‘면 강화제’를 약 간 첨가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반죽의 탄성이 살아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 수십 회 땀 흘려가며 반죽을 치대지 않아도 쫄깃한 면을 얻을 수 있다. 멀리 배달가도 잘 불지 않는다.

문제는 이 마법의 부작용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탄산수소나트륨은 물에 녹으면서 알칼리성을 띠는데, 이것이 위산의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면 강화제를 많이 넣은 면, 즉 쫄깃한 면을 먹을수록 위는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짜장면이 그토록 소화가 안 됐던 이유가 수타면을 연출하기 위해 소비자 몰래 넣었던 소다 때문이 었다니, 이 얼마나 황당하고 화나는 일인가.

다음 춘장. 콩을 발효해 만드는 춘장은 원래는 된장처럼 갈색을 띤다. 우리가 흔히 보는 검은색 춘장은 캐러멜 색소 때문이다. 설탕을 녹여 만드는 캐러멜과 달리 캐러멜 색소는 고압과 고열에서 설탕과 암모니아 및 유황의 화학작용 을 통해 만들어지는 인공 색소다. 문제는 전분이나 당이 암모늄 화합물과 함께 가열될 때 발생하는 물질(메틸이미다 졸)이 세포를 변화시키거나 염색체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다. 캐러멜 색소의 발암 위험성은 익히 잘 알려져온 부분이다. 이 때문에 요즘 요식업계에서는 캐러멜 색소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중국집에서는 캐러멜 색소를 첨가해 만든 까만 춘장을 납품받아 사용한다. 춘장을 제조하 는 업체에 캐러멜 색소를 얼마나 첨가하는지 수차례 문의해봤지만 제조사 측은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 다. 갈색 짜장면이 어색하겠지만, 캐러멜 색소는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저 색깔의 차이일 뿐이다. 까만색을 위 해 발암 가능성을 감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오 징 어 먹 물 로 색 을 낸  이 색 짜 장 면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위치한 중화 가정 식당 ‘쯔란’은 착한 짜장 프로젝트 1백 일 만에 찾은 착한 짜장면 가게 후보 였다. 이 집은 우리밀과 마 가루를 이용해 정성스레 면을 뽑아낸다. 면을 만들 때 소다를 넣지 않고 단무지도 직접 치 자 물을 들여 만든다. 이 집의 짜장면은 춘장에 캐러멜 색소를 넣지 않았는데도 우리가 흔히 먹는 짜장면처럼 까만색 이다. 비밀은 바로 오징어 먹물에 있다. 갈색 짜장면에 대한 손님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이탈리아 먹물 파스타에 서 아이디어를 얻어 춘장을 볶을 때 오징어 먹물을 식재료로 더한 것이다. 쯔란의 짜장면을 먹으면 더부룩함이 전혀 없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집을 착한 식당으로 선정할 수 없었다. 착한 식당으로 선정하자는 쪽과, 착한 식당으론 아직 부족하다는 쪽으로 검증단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필자는 착한 식당으로 선정하자는 쪽이었다.

그러나 “짜장면 맛이 안 난다”는 반대 의견이 거셌다. 양념에서 느껴지는 강한 불 맛, 면의 쫄깃함, 짭조름하며 달큰한 춘장 의 맛이 안 느껴진다는 이유였다. 결국 착한 식당으로 선정할 수 없었다. 먹거리에 대한 철학과 기가 막힌 아이디어, 좋은 식재료 모두 훌륭했지만 짜장면본연의 정체성이 부족했다. “이번 생엔 착한 짜장면은 없나 보다”라며 허탈해하 던 중 아쉽게 탈락한 착한 식당 후보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조리 방법을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이다. 짜장 면의 정체성을 잘 살릴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유일의 착한 짜장면일 수 있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조만간 다시 대구를 찾을 생각이다.


김진
동아일보 기자로 채널A
을 진행하며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해 식품, 음식에 관한 편법이나 불법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직접 실험에 참여하거나 형사처럼 잠복근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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