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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x-file 김진 기자의 먹거리 취재 파일

여기 아이스 워러랑 거품 파스타 둘이요~

editor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

작성일 | 2017.02.20

짬뽕과 파스타, 비슷한 재료를 쓰는 것 같은데 가격은 왜 2배 이상 차이가 날까? 파스타 가격에 거품이 낀 건 아닐지 그 비밀을 파헤쳐봤다.
여기 아이스 워러랑 거품 파스타 둘이요~
파스타. 왠지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음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파스타 한 그릇에 통상 1만5천원에서 비싼 곳은 2만원도 넘기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필수처럼 느껴진다. 1만원 중  후반대는 음식 한 그릇의 값치곤 분명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파스타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따지고 보면 해물 파스타나 해물 짬뽕이나 해물과 면을 주 식재료로 삼은 유사한 요리인데, 왜 파스타는 짬뽕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비싼 걸까. 짬뽕엔 없는 이탈리아의 감성이라도 파스타에 담긴 것일까. 따지고 보면 오징어나 새우 같은 해물도 파스타보단 짬뽕에 훨씬 많이 들어있는데 말이다.

파스타의 가격에 거품이 터무니없이 많이 끼여 있다는 제보를 받고 실제 파스타를 만드는 과정이 어떨지 레스토랑 주방들을 밀착 취재해봤다. 파스타로 유명한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의 주방을 수 주간 관찰했다. 먼저 해산물 파스타엔 냉동 새우와 오징어, 홍합 등을 주로 사용했다. 한 그릇당 냉동 새우 3마리와 함께 들어갈 분량으로 냉동 해산물을 소분해두고 사용하고 있었다. 역시 해산물의 질이나 양이 부실했다. 면은 가장 저렴한 1천2백원짜리 건면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포장지에는 ‘7분을 삶아야 한다’고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3분 50초만 삶아 건져내곤 했다. 그러곤 설익은 면 위에 식용유를 뿌려서 골고루 섞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설익은 면이 불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곧바로 냉장고행. 그날 하루 종일 이 레스토랑에서 판매한 파스타에는 다 팔지 못해 냉장 보관해둔, 5일 전 삶은 면을 사용했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길게는 일주일도 넘게 간다고 털어놨다. 관찰 기간 동안 당일 삶은 면으로 만든 파스타를 제공받은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취재를 위해 찾은 다른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였다. 질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대신 등급이 떨어지는 올리브오일인 퍼미스오일을 사용하고 있었고, 건면을 삶아 3~4일 사용하는 건 예삿일이었다. 순수한 생크림을 쓰는 곳도 찾기 힘들었고 값싼 휘핑크림을 파스타 소스에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대충대충, 무성의하게 파스타를 만들어 팔면서 1만원 중 후반대의 돈을 받는다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차라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3천원짜리 잔치국수나 동네 소박한 식당에서 파는 5천원짜리 해물 칼국수가 더 성의 있게 보였다.

우리가 먹은 건 진짜 파스타가 아니다

여기 아이스 워러랑 거품 파스타 둘이요~

1만8천원짜리 해물 파스타보다 8천원짜리 해물 짬뽕에 해산물이 더 많이 들어 있었다.

파스타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다는 식재료들을 구입해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원가는 과연 얼마가 들었을까. 먼저 오일 소스와 마늘을 주재료로 사용한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의 재료비는 약 4백70원에서 8백10원. 크림소스에 베이컨, 치즈 등을 부재료로 사용한 크림 파스타의 경우 원가가 약 1천4백60원에서 2천4백70원. 토마토 홀(토마토를 삶아 토마토 주스에 담가 통조림 상태로 만들어놓은 것)로 소스를 만들고, 생토마토를 곁들인 토마토 파스타는 약 1천2백50원에서 1천8백80원이 들었다. 통상 음식 가격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5%에서 30%가 적당하다. 알리오올리오 파스타가 레스토랑에서 1만6천원에 팔리고 있다면 식재료는 못해도 4천원어치가 쓰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건면과 값싼 찌꺼기 올리브오일인 퍼미스오일과 토마토 홀을 쓰면서 1만원 중  후반대의 값을 매기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요리를 배우고 지금은 서울 한남동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는 단호하게 지금 한국에서 팔리는 파스타는 파스타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면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건면은 주로 집에서만 먹는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파스타 레스토랑을 찾는 이유는 생면 파스타를 먹기 위해서다. 셰프가 직접 만든 생면이 맛과 향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걀  노른자와 여러 종류의 밀가루를 적절히 혼합해, 질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만을 사용해 직접 생면 반죽을 만들고 숙성시켜 다양한 모양의 파스타 면을 완성해내는 것이 파스타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넓적한 페투치니 면, 리본 모양의 링귀네, 가운데가 뚫려 있는 펜네, 만두같이 생긴 라비올리 등등.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새로운 파스타를 발표하는 행사가 열려 있어 지금도 파스타 면의 종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셰프의 손끝에서 정성껏 탄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생면은 사실 보기에만 예쁜 것이 아니라 소스와의 조화를 고려해서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셰프가 수시간 정성껏 면을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면은 주문 즉시 삶는 것이 원칙이다. 파올로 셰프는 “삶은 지 며칠 지난 면을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파올로 셰프는 한국의 파스타 레스토랑에서 주로 쓰는 퍼미스오일에 대해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탈리아에서는 퍼미스오일을 자동차의 광을 내는 용도나 돼지 먹이용으로 사용한다. 대부분 퍼미스오일은 산업용으로 사용한다”는 것. 우리는 자동차 광을 낼 때나 쓰던 기름으로 만든 파스타를 비싼 돈 주고 먹고 있었던 셈이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생면으로 정성껏 만들어 고급 올리브오일을 곁들인 파스타보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파스타가 더 비싼 편이다. ‘고급 음식’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돈을 지불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미 우리의 입맛과 식문화는 꽤 수준급이다. 따지고 보면 파스타는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우리 잔치국수와 뭐가 다르겠는가.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주문하기 전에 꼭 먼저 물어보자. “이 집 올리브오일은  어떤 등급을 쓰죠? 생면은 없나요?”

여기 아이스 워러랑 거품 파스타 둘이요~
     


김진

동아일보 기자로 채널A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하며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해 식품, 음식에 관한 편법이나 불법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직접 실험에 참여하거나 형사처럼 잠복근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진 REX
사진제공 채널A
디자인 조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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