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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york #trend

브루클린 인더스트리 시티

EDITOR 오영제

2019. 09. 14

1백 년도 더 된 흉물스러웠던 공장 단지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더한 복합 문화산업 단지로 거듭났다. 독특한 오라를 만들어가고 있는 동네 브루클린에 위치한 복합 상업 단지 인더스트리 시티 이야기다.

스타트업들이 모여들고, 맛집으로 손꼽히는 온갖 레스토랑이 들어선 곳의 면면을 살펴보자. 유튜브 스페이스와 유명 레스토랑이 많기로 유명한 첼시마켓, IT와 각종 스타트업은 물론 패션·미디어·제조업이 한데 모이는 동네 네이비야드, 힙스터들을 유인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시티 등이 떠오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얼까? 바로 쓸모없이 버려진 지역에 콘텐츠를 불어넣어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첼시마켓이 위치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이름 그대로 고기를 도축, 유통하던 우리나라의 마장동과 같은 동네로, 첼시마켓은 본래 이곳에 위치한 과자 공장이었다. 네이비야드 역시 1966년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 해군 기지로 사용되던 곳이다. 인더스트리 시티도 이와 비슷하다. 


브루클린 선셋 파크 지역에 위치한 인더스트리 시티는 1890년대에 부시 터미널(Bush Terminal)로 불리던 산업 단지였다. 상품의 제조와 보관, 유통이 함께 이루어지는 물류센터로, 선박 운송 시스템까지 갖추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하루 2만5천 명의 직원이 일하는 브루클린의 주요 시설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대부분의 회사가 문을 닫거나 자리를 옮겼다. 무려 40년간 침체를 겪으며 흉물스럽게 변한 이 공장 단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건 2013년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부터다. 기존 공장 건물 사이에 위치한 4개의 중정 가운데 하나를 재단장하고 화물 선적용 부두로 사용하던 곳을 휴게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 현재는 10개 동의 건물이 하나의 멋진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1백 년도 더 된 건물의 겉모습은 예전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는 입주한 오피스마다 개성이 넘치고, 건물 중간중간에는 그래피티 등으로 예술적 감성까지 묻어난다. 그 덕분에 지금은 4백50여 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입주해 아티스트의 아틀리에로, 디자이너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되는 중이다. 


온갖 종류의 아보카도 요리를 파는 아보카데리아(Avocaderia), 인기 버거 전문점 더 버거 조인트(The Burger Joint)와 덤보(Dumbo), 인기 베이커리 원 걸 쿠키(One Girl Cookies)는 물론 사케 바와 브루어리, 사이더 하우스 등 28개에 이르는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갖춘 것도 매력 요소. 지난해에는 다코야키, 라멘 등 다양한 일본 음식점과 일본 식료품 전문 슈퍼마켓이 입점한 재패니지 빌리지가 들어서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예쁜 리빙 소품과 그릇을 살 수 있는 에이비시 카펫 앤드 홈 아웃렛(ABC carpet & home), 모던 가구숍과 빈티지 옷가게, 컨템퍼러리 바버숍,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스튜디오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 역시 다양하다. 수시로 요가, 명상 클래스, 음악회 등을 열고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일대의 힙스터들을 끌어모을 만한 요소도 두루 갖추었다. 선셋 파크라는 동네 이름에 걸맞게 일몰 풍경 또한 일품. 일대를 산책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맥주 한잔 기울이다 보면 한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흉물스러운 공장 단지를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변신시킨 아이디어와 콘텐츠의 힘,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오영제의 뉴욕 트렌드 리포트


리빙 매거진에서 10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뉴욕에서 요리학교 졸업 후 글을 쓰면서, 건강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으른 플렉시테리언(때에 따라 고기도 먹는 베지테리언)으로 살고 있다.


기획 한여진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오영제 인더스트리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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