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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joelkimbeck #column

샤넬이 달라졌어요

What happened to CHANEL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19.01.14 17:00:01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샤넬이 달라졌어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단행한 샤넬의 뉴욕 부티크. 우아한 진주 장식의 설치물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단행한 샤넬의 뉴욕 부티크. 우아한 진주 장식의 설치물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샤넬의 메티에 다르(Metiers d’Art · 공방) 컬렉션이 2018년 12월 4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뉴욕의 악명 높은 겨울 추위를 뚫고 모델 크리스티 털링턴, 배우 마고 로비, 크리스틴 스튜어트, 릴리 로즈 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셀레브러티와 패셔니스타가 빅 이벤트의 목격자가 되기 위해 미술관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샤넬의 창립자인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도시 뉴욕. 특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2005년 코코 샤넬을 회고하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디렉터를 맡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 의상박물관(Costume Institute)도 레어 아이템으로 유명한 샤넬의 초기 컬렉션을 아카이브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샤넬과 인연이 깊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관에서 열린 샤넬 공방 컬렉션. 맨왼쪽은 셀렙으로 초대받은 모델 아이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집트관에서 열린 샤넬 공방 컬렉션. 맨왼쪽은 셀렙으로 초대받은 모델 아이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건물 내에서 패션쇼가 열린 것은 1982년 발렌티노 이래 36년 만이다. 방문객이 많기로 유명한 이집트관을 통째로 빌려 진행한 이번 컬렉션에서 샤넬은 이집트 문명을 대표하는 컬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골드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소재의 의상과 이집트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이국적인 액세서리들을 선보였다. 공방 컬렉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샤넬의 장인들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의상을 만들어 선보이는 컬렉션이기에 한 피스 한 피스 그 가격은 가늠이 불가능할 정도다. 

샤넬이 이번에 뉴욕에서 컬렉션을 단행한 배경에는 뉴욕 부티크를 22년 만에 전면 리노베이션한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전설적인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피터 마리노는 개점 이래, 5th 애비뉴와 매디슨 애비뉴 사이의 57번가를 굳건히 지키며 명품 거리의 위상을 드높여왔던 샤넬 부티크의 리노베이션을 맡아 ‘최고급 부티크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본보기를 제시했다. 특히 20m 높이의 진주로 만든 설치물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또 5층의 VIP를 위한 퍼스널 쇼핑 룸의 소파와 쿠션 하나하나까지 샤넬을 대표하는 트위드 소재로 제작했다. 



샤넬은 뉴욕 공방 컬렉션이 끝난 직후 중대한 발표를 했다. 앞으로 모피와 악어, 뱀, 도마뱀과 같은 희귀 동물 가죽 소재의 의상과 가방, 액세서리를 제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신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새로운 지속가능한 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가 당장은 매출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지만 1910년 창립 이래 1백 년 넘도록 단 한 번도 패션의 최전선에서 후퇴하지 않고 넘사벽 브랜드로 군림해온 샤넬다운 선택이며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서 깊은 럭셔리 브랜드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윤리적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고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하려는 샤넬의 노력은 화장품에서도 감지된다. 샤넬은 2018년 가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보이 드 샤넬(BOY de CHANEL)’이라고 명명된 남성 전용 메이크업 라인을 발매했다. 보이 드 샤넬은 드라마 ‘도깨비’로 큰 인기를 얻은 이동욱을 모델로 내세워 눈썹용 라이너와 파운데이션 그리고 립밤까지, 남성이 쓰기에도 부담 없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톰포드 뷰티를 비롯해 간혹 남성용 메이크업 라인을 따로 전개하는 브랜드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남성용 메이크업 라인을 별도의 네이밍으로 전개하는 것은 기존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에서 거의 처음 있는 일. 더군다나 한국에서 론칭을 단행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K팝과 K뷰티를 브랜드에 접목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의도로 풀이된다. 보이 드 샤넬은 한국에서도 선별된 샤넬 매장 10여 곳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일본 및 미국 등에서도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1백 년 만에 공개된 매출, 연간 11조 팔아 3조 번다

샤넬의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다. 샤넬은 2018년, 1백8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을 공개했다. 루이비통을 필두로 한 LVMH 그룹, 구찌가 속한 케링 그룹 그리고 중국에서의 실적 증가로 2018년 2분기에 1조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보고된 에르메스 그룹과 함께 럭셔리 패션 하우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샤넬은 그간 여느 기업들과 달리 기업 공개를 하지 않아 정확한 경영 실적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샤넬은 2017년 총매출 96억 달러(약 10조8천억원)를 기록했으며 순 영업이익은 27억 달러(약 3조원)다. 이는 그간 소문과 추측만 무성했던 실적 예상액을 훌쩍 뛰어넘는 놀라운 수치다. 

샤넬이 1백년 넘게 비밀에 부쳐온 매출 실적을 갑작스럽게 공개한 것에 대해 기업 매각이나 인수합병을 위한 전초 작업이라는 등의 소문이 떠돌았다. 이에 샤넬의 CFO 필립 블론디우는 “업계에 떠도는 억측성 추측에 대해 한 번쯤은 정확히 해둘 필요가 있어서”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샤넬은 그간 기업 매출 공개를 꺼린 결과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올해의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3위의 에르메스, 15위의 루이 비통, 36위의 구찌에 비해 한참 뒤처지는 87위에 랭크된 바 있다. 이번 기업 매출 공개 이후 샤넬은 2019년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약진이 기대된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며, 새로운 세대도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샤넬이기에 미래는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한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REX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9년 1월 6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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