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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왜 히잡은 솔드아웃이 됐나

#ICA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18.12.20 17:00:01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2018 왜 히잡은 솔드아웃이 됐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히잡을 쓰고 막스마라 런웨이를 누빈 무슬림 모델 할리마 아덴. 아메이칸이글은 그녀를 모델로 한 데님 히잡을 출시했다.

히잡을 쓰고 막스마라 런웨이를 누빈 무슬림 모델 할리마 아덴. 아메이칸이글은 그녀를 모델로 한 데님 히잡을 출시했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18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변혁과 다양성의 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일이 현실이 되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휴전선을 넘어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의 회담을 성사시켰다. 남북의 정상이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외신을 통해 한국 밖에서 보고 있노라면 왠지 비현실적이랄까, 초현실주의에 기반한 작품을 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2018년의 무엇보다 큰 이슈는 미투 운동(#metoo)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여성 운동의 큰 기류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미투 운동에 영향을 받아서 시작된 할리우드 스타들의 ‘타임즈 업(Time’s up)’ 운동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부각되면서, 여배우들과 이 운동에 동참하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블랙 컬러의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는 일종의 ‘조용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인 무드와 더불어, 2018년 패션계 역시 혁신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아이콘은 모델 할리마 아덴(19)이다. 할리마는 럭셔리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불리는 뉴욕, 밀라노, 런던, 파리의 패션위크에서 처음으로 머리에 히잡을 두르고 런웨이를 누빈 모델이다. 아랍 여성들이 얼굴 일부와 머리에 두르는 히잡은 스카프와 같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닌 무슬림의 종교적 상징이다. 이슬람에서는 히잡을 여성 보호의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구에서는 여성 억압과 관련된 아이템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아프리카 케냐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 미네소타 주에서 자란 할리마는 2016년 부르키니(Burkini : 무슬림 여성의 의상인 브루카와 비키니를 조합한 신조어) 차림으로 미네소타의 미인 대회에 출전했다. ‘하퍼스 바자’의 글로벌 패션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카린 로이펠드는 할리마가 가진 독특한 매력과 가능성을 읽어내 그녀를 모델로 발탁했고, 이후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있는 브랜드 이지(YEEZY)의 쇼 무대에 선 것을 발판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된 할리마는 연이어 유명 패션 하우스의 런웨이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밀라노 패션위크의 빅 쇼인 막스마라 무대에 올라 캐멀 컬러 캐시미어 코트를 멋지게 소화해냈다. 물론 캐멀 컬러의 히잡과 함께. 막스마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언 그리피스는 패션계에 불고 있는 할리마 열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할리마의 등장과 함께 부각된 화제성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타당한 이유를 지니고 있어요. 우린 런웨이에 리얼리티를 반영하고 싶었어요. 더 이상 거리에서 막스마라 코트에 히잡을 두른 여성들을 보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니까요.” 

할리마는 밀라노 패션위크 알베르토 페레티 쇼 백스테이지에서 톱 모델 지지 하디드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며, 높고 화려하게 보였던 패션계 사람들이 실제로 만나보니 따뜻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런웨이 워킹을 앞두고 노심초사하는 그녀의 어깨를 지지 하디드가 토닥거려줬다는 일화와, 무슬림 전통에 위배되지 않도록 의상의 길이와 노출의 정도를 세심하게 배려해준 패션 하우스의 에피소드는 패션을 사랑하는 많은 무슬림 여성들에게 큰 꿈과 희망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종교, 성별, 사이즈, 나이의 벽을 넘어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

올 초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프라 윈프리,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등 스타들이 블랙 의상을 입고 등장,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 ‘타임즈 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올 초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프라 윈프리,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등 스타들이 블랙 의상을 입고 등장, 성폭행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 ‘타임즈 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의 유명 캐주얼 의류업체 아메리칸이글은 최근 데님 소재의 히잡을 출시하면서 할리마를 모델로 기용했다. 캠페인 사진 속 그녀는 데님으로 된 히잡을 착용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아메리칸이글이 그녀를 모델로 캐스팅한 것은 단순히 그녀가 무슬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메리칸이글은 지난해 말부터 ‘#Ican’이라는 광고를 전개 중이다. #Ican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캠페인으로,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모델로 캐스팅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할리마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캠페인은 대성공을 기록했다. 아메리칸이글의 데님 히잡은 아메리칸이글 웹사이트에서 출시 2주 만에 솔드아웃됐다. 이제 할리마는 단순히 최초로 런웨이에서 히잡을 쓰고 워킹을 한 모델일 뿐 아니라 무슬림 여성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인물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최근 패션계에서는 종교, 성별, 사이즈, 나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벽을 허물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캐스팅 디렉터인 제임스 스컬리는 모델계에 만연한 차별을 폭로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해 2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세계적인 브랜드 랑방이 에이전시 측에 흑인 모델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한 사실을 밝힌 것. 점심시간에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어두운 계단 통로에 모델을 대기시켰던 발렌시아가의 캐스팅 디렉터들도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결국 랑방은 런웨이에 흑인 모델들을 내보냈고, 발렌시아가는 캐스팅 디렉터들을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켄달 제너, 지지 하디드, 벨라 하디드 등 그동안 런웨이를 지배했던 톱 모델들은 거리에서 발탁된 새로운 모델인 애드와 아보아, 슬릭 우즈 등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에게 그 자리를 위협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요한 시사점은 이 모델들의 활약이 새로운 인식의 변화에 대한 이슈를 생산해낸다는 것이다. 모델 할리마의 경우 무슬림계 미국인으로 런웨이에 캐스팅된 이후 25만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은 시사점이 크다. 레이디 가가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브랜든 맥스웰의 런웨이에서 만삭인 톱 모델 릴리 앨드리지가 D라인을 뽐낸 것도 최근 패션계가 생산해내고 있는 다양성의 한 부분이다. 이렇게 패션계의 2018년은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선 다양성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준 한 해가 되었다. 결국 다양성을 읽어내지 못한다면 패션계에서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REX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8년 12월 6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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