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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버버리, 어디서 본 듯한 셀린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18.11.15 17:00:01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확 바뀐 버버리, 어디서 본 듯한 셀린느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BURBERRY

리카르도 티시(왼쪽 맨아래)는 새로운 로고와 패턴 작업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버버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리카르도 티시(왼쪽 맨아래)는 새로운 로고와 패턴 작업을 통해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버버리의 모습을 보여줬다.

벌써 20년 전쯤, 거장 포토그래퍼 닉 나이트가 촬영한 크리스찬디올 광고에는 브라질 출신 톱 모델 지젤 번천이 참으로 ‘모델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한쪽 어깨에 살짝 백을 걸쳐 메고 있었다. 모델의 엄지손가락이 큼지막한 D 로고 장식에 무심한 듯 걸쳐져 있었던 그 백은, 말안장 옆에 붙어 있는 가방에서 영감을 받은 새들 백이었다. 존 갈리아노가 디자인한 그 백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잇 백이 됐다. 패션 피플들의 바이블로 통하던 미드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들고 나오기도 했는데, 캐리 브래드쇼가 가구 디자이너 에이단을 처음 만났을 때 흡연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담배를 꺼내던 백이 바로 스카프 패턴의 새들 백이었다. 

새들 백이 이번 시즌 다시 한번 패션의 최전선에 등장했다. 예전의 새들 백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새롭게 새들 백에 열광할 준비가 된 사람들도 모두 만족시키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말이다. 과거의 새들 백이 좀 더 차려입고 드는 클래식한 핸드백 같은 느낌이라면, 지금의 새들 백은 미니 백 트렌드에 부합하는 작고 앙증맞은 스타일이다. 

오랜 세월 옷장 속에 묵혀둔 탓에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을지도 모를 새들 백들이 ‘빈티지’라는 마법의 수식어를 앞세워 중고 명품 숍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불변의 진리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벌써 2년 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직 2년밖에 안 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2016년 패션계를 떠났던 거물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이 이번 시즌 셀린느로 돌아왔다.


CELINE

에디 슬리먼이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던 시절인 2016 F/W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생로랑 컬렉션(왼쪽)과 그가 셀린느로 옮긴 후인 2019 S/S 셀린느 컬렉션(오른쪽). 가운데는 에디 슬리먼.

에디 슬리먼이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던 시절인 2016 F/W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생로랑 컬렉션(왼쪽)과 그가 셀린느로 옮긴 후인 2019 S/S 셀린느 컬렉션(오른쪽). 가운데는 에디 슬리먼.

에디 슬리먼은 2012년부터 4년간 생로랑을 이끌며 매출을 4배 이상 끌어올린 패션계의 스타다. 프랑스의 보물이라 불리던 입생로랑을 과감히 재정비해 ‘Yves’라는 퍼스트 네임을 버리고 생로랑 시대를 열어 패션 피플들을 순식간에 그의 팬으로 둔갑시켰다.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란 디자이너가 미국의 로큰롤 문화를 재해석해 유럽의 전통 있는 패션 하우스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낸 바이크 재킷과 카우보이 부츠 등은 론칭과 함께 불티나게 팔려나갔더랬다. 

2년 만에 돌아온 에디 슬리먼 표 셀린느는 생로랑 시절의 그를 떠올리게 했다. 생로랑 시절의 런웨이 사진과 이번 셀린느 쇼의 런웨이 사진을 나란히 붙여놓고 어느 쪽이 어떤 브랜드인지 퀴즈를 낸 매체가 있을 정도로. 

셀린느와 생로랑은 모두 파리에 근거한 브랜드이고, 에디 슬리먼이 생로랑을 그만둔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현재의 생로랑이 아직 에디 슬리먼이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과거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디 슬리먼이 이끌어갈 셀린느에는 분명 주목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셀린느에서 오래전에 사라졌던 남성복 컬렉션이 부활했다는 점이다. 디올옴므를 맡아 스키니하고 매력적인 남성복 테일러링을 선보였던 에디 슬리먼과 셀린느의 장인정신, 기술력의 결합은 최고 레벨의 남성복 라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셀린느의 향수 라인도 재정비해서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찾아내 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향수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에 팬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이번 시즌 다시 패션계로 돌아온 역전의 용사가 한 명 더 있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지방시의 디자이너로 큰 사랑을 받았던 리카르도 티시가 버버리의 디자이너로 변신한 것. 이탈리아 출신인 그가 영국의 유서 깊은 브랜드의 디자인 수장을 맡은 걸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리카르도 티시는 영국의 패션 명문 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으로 영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가 버버리의 디자이너로 영입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영국 출신의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사빌과 함께 클래식한 로고와 모노그램 패턴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버버리를 상징하는 기존 타탄체크에 창업자 토머스 버버리의 이니셜 T와 B를 접목해 새롭게 선보인 로고와 패턴은 버버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아이콘처럼 보인다. 

9월 초 런던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리카르도 티시의 첫 버버리 컬렉션은 티시 특유의 스트리트 감성을 살린 부분도 인상 깊었지만, 클래식한 버버리의 유산을 펑키한 감성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게다가 인터넷, SNS 한정판 티셔츠를 컬렉션과 동시에 판매하는 이벤트로 화제성까지 만들어내며 화려하게 부활한 느낌이었다. 

다시 돌아온 사람이 있으면, 떠나는 사람도 있게 마련. 피비 파일로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셀린느를 떠났지만 팬들은 그를 놓아주기 쉽지 않은 듯하다. 뉴욕의 중고 명품 매장에서는 피비 파일로가 디자인한 셀린느 백들이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그녀의 마지막 시즌 셀린느 백은 최초 판매가보다 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독일 출신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도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장장 17년 동안 몸담았던 보테가베네타를 떠난다. 그의 후임은 셀린느에서 피비 파일로의 오른팔로 활약했던 영국 출신 디자이너 다니엘 리가 맡게 됐다. 피비 파일로의 셀린느가 그리운 이들은 앞으로의 보테가베네타 컬렉션을 주목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REX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버버리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18년 11월 6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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