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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joelkimbeck #column

옷장 결혼시키기

Gender Neutral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18.10.22 17:00:01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옷장 결혼시키기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요즘 핫한 디자이너 찰스 제프리는 “남성 속에서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면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2018 F/W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 쇼.(왼쪽) 버버리 2018 F/W 쇼에서 빅 이어링을 하고 등장한 남성 모델.

요즘 핫한 디자이너 찰스 제프리는 “남성 속에서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면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한다. 2018 F/W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 쇼.(왼쪽) 버버리 2018 F/W 쇼에서 빅 이어링을 하고 등장한 남성 모델.

패션에 있어서 젠더(Gender·성별)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 발전해나가고 있는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그럼 현재의 패션계에서는 젠더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을까. 여성이 밖에 나가서 돈을 벌고 남성이 육아를 하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처럼, 패션에 있어서도 남자가 커다란 이어링을 한다고 해서 여성스러워 보인다거나 여자가 밀리터리 프린트를 입는다고 해서 드세 보인다는 편견에 가로막히는 시대는 지났다. 컬러나 패턴 같은 특정 요소나 아이템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별 짓는 것은 유행에 한참 뒤떨어진 발상이다.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제로 구찌와 발렌시아가, 라프 시몬스가 이끄는 캘빈클라인처럼 남녀를 통합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하우스가 늘고 있고, 스파 브랜드 자라는 특별히 성별을 구별 짓지 않는 ‘언젠더 라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H&M은 ‘데님 유나이티드’라는 데님 라인을 통해 청바지에 있어서 ‘남녀 통일’을 이뤄냈다. 

지난 3월에는 뉴욕 노호 지역에 세계 최초의 젠더 뉴트럴 편집숍인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The Phluid Project)가 문을 열었다. 숍의 이름은 성별을 확정하지 않는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에서 차용한 것이다. 메이시스 백화점, 빅토리아스 시크릿 등을 거치며 패션 업계에서 25년 이상 경력을 쌓은 롭 스미스가 설립한 이곳에서는 의상을 여성용, 남성용으로 구분하지 않고 스타일별로 진열하고 있다. 롭 스미스는 더 플루이드 프로젝트의 성 중립적인 진열 방식에 대해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유통 혁명”이라고 자평했다. 

사실 이전에도 남녀 공용이라는 의미의 유니섹스 패션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니섹스와 지금의 젠더 뉴트럴은 개념이 좀 다르다. 유니섹스가 기존에 남성들만의 아이템이라고 여겨지던 데님이나 후드 티 등을 여성에게도 판매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되었다면, 젠더 뉴트럴은 여성성과 남성성이 믹스된 이른바 성을 초월한 스타일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젠더 뉴트럴의 대표적인 사례가 로에베의 ‘(여성과 남성이) 공유하는 옷장(Shared Wardrobe)’이다. 로에베의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제시한 공유하는 옷장의 핵심은 여성이 남성다움을, 남성이 여성다움을 입는 것이 아니라 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유연성이다. 남자도 멋진 미니스커트를 입고 싶다면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성에 구애받지 않고 나다운 것을 선택하는 유연함

2018 구찌 크루즈 쇼 백스테이지, 로에베 ‘공유하는 옷장’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 성의 구분이 따로 없는 조 말론 향수, 스커트를 입은 버버리 쇼의 남성 모델.(왼쪽부터)

2018 구찌 크루즈 쇼 백스테이지, 로에베 ‘공유하는 옷장’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 성의 구분이 따로 없는 조 말론 향수, 스커트를 입은 버버리 쇼의 남성 모델.(왼쪽부터)

이런 추세는 비단 패션 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캘빈클라인은 20여 년 전 유니섹스 향수 ‘CK ONE’으로 플로럴 계열 베이스의 여성용 향수와 머스크 향과 우디한 느낌의 남성용 향수로 나뉘어 있던 향수 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등장한 조 말론이나 르 라보 같은 럭셔리한 향수 전문 브랜드들은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관능적인 향을 선사하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향수야말로 인간 본연의 취향이 구매를 결정하는 키포인트이기에 자신의 입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것처럼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영국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제시카 블래클러가 ‘메이크업에는 성별이 없다(Makeup has no gender)’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론칭한 제카의 광고에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메이크업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남성도 메이크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단, 메이크업에 있어서 성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젠더 뉴트럴’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 브랜드 밀크 메이크업도 지난해 ‘젠더 뉴트럴리티’ 라인을 출시했으며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는 유명 블로거 패트릭 스타와 협업해 ‘포뮬러X’라는 남성용 손톱 폴리시 라인을 내놓았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사용하는 립밤을 출시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로레알파리의 한 관계자는 “남성들이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로레알그룹을 비롯한 코즈메틱 브랜드들이 남성 메이크업 시장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며 제품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혹자는 남성들이 메이크업하는 것을 성 정체성과 연관 짓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에드워드 베스는 “남성이 화장을 하는 것은 성 정체성과 관련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의 하나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남성이 메이크업 하는 것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제 우리는 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넘어서, 경계 자체가 없어지는 시대로 돌입했는지도 모른다. 스웨덴 학술원은 스웨덴어 공식 사전에 남자(Han)나 여자(Hon)를 보완할 수 있는 성 중립적인 인칭대명사 ‘Hen’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적어도 패션과 뷰티 장르에서는. 그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화장도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것이 ‘젠더 뉴트럴’의 기본이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REX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조말론


여성동아 2018년 10월 6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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