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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designer #interview

‘유저’ 이무열을 기다리며

EDITOR 안미은 기자

입력 2018.08.16 17:00:01

사람을 위해 옷을 만든다는 하이엔드 스트리트 웨어 ‘유저’ 디자이너 이무열의 진심. 

#유저 #이무열

‘유저’ 이무열을 기다리며

디자이너 이무열은 ‘유저(Youser)’를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 상반된 성질 안에서 조화를 찾으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해 ‘텐소울’과 ‘2018/19 울마크 프라이즈(IWP) 세미 파이널’ 우승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최근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 여러 스타캐스트를 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활동 중이다.


‘유저’ 이무열을 기다리며
유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하이엔드 스트리트 웨어를 지향하는 유니섹스 브랜드다. 2011년 론칭했다. 해외를 베이스로 컬렉션에 참가하면서 인지도를 높여왔다. 한국에는 ‘2015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브랜드명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유저(Youser)는 ‘You(당신)’와 ‘User(사용자)’의 합성어다. 여기서 ‘You’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User’는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을 뜻한다. 옷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다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당신의 옷을 사는 유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개성이 매우 강하다. 자신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으며, 인종이나 성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구사한다. 대부분 해외 고객이다. 

2018 F/W 컬렉션에 대한 해외 바이어의 반응은 어땠나. 

폭발적이었다고 해두자(웃음). 이번 F/W 컬렉션은 ‘해체(deconstruction)’라는 단어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것을 부수고 해체해 새롭게 조립하는 ‘재건축’의 과정을 옷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군데군데 주름 잡은 스트링 장식 티셔츠와 거꾸로 뒤집어 입은 듯한 팬츠, 안감과 겉감이 분리된 재킷 등 공사장 인부의 작업복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스테이츠 오브 마이너(States of Minor)’라는 콘셉트로 진행한 지난 S/S 컬렉션과 연결 선상에 있다. 다만 지난 시즌이 마이너한 감성에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은 그런 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유저’ 이무열을 기다리며
개인적으로 ‘기술’이라고 새긴 레터링 티셔츠가 눈에 띈다. 

콘셉트에 부합하는 단어를 찾다 자연스럽게 ‘기술’을 생각해냈다. 기술은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다운 단어다. 자음과 모음이 힘 있게 균형을 이룬다. 한국어를 신비스럽게 보는 외국 바이어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았다. 

마침 작업실 앞이 한창 공사 중이더라. 이런 영감은 생활에서 얻나. 

다방면에서 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주로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요즘은 문화에 더 끌린다. 앞서 소개한 2018 S/S 컬렉션에는 내가 중학생이던 1990년대 힙합과 스트리트 문화에 대한 향수가 담겨 있다. 시장 조사를 위해 동묘시장, 광장시장 같은 구제 시장과 빈티지 숍을 헤매며 밀레니얼 세대가 겪었던 마이너한 감성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그동안의 컬렉션이 여성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남성복으로 범위를 넓힌 것이 달라진 점이다. 처음으로 ‘2018 텐소울 디자이너’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컬렉션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건 스스로가 생각해도 대단한 재능이지 않나. 

워낙 어릴 때부터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같이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를 즐겼다. 만화가가 꿈이던 어린 시절도 있었다(웃음). 그래서 커다란 틀을 잡고 이야기를 덧붙여가는 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뭐든 잘하려면 그 분야에 열중할 수 있는 ‘오타쿠’ 기질이 필요한 법이다. 

요즘 각광받는 디자이너들 중 사디(SADI) 출신이 많다. 

다들 엄청난 노력파다. ‘오타쿠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 같은 경우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사디에 진학한 케이스다. 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패션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저가 8년 차 브랜드가 됐다.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어찌할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렸을 때? 처음 자리 잡은 곳은 동대문 두타 매장이었다. 공모전 수상으로 1년간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졌다. 기뻤지만 결과적으로는 독이 됐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보다 어떻게든 계속해서 옷을 생산하고 판매해야 하는 구조였다. 결국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브랜드를 유지하게 됐다. 10개월 정도 버티다 퇴점했다. 남은 기간을 채우는 건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브랜드 정체성을 되찾았나. 

퇴점하고 몇 달 뒤 미국 LA에서 열리는 ‘매직쇼’전에 참여했다. 다시 0으로 돌아가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보자고 다짐했다. 매직쇼를 기점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대중성 사이에서 조금씩 균형을 찾아갔다.


‘유저’ 이무열을 기다리며
외곽일 수도 있는 성북구 석관동에 작업실을 둔 이유가 있을까. 

지인이 무료로 빌려준 공간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 강남구 신사동에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내가 좀 실리를 따지는 스타일이다. 다만 지금은 패턴실과 봉제실이 멀다는 불편한 점이 있어 이전을 계획 중이다. 그래도 신사동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 같다. 

디자인 작업도 아주 건설적이게 할 것 같다. 

아니다(웃음). 지금껏 시행착오를 겪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대신 전환이 빠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선회한다. 그리고 시간을 아주 밀도 있게 사용한다. 요즘 주52시간 근무로 떠들썩한데, 실질적으로 개인의 실력 향상이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시간을 정하는 것 자체가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것 같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다. 

명함에 ‘유저 그룹’이라고 명시돼 있다. 유저 외에 어떤 브랜드가 있나. 

‘1159 스튜디오’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김민희 디자이너와 함께 듀오로 활동 중이다. 유저와는 색깔이 많이 다르다. 유저가 어려운 옷이라면, 1159 스튜디오는 좀 더 이지한 감성의 캐주얼 웨어에 가깝다. 유저에서 풀지 못하는 국내 시장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김민희 디자이너와는 어떤 인연인가. 

연인이다. 직원과 사장으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한 지 벌써 8년 됐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 시너지 효과가 두 배 이상일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지향점이 같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부작용은 만나면 거의 일 얘기밖에 안 한다는 거? 혼자 심취해서 일하다 보면 엉뚱한 곳으로 빠질 수 있다. 그럴 때 서로 침몰하지 않게 잡아준다. 멋진 동료이자, 친구이며 연인이다. 

2019 S/S 시즌 룩북 작업을 ‘뮌(MU··NN)’의 한현민 디자이너와 했다. 

이태원 가구거리에서 땀에 푹 절어가면서 촬영했다. 옷도 잘하고 사진도 잘하는 친구다. 꼭 한번 촬영해보고 싶었는데, 2019 S/S 시즌을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리터칭 작업 때문에 독촉을 많이 한 건 미안하다. 

유저는 국내에 숍이 따로 없다고 들었다. 어떤 경로를 통해 구입할 수 있나. 

해외 직구를(웃음). 구매가 어려울 땐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내주시길 바란다. 

국내 유통망을 개설할 계획은 없나. 

아직까지 국내에서의 시장성은 높지 않게 본다.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라서 한국 바이어들이 오더를 안 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고. 가끔 먼저 나서서 유저 옷을 찾는 국내 고객들이 있다. 그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다. 만약 작업실을 이전하게 되면 퍼스널 오더가 가능한 쇼룸 공간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앞으로 더 바빠지겠다. 

얼마 전 홍콩에서 열린 ‘2018/19 울마크 프라이즈(IWP) 세미 파이널’에서 우승자로 선정됐다. 울마크를 통해 세계로 나아가는 출전권을 갖게 됐으니까,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브랜드 발전을 위해 디자이너 개인의 역량을 보여주는 작업이 중요해진 것을 느낀다. 

다음 인터뷰이를 추천해달라. 

디앤티도트의 박환성 디자이너. 해외에서 주목하는 국내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개인적으로는 동고동락하며 지낸 존경하는 형이다.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유저


여성동아 2018년 8월 6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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