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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joelkimbeck #column

솔드아웃으로 돈버는 ‘리셀러’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18.08.13 17:00:01

솔드아웃으로 돈버는 ‘리셀러’들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Limited Edition

루이비통과의 콜래보레이션으로 
리셀 시장을 들썩이게 한 슈프림 창시자 제임스 제비아(가운데).

루이비통과의 콜래보레이션으로 리셀 시장을 들썩이게 한 슈프림 창시자 제임스 제비아(가운데).

돈 주고 산 제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리셀(Resell)’은 요즘 패션을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다. ‘가장 인기 높은 브랜드를 알고 싶으면 리셀 시장을 보라’는 말도 있다. 솔드아웃됐다는 말보다, 발매 당시의 가격보다 몇 배 비싼 가격에 리셀되고 있다는 말이 브랜드에게는 훨씬 더 자랑스러운 찬사다. 판매자와 구매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리셀 가격은 손에 넣기 힘든 패션 아이템에 대한 대중들의 갈망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리셀 브랜드는 뉴욕 태생의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이다. 1994년 제임스 제비아가 뉴욕 소호 라파예트 거리에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해 론칭한 슈프림은 이제 스트리트 패션을 주도하는, 젊은이들의 우상과 같은 브랜드가 됐다. 뉴욕 소호에 위치한 1호점과 2017년 브루클린에 오픈한 2호 매장은 관광 코스가 되기라도 한 듯, 항상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아시아에는 유일하게 일본에 6개의 매장(도쿄 3개,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이 있는데 새로운 아이템 판매가 시작되는 날에는 구매객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전쟁터를 방불케 하며, 실제로 가끔 뉴스에 나올 정도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렇게나 인기가 높은 슈프림은 지난해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콜래보레이션을 단행하면서 품격까지 더하게 됐다. 그간의 슈프림 리셀 가격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면, 루이비통과 콜래보레이션한 제품의 리셀 가격은 천정부지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다. 슈프림×루이비통 콜래보레이션 제품 리셀링 판매 이익으로 고급 자동차를 산 사람도 있다고 한다. 슈프림은 최근에는 루이비통의 모회사 LVMH사로 영입된 독일의 러기지 브랜드 리모아와 콜래보레이션한 캐리어를 발매해 리셀링 시장을 다시 한 번 들썩이게 했다. 슈프림×리모아 컬렉션은 최초 판매가의 2배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슈프림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는 한 인터뷰에서 리셀러들을 증오한다고 말했다. 리셀링으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이 그것을 증오한다니. 더 많이 팔릴 것을 알면서도 한정 생산의 원칙을 고수해온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리셀 현상을 낳은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리셀러를 증오한다는 그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리셀 시장에 신흥 강자가 등장했으니 다름 아닌 오프화이트의 수장이자 최근 루이비통 남성복 라인을 맡게 된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다. 지난 6월 파리에서 열린 그의 첫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에서 선물로 나눠준 티셔츠는, 판매되는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셀 시장에서 핫한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러시아 월드컵 시즌에 맞춰 발매된 오프화이트와 나이키 콜래보레이션 제품들도 발매 당일 모든 물량이 완판됐으며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리셀 마켓에 등장했다.


× Reselling

2019 S/S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 및 패션쇼에 참석한 카니예 웨스트와 버질 아블로(오른쪽).오프화이트×나이키 운동화를 사기 위해 나이키 매장에 모여든 사람들.(왼쪽 아래)

2019 S/S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 및 패션쇼에 참석한 카니예 웨스트와 버질 아블로(오른쪽).오프화이트×나이키 운동화를 사기 위해 나이키 매장에 모여든 사람들.(왼쪽 아래)

리셀 제품을 사재기했다가 되파는 신종 리셀러도 등장

리셀 열풍은 감정 대행 서비스라는 새로운 업종까지 탄생시키며 패션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리셀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가품이 많고, 진품과 구별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구매자들은 한정 생산된 제품을 발품 팔아 손에 넣는 수고 대신 비싼 가격에 리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인데, 이런 구매자들의 심리를 악용한 가짜 상품이 성행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스탁X(StockX)가 바로 그것이다. 스탁X는 리셀러와 구매자들을 이어주는 앱인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센티피케이션(Authentification)’이라는 진품 감정 서비스를 해준다는 것이다. 구매자가 스탁X를 통해 결제를 하면, 리셀러들은 제품을 스탁X 측에 보내고, 스탁X의 전문가 팀은 그 제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이후 진품일 경우 구매자에게 배송한다. 가품일 경우는 추가 비용 없이 스탁X가 동일 제품을 찾아서 보내준다. 

리셀 제품을 사재기했다가 되파는 신종 업태도 등장했다. 중국 출신 앨런 쿼는 카니예 웨스트와 아디다스가 협업해서 내놓은 이지 스니커즈처럼 인기가 높을 것 같은 제품들을 리셀 시작 초반에 대량으로 사들여 어느 정도 묵혀두었다가 시세가 오르면 되팔아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리셀러들의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리셀러들은 돈과 시간을 들여 제품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자신들의 행위가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라고 말하지만, 그들의 도를 넘어선 이윤 추구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결국 소비자들이다. 브랜드들은 리셀러들이 제품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과 같은 입장에서 불만을 토로하며 추첨 판매제를 도입하거나 SNS 리포스트를 인증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구매권을 주는 등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리셀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브랜드에겐 엄청난 홍보의 기회이기에 적극적으로 근절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갖고 싶은 욕망이 돈으로 환산이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금의 리셀 시장. 패션 산업에 있어 미래로의 전진일까, 과거로의 후퇴일까.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REX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8년 8월 6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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