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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없는’ 재벌 스타일+최애 브랜드

EDITOR 최은초롱 안미은 기자

입력 2018.06.04 11:14:14

상위 1% 로열패밀리들의 스타일이 공개될 때마다 큰 화제가 되는 건 연예인들의 ‘협찬 패션’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패션과 뷰티 전문가들, 디자이너, 퍼스널 쇼퍼 등 업계 인사이더들은 재벌가 인사들이 보수적이긴 하나 패션을 통해 개성과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진화한 재벌가 며느리 스타일  
‘협찬 없는’ 재벌 스타일+최애 브랜드
야근과 초과근무로 늘 푸석한 얼굴인 기자들이 취재로 재벌가의 로열패밀리들을 직접 만나고 돌아오면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인터뷰나 행사 때는 물론이고 관혼상제, 심지어 검찰 출두 때 봐도 피부와 머릿결에서 빛이 나 뭔가 다른 ‘오라’가 보인다는 것. 아무래도 자라온 환경이나 배경 등 모든 것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고, 사생활은 철저하게 가려져 있는 만큼 호기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연예인과는 확연히 다른 재벌가 여자들의 귀티 나는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이 항상 화제가 되는 이유다. 

귀티 나는 메이크업의 포인트는 은은하게 빛나는 피부톤과 성형하지 않은 듯한 이목구비를 살리는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 드라마만 봐도 재벌 상속녀 역할을 맡은 배우는 베이스 메이크업부터 다르지 않은가. 

“잡티 없이 은은한 윤기를 머금은 피부 표현이 가장 중요해요. 이것만으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 연출의 반 이상은 성공이죠. 아이섀도는 음영감을 주는 정도로만 사용하고, 깔끔한 아이라인과 마스카라로 눈매를 또렷하게 살려요. 지적이되, 힘이 있어 보여야 해요. 립과 치크도 튀지 않는 컬러로 생기를 더하는 정도로 마무리하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미연은 이런 메이크업은 섬세하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탄탄한 기초 관리로 파운데이션의 밀착력을 높이고, 컨실러로 잡티와 잔주름을 메워 피부 톤을 균일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볼록 튀어나온 곳에 부분적으로 시머 파우더를 발라 마무리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 시선을 끌 수 있다. 

고 정주영 회장 17주기 제사에 참석하며 모습을 보인 현대가 노현정은 연한 옥색 한복에 어울리는 하얀 피부, 결을 살려 깨끗하게 정리한 눈썹, 은은한 코럴 컬러 립으로 귀티 나는 재벌가 며느리 룩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요즘은 이런 상류층의 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거나,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재벌 3세들, 재벌가 며느리가 된 다음에도 외부 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은 교과서 같은 재벌가의 뷰티 룰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는 인스타그램에 일상생활, 헤어 & 메이크업 숍 정보,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예쁜 카페 정보 등을 수시로 업로드하고, 태국의 재벌 2세 사라웃 라차나쿤과 결혼한 신주아도 톡톡 튀는 색조나 글래머러스한 피부결을 강조하는 메이크업을 즐긴다. 

“대부분 생각보다 많이 부지런하신 편이에요. 바쁜 와중에도 펌, 염색, 트리트먼트를 꾸준히 받으니 월 1~2회는 무조건 방문하시죠. 젊은 층이라도 과하게 튀는 스타일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헤어는 상당히 밝은 컬러로 바뀌었어요. 모카 브라운이나 애시 브라운 컬러를 많이 찾아요. 예전에는 티가 거의 안 나는 어두운 컬러를 원하셨는데 많이 달라진 거죠.” 로열패밀리, VVIP 고객이 많이 찾는 헤어 디자이너 수경은 요즘 재벌 갑질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지만, 숍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예약 시간 지키는 것부터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오히려 일반 고객들보다 친절하고 예의도 바르다고 말했다.


명품 부동의 1위 에르메스
‘협찬 없는’ 재벌 스타일+최애 브랜드
유명 연예인들의 패션을 전담하는 박선용 스타일리스트는 “상위 1%의 재벌 룩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호화스러운 부자 룩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개성 넘치는 구찌나 베트멍보다 여전히 점잖은 에르메스나 샤넬을 선호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 특히 에르메스의 프리미엄 백은 종류별로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정설이다. 배우 이정재와의 열애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의 파파라치 컷에 등장한 버킨 백은 지금까지도 SNS에서 회자될 정도로 인기다. 재벌가 여성들과 전 영부인 등이 에르메스 백을 든 사진은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놀라운 것은 재벌가 사모님들을 상대로 하는 에르메스 ‘짝퉁’ 제조업자도 존재한다는 사실. 색깔별로 소유하기 위해 한두 개는 진품을, 서너 개는 가품을 사는 재벌가 여성들이 뜻밖에 많다. ‘벨기에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핸드백 브랜드 델보는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의 구매가 알려지면서 젊은 여성들의 ‘머스트 해브’로 등극했다. 친언니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어떤 연예인보다 강력한 셀링 파워를 보여주는 유명 인사다.


국내 럭셔리 하우스의 자존심 미스지컬렉션
디자이너 지춘희 씨가 이끄는 미스지컬렉션은 한국식 레이디라이크 룩을 선보이는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다. 주로 서울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를 쇼핑 장소로 삼는 뼈대 있는 재벌가와 정·재계의 여성 리더들이 단골이다. 

컬렉션의 프런트 로에는 가장 많은 VVIP와 톱스타들이 참석해 마치 고급 사교장을 방불케 한다. 미스지컬렉션의 단골들은 한결같이 “지춘희 디자이너의 신중한 태도와 문화적 소양, 절대 비밀 유지에 대한 신뢰감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물량 마케팅을 이기는 중요한 힘”이라고 말한다.


베스트 드레서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협찬 없는’ 재벌 스타일+최애 브랜드
상류층들끼리만 향유하는 최고급 명품 브랜드들이 있다. 나폴리 전통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하는 맞춤 슈트 브랜드 키톤이 대표적인 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즐겨 입는 슈트로 국내에 알려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1백30만원대의 키톤 청바지를 입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직접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명품 편집숍을 운영하는 모 대표는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고가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게 요즘 재벌 룩의 특징”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백화점보다 편집숍 쇼핑을 즐기는 VIP들이 늘고 있다고. 럭셔리 남성 편집숍 란스미어는 이탈리아에서 재단사가 출장을 오는 맞춤 서비스 MTM(Made To Measure)을 제공하고 있어 바쁜 경영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퍼플리카 아뜰리에의 디자이너 에드워드 신은 남성 스타일링의 핵심은 “모던과 클래식을 잘 믹스해서 입는 것”이라며 “키톤이나 에르메스, 로로피아나 같은 격식 있는 아우터에 잘 빠진 PT01 팬츠와 고야드 클러치백을 매치하고 크롬하츠 액세서리를 더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서 베스트 드레서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으로 꼽힌다. 한 부티크 디자이너는 “이 회장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대담하고 감각적으로 옷을 즐긴다”고 말한다. 모 기업 회장 역시 “오너들과 경영자들 사이에서도 이 회장이 최고의 멋쟁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고 귀띔했다.


사진 뉴스1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미스지컬렉션 REX 
도움말 김연진(룰루) 박미연(누에베 데 훌리오) 박선용 에드워드신 수경(순수 이야기점)


여성동아 2018년 6월 6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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