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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여배우]의 이름으로

조엘 킴벡

입력 2018.04.18 16:22:02

드레스[여배우]의 이름으로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발렌티노 on 프란시스 맥도먼드

발렌티노 on 프란시스 맥도먼드

아카데미 시상식이 90회를 맞았다. 영화 시상식에 관한 한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3월 4일(현지 시간) 열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공식 방송사인 ABC TV뿐만 아니라 인터넷 스트리밍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생중계돼 전 세계 수천만 명이 함께 축제를 즐겼다. 

시상식의 백미는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이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그 못지않게(어쩌면 그 이상으로) 레드카펫 위에서 펼쳐지는 드레스의 향연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베스트 드레서로 지목된 주인공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스타가 부럽지 않을 만큼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패션 하우스들로부터 러브 콜을 받는 사례도 많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하드캐리한 주인공은 영화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먼드다. 성폭력으로 딸을 잃은 분노에 찬 엄마로 분한 그녀의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다는 평과 함께 그녀에게 1997년 ‘파고’에 이은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안겼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맥도먼드는 트로피를 바닥에 내려놓고 ‘인클루전 라이더(Inclusion Rider · 할리우드에서 배우가 출연 계약을 할 때 제작진에게 유색 인종,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물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언급하면서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여성들을 일으켜 세워 서로 박수를 치고 격려하도록 했다. 그녀의 이러한 퍼포먼스는 할리우드에 만연해 있는 각종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오스카 역사상 손에 꼽힐 명장면이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그녀가 입은 발렌티노 드레스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이라고 불러도 과언이라 할 수 없는 여우주연상 수상자의 드레스였기에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었음에도, 드레스가 발렌티노였다는 사실조차 화제가 되지 못했다. 


드레스[여배우]의 이름으로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호평을 받았던 드레스는 타라지 P. 헨슨의 블랙 드레스다. 평소 과감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그녀는 이번에도 허벅지를 드러내는 베라왕의 슬릿 드레스로 베스트 드레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헤로인 젠다야가 선택한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아름답게 드레이프된 브라운 드레스는 보는 이들의 입에서 찬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마법을 지닌 듯했다. 게다가 올림머리에 매치한 불가리의 다이아몬드 이어링과 다이아몬드 브레이슬릿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레드카펫 위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아이, 토냐’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마고 로비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판 ‘보그’ 커버를 장식할 만큼 패셔니스타로서 장래가 촉망되는 스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녀의 선택을 받은 드레스는 순백에 가까운 샤넬 쿠튀르의 오프 숄더 드레스. 그녀가 손에 걸친 카멜리아(동백) 모양 클러치백은 곧 ‘잇 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레이디 버드’의 시얼샤 로넌은 라프 시몬스가 이끄는 캘빈 클라인의 쿠튀르 라인인 ‘캘빈 클라인 바이 어포인트먼트’의 튜브 톱 드레스를 골랐다. 은은한 핑크 톤에 큰 리본을 망토처럼 늘어뜨린 드레스의 후면이 압권. 배우 로라 던의 스노 화이트 새틴 드레스 역시 캘빈 클라인 바이 어포인트먼트의 작품이다. 그간 캘빈 클라인은 남자 배우들의 턱시도에서는 두각을 드러냈지만 여자 배우들의 드레스 성적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라프 시몬스를 영입한 이후에는 성과가 눈에 보인다. 세계 최고의 쿠튀르 하우스 중 한 곳인 디올의 디자이너를 맡았던 그이기에, 그 노하우가 고스란히 ‘캘빈 클라인 바이 어포인트먼트’에 반영되고 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을 규탄하기 위해 거의 모든 여배우들이 블랙 드레스를 선택하면서 다소 위축된 것 같았던 레드카펫 드레스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본연의 화려함을 되찾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많은 여배우들이 스팽글 드레스를 선보였는데,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양쪽 어깨가 드러나는 디올의 금빛 스팽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고 지난 몇 년간 아카데미 시상식 베스트 드레서를 도맡아왔던 배우 루피타 뇽은 아틀리에 베르사체의 금빛 스팽글 드레스를, ‘원더 우먼’의 배우 갤 가돗은 지방시의 실버 컬러 스팽글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마지막으로 이미 몇 차례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역사에 남을 레전드 룩을 선보인 바 있는 니콜 키드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시상식에서 그녀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쿠튀르 라인인 ‘아르마니 프리베’의 오프 숄더 드레스를 선택했다. 튤립 모양의 블루 드레스에 크리스찬 루부탱의 펌프스와 해리 윈스턴의 심플한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매치한 그녀의 선택은 이번에도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며, 브랜드 컨설팅과 광고 만드는 일을 한다. ‘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director 김명희 기자 designer 최정미
사진 REX


여성동아 2018년 4월 6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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