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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joelkimbeck #column

지드래곤은 왜 사카이 파티에 갔을까

조엘 킴벡

작성일 | 2017.11.09

파리 패션 위크 2018 S/S 사카이 쇼.

파리 패션 위크 2018 S/S 사카이 쇼.

파리는 딱 2년 만이다. 파리 패션 위크가 열릴 때마다 거의 매번 방문하던 곳이었지만 2015년 11월 동시다발 테러 이후로 가지 않고 있었다. 파리 테러를 보도하는 미디어를 통해 너무나 낯익은 르프티캄보주 레스토랑의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고, 레스토랑의 처참한 내부 모습을 본 후에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분노와 공포가 느껴졌다. 그래서 파리와 소원해졌던 모양이다. 한 시즌 공을 들인 클라이언트의 패션쇼가 열리는 파리였기에, 일을 생각하면 당연히 갔어야 했지만 다분히 의식적으로 무슨 다른 스케줄이라도 만들어 피하려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2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잊고 무디게 하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그간 어떻게든 파리에 가는 것을 피하려 했던 마음이 깨끗이 사라진 것을 보면. 2년간의 공백을 가진 덕분인지, 이번에 방문한 파리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신선함이 느껴졌다. 이번 파리 컬렉션 기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고 ‘루이까또즈’가 지원한 ‘K-패션 프로젝트 인 파리’가 열려 평소보다 더 많은 한국 패션 관련 인사들이 파리를 찾았다. 왕성하게 활동 중인 디자이너들부터 미래를 꿈꾸는 신인 디자이너, 각종 미디어 관련 인물들과 브랜드 임원들까지. 한국의 다양한 인사들과 길에서 행사장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레스토랑에서 조우해 작게는 파리와 뉴욕의 차이점부터 크게는 한국 패션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많은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눴다. 그중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을 꼽자면, ‘왜 파리지앵들은 일본 브랜드에 열광을 하느냐’라는 것이었다. 그 말의 이면에는 ‘왜 일본에는 열광하면서 한국 브랜드에는 냉랭한 반응이냐’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을 것이다. 


파리 패션 위크에 참석한 지드래곤.

파리 패션 위크에 참석한 지드래곤.

사실 이번 파리 패션 위크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건 연일 이어지는 메종과 하우스들의 거대 패션쇼보다 올 12월 20일 폐점하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셀렉트 숍의 원조, 꼴레뜨(Colett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리 중심가에 위치한 머스트 비지트 스폿(Must Visit Spot) 꼴레뜨가 폐점한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지난 7월, 패션계는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1997년, 생토노레 거리에 살던 모녀가 엄마의 이름을 따서 오픈한 이후 꼴레뜨는 유니크한 컬렉션과 파격에 가까운 기획력, 거기에 감각적인 디스플레이가 더해져 많은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꼴레뜨는 브랜드들과 다양한 콜래보레이션을 시도하며 전 세계적인 명성과 더불어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스토어로 자리 잡았지만 라이선스를 통한 확장 등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개점 20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하를 받아야 할 시점에 과감하게 폐점을 결정한 것이다. 꼴레뜨의 전격적인 결정에, 이제 파리에 가면 더 이상 들를 곳이 없어졌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처음 오픈했을 때의 취지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는 것보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용기 있는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필자가 패션과 관련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꼴레뜨는 퇴보하지 않고 늘 자신만의 색깔을 지키며 패션계를 보필해왔다. 그래서 꼴레뜨의 폐점을 바라보는 필자도 만감이 교차한다. 셀렉트 숍이 시내 중심가에 매장을 내고 손님을 유치하는 것이 대세이던 시대가 가고, 웹 베이스의 멀티 브랜드 숍이 다양한 콘텐츠와 볼거리를 결합해 쇼퍼들을 유인하는 시대로 바뀌는 전환점에 선 기분이랄까. 필자를 비롯해서 “누가 인터넷으로 패션을 쇼핑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지금 가장 많이 쇼핑하는 채널이 인터넷으로 바뀌었으니, 패션계는 지금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 것이 분명하다. 

패션 위크 기간 동안 꼴레뜨는 늘 붐볐지만 이번 시즌에는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거나 기념하고 싶은 이들의 발걸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폐점을 발표할 즈음부터 꼴레뜨는 또 한 번의 혁신적인 기획을 시도했다. 2층 판매 공간 전체를 단일 브랜드의 콘셉트 스토어로 바꾼 것이다. 지난 6월 22일 발렌시아가를 필두로 9월 4일부터는 사카이, 10월 3일부터는 톰브라운, 10월 30일부터는 샤넬, 그리고 11월 27일부터는 생로랑이 마치 바통 터치를 하듯 순서를 이어받아 기획전을 연다. 최후 주자인 생로랑은 그 이후부터 꼴레뜨 자리를 단독 매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왜 파리지앵들이 특히 일본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볼까 한다. 사실 이번에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던 이유는 다름 아닌 꼴레뜨의 이 기획전 때문이었다. 꼴레뜨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파리 패션 위크 기간(9월 26일~10월 3일)에 열린 기획이 다름 아닌 일본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가 이끄는 사카이였기 때문이다. 꼴레뜨가 마련한 사카이 기획전을 보면 이 브랜드가 구축한 독특한 세계관에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 패션계 인사들은 사카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였다. 이유는 단 하나,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꼼데가르송이나 이세이 미야케, 요지 야마모토까지는 이미 범접할 수 없는 거물 디자이너이기에 차치하고라도, 한국 디자이너들이 왕성하게 파리의 문을 두드리던 동 시점에 활약을 시작한 사카이라는 브랜드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칭송받고 있는 것에 대한 다소 질투 어린 마음이 마치 파리 사람들이 특별히 더 일본에 열광하는 것으로 비쳤는지도 모른다. 


12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편집 매장의 원조 꼴레뜨.

12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편집 매장의 원조 꼴레뜨.

꼴레뜨의 사카이 기획전.

꼴레뜨의 사카이 기획전.

사카이×프래그먼트 아이템도 선보였다.

사카이×프래그먼트 아이템도 선보였다.

꼴레뜨의 톰브라운 기획전.

꼴레뜨의 톰브라운 기획전.

지드래곤은 왜 사카이 파티에 갔을까
꼴레뜨 전시의 바통을 톰브라운으로 넘기기 전, 사카이의 클로징 파티에는 그야말로 패션계의 거물들이란 거물들이 다 모였었다. 한국의 팝 스타 지드래곤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샤넬 컬렉션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했지만, 개인적으로 잠시 시간을 내 클로징 파티에 들러 사카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이거다! 사카이가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생각을 버리면 어떻겠느냐는. 패션은 절대 올림픽과 같은 국가 대항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은 자꾸 그 브랜드의 출신 국가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나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하면 일단 넘어가는 분위기지만, 그것이 일본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마치 야구나 축구의 한일전처럼 묘한 경쟁심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외국의 패션 피플들이 사카이가 일본 브랜드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사카이가 갖고 있는 브랜드로서의 가치, 그리고 디자이너가 구축한 확고한 세계관이 투영된 아이템들이 나름의 힘을 가지고 빛을 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는 절대로 발꿈치를 들어 자신의 키보다 높게 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선보이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안에서 끊임없이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며 재생산해나가는 스타일에 가깝다. 다양한 소재와 패턴을 결합한 실험적인 디자인, 그러면서도 클래식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그의 의상과 쇼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그가 얼마나 많은 노고를 기울이고 있는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완성된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다면, 시즌을 거듭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브랜드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시대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트렌드에 치우치지 않고 누가 봐도 디자이너가 구축하고자 하는 세계관을 담아내는 완성된 컬렉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파리는 물론 전 세계의 패션 피플들이 그 디자이너에 열광하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한국 디자이너라는 건 그 다음에 보이게 되지 않을까.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지드래곤은 왜 사카이 파티에 갔을까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며, 브랜드 컨설팅과 광고 만드는 일을 한다. 〈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director Kim Myung Huidesigner Choi Jeong Mi
사진 REX 꼴레뜨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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