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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president #firstlady #fashion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editor Jung Hee Soon

작성일 | 2017.09.27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양 해 일 HEILL

#firstlady #haute_couture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 브리짓 트로뉴 여사는 대통령 취임식 때 자국의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투피스를 입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자국의 디자이너 랄프로렌의 의상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퍼스트레이디인 김정숙 여사는 뭘 입었을까.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당일 김 여사는 검은색 자수 꽃무늬가 우아하게 수놓아진 새틴 소재의 화이트 투피스를 선택했는데, 이 투피스는 우리나라 디자이너 양해일의 의상이었다.

사실 에디터는 지난해 양해일 디자이너와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당시 “문재인 의원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 옷을 수년 전부터 만들어온 분”이라는 말을 들었다. 대통령 선거 직전 대선 후보들의 패션을 분석하는 기사를 작성하며 그에게 한 차례 자문을 구했는데, 그는 무척 조심스러워하면서 “더 이상 그분의 옷은 하고 있지 않다”며 정중히 거절했었다. 유력 대선 후보 부인의 옷을 만드는 것은 분명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일 테지만, 그보단 혹시라도 그에게 누가 될까 걱정했던 마음이 훨씬 컸던 것으로 짐작해본다.
 
그가 영부인의 옷을 ‘여전히’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된 건, 지난 6월 대통령 내외의 첫 방미 당시 김정숙 여사의 ‘패션 외교’가 화제를 모으면서다. 몇몇 매체에서 디자이너 양해일의 이름이 회자됐고, 그에게 다시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영부인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디자이너 양해일에 초점을 맞춰달라”며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했다.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디자이너 양해일은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에스모드 파리를 졸업한 후 토렌트 오트 쿠튀르(Torrente Haute Couture) 디자인 스튜디오에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알랭 들롱과 존 레넌 등이 즐겨 입은 것으로 알려진 ‘테드 라피두스(Ted Lapidus)’와 세계적인 가죽 명품 디자이너 ‘장 클로드 지트루아(Jean Claude Jitrois)’와 함께 작업했다. 그는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다 지난 2012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HEILL’을 론칭했고, 지난 3월 2017 F/W 파리 패션 위크에 컬렉션 의상을 선보이며 우리나라 패션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차 한 대도 지나가기 어려운 서울 이태원의 주택가 좁은 골목. 이곳에 작지만 고고함을 간직한 HEILL의 쇼룸이 있다. 올봄 파리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빨간색 투피스 남녀 정장이 매장 앞에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9월 초 만난 양해일은 파리 패션 위크 준비로 분주했다. 9월 26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리는 2018 S/S 파리 패션 위크 기간 동안 HEILL은 9월 30일 파리 르 브리스톨 호텔(Hotel le Bristol Paris)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초대받았다. 이곳은 명품 브랜드 샤넬, 디올, 베르사체, 이브생로랑 등도 살롱 쇼를 거쳐간 곳이다.

“파리 패션 위크는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패션계의 큰 행사잖아요.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레 평창의 마스코트인 수호랑(호랑이)과 반다비(곰)를 떠올리게 됐죠. 우리나라 전통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백호랑이를 재해석해봤어요.”

양해일 디자이너는 이전부터 ‘전통에 대한 재해석’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 2013년 제50회 수원화성문화제 때 화성행궁 앞에서 열린 단독 패션쇼에서는 정조의 화성행궁 능행반차도를 모티프로 제작한 드레스를 선보였다. 지난봄 파리 패션 위크에서 선보인 2017 F/W 컬렉션 의상도 우리나라 전통 민화와 문자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들이다.

“사실 해외 패션계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대세로 통해요. 아시아 진출을 위한 최적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한국의 패션’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죠.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글로벌하게 통할 수 있는 한국적인 패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국의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세계에서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전통 민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후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거친다. 양해일은 1백 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전통 민화의 색감을 살려내기 위해 복원 기술이 뛰어난 프랑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프렌치 시크’ 감성의 톤과 디자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HEILL의 ‘문자도 블라우스’는 지난 6월 방미 당시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입어 화제를 모았다. 쇼룸 한편에는 한국적인 곡선미가 느껴지는 토트백 두 점도 진열돼 있었다. 지난 7월 영부인이 독일 방문 때 들었던 화이트, 블랙 컬러의 토트백과 동일한 디자인이다. 그는 가방의 이름이 ‘경복궁’이라 설명했다.

화가와 장인, 그들과 함께하는 디자이너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디자이너 양해일은 한국의 전통 민화 외에 현존하는 국내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정숙 여사가 영부인 자격으로 처음 미국 땅을 디뎠을 때 입어 화제를 모았던 푸른 나무 숲 그림이 프린팅된 화이트 재킷이다. 이 의상은 지난 2015년 화성행궁에서 열린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기념 패션쇼 때 선보인 것으로, 해당 그림은 수원에서 활동하는 정영환 작가가 그렸다. 김정숙 여사가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만날 당시 한복에 매치한 나전칠기 클러치백도 그가 나전칠기 장인 김용겸과 콜래보레이션한 작품이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패션과 아트의 콜래보레이션을 자주 볼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 패션 디자이너와 미술 작가들의 협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한국엔 굉장히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미술 작가들이 아주 많아요. 제가 컬렉션 준비를 하면서 짬짬이 미술 전시회를 다니며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눈여겨보는 이유죠.”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영역이 패션이라지만, 생각해보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스타일이 분명하다. 프랑스만 해도 오트 쿠튀르(고급 주문복 의상점)가 패션의 문화를 이끌어가지만 우리나라는 로고만 바꿔 달면 어느 브랜드의 옷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한 브랜드들이 인기가 높다. 양해일 디자이너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점이다.

“프랑스의 쿠튀르 고객들은 자기 취향이 확실해요. 오트 쿠튀르에서는 태슬이 유행이라고 해서 태슬을 달거나, 빨강이 유행이니까 빨간 옷을 만드는 법이 없죠. 디자이너가 고객에게 한 사람만을 위한 의상을 일대일로 만들어주니까요. 파리의 패션이 다양한 것도 바로 쿠튀르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양 디자이너가 청년 시절 몸담았던 토렌트 오트 쿠튀르 디자인 스튜디오는 당시 미테랑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다니엘 미테랑의 옷을 만드는 곳이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손바느질로 마담이 입을 옷을 서너 명이 붙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국내 쿠튀르 문화를 HEILL을 통해 발전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오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공개될 컬렉션 의상을 미리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여사님이 입으실 수도 있어 아직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어쩌면 조만간 김정숙 여사가 백호랑이가 그려진 양해일의 옷을 입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바람처럼 그가 지은 옷을 통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가 널리 전파되기를 희망해본다.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전 태 수 JS슈즈디자인연구소

#shoes #firstlady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빨간 하이힐이 파란 하늘에 솟아 있다.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JS슈즈디자인연구소 앞에 설치된 모형이다.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월 방미 당시 신었던 ‘버선코 구두’는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다. 좁디좁은 옥외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서니 특유의 가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은 수제화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고, 헌팅 캡을 멋스럽게 눌러쓴 전태수(62) 장인은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여자 손님 두 분이 와서 ‘어머니 선물용’이라며 이것저것 신어보고 사진을 찍더니 사흘 후에 어떤 분이 영부인이 신을 구두를 제작해달라며 찾아왔더군요. 그를 따라 청와대에 들어가 영부인을 뵙게 됐어요.”

발 모형을 뜨는 전씨에게 김정숙 여사는 굳은살이 박인 자신의 발을 보여주며 편안한 신발을 만들어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버선코 구두를 포함해 높낮이와 컬러가 다른 영부인의 구두를 모두 아홉 켤레 만들었다.

“완성된 구두를 찾으러 영부인이 직접 매장을 다녀가시기도 했어요. 방미 일정 이후에도 대여섯 번 정도 청와대에서 추가로 주문이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고무신 같은 스타일의 구두를 주문하셨죠.”

전씨는 “영부인의 신발과 같은 디자인”이라며 매장 한편에 진열된 구두 한 켤레를 꺼내 직접 신어보라 권했다. 부드러운 가죽의 질감과 푹신한 밑창에서 장인의 솜씨를 짐작케 했다.

“사람마다 발의 모양이 달라요. 발가락이 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등이 높고 뭉뚝한 발 모양을 가진 분들도 계시죠. 한평생 다른 이의 발을 만져봤으니 이 발에 어떤 신발이 편할지는 누구보다 정확하게 본다고 자부합니다.”

전씨는 강원도 홍천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영등포 신발 공장에 취직해 구두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구두들을 직접 분해해 디자인을 익힌 그는 퇴계로, 명동 등의 부티크 숍에서 정·재계 유명 인사 집안 안주인들의 구두를 만들며 경력을 쌓았다. 서울 성수동 지역의 수제화 산업이 만개했던 지난 1980년대 이곳에 터를 잡았고, 현재 운영 중인 JS슈즈디자인연구소를 지난 2014년 정식으로 오픈했다. 배우 최불암과 고두심도 그에게 신발을 맞춰 신기도 했다.

“최근 수제화의 메카로 부활하는 성수동의 모습을 보면 무척 기뻐요. 예전에는 구두를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없었는데 요즘은 수제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도 조금 늘어났어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지금까지 해온 제 작업들을 모아 구두 박물관을 만드는 거예요. 그게 한평생 수제화를 만들며 살아온 제가 대한민국 수제화 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고유의 명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유 홍 식 드림핸드메이드

#shoes #president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투박하지만, 섬세하다. 구두를 만드는 명장의 손이다. 꼬박 50년 넘게 구두장이로 살아온 유홍식(68) 씨는 지난 2013년 12월 ‘서울시 수제화 명장 1호’라는 칭호를 얻었다. 20년 넘게 수제화를 만든 장인 중 심사위원의 평가를 통과한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호칭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씨가 만든 구두를 신고 지난여름 첫 방미길에 올랐다.

“남자 한 분이 오셔서 ‘혹시 출장도 가십니까’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출장은 안 간다고 했더니 조금 망설이다가 ‘청와대에서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지난 5월에 청와대에 들어가 문 대통령의 발 치수를 직접 측정하고 양장 구두와 슬리퍼 등 총 여섯 켤레를 제작했어요. 영부인과 커플로 신으실 수 있도록 등산화도 만들었고요.”

유씨는 “잠시 기다려달라” 하고는 공방 뒤편 창고에서 발 모양을 본뜬 모형을 가져왔다. 함께 건넨 계량지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 치수와 함께 구두의 대략적인 디자인을 나타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유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신고 계시던 구두가 굉장히 낡은 데다, 제 것보다도 싼 양말을 신고 계셨다”며 생각한 것 이상으로 소탈했던 문 대통령의 첫인상을 전했다.

“사실 유홍식 구두의 핵심은 구두 가장자리에 이어진 매듭이에요. 짚신에서 착안한 기술인데, 제가 명장의 칭호를 받은 것도 이 독창적인 스타일로 높은 점수를 획득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대통령의 구두엔 이 스티치가 없어요. 애초에 청와대에서 독특한 스타일의 구두보다는 그저 발이 편안하고 튼튼한 구두를 원했거든요.”

청와대를 다녀온 후 그는 한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수없이 많은 구두를 만들어왔지만, 국익을 위해 발로 뛰는 대통령의 구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튼튼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구두를 만들기 위한 유씨의 망치질은 꼬박 보름에 걸쳐 이어졌다. 최고급 이탈리아산 소가죽에 3cm 깔창도 깔았다. 해외 정상과 나란히 섰을 때 당당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통령의 구두는 밑창이 찢긴 이전의 낡은 구두와 비교돼 회자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구두를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 대통령이 다시 구두를 맞추실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유씨가 대통령의 구두를 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가게에는 “대통령과 같은 스타일의 신발을 만들어달라”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구두가 아닌데 스타일이 같다고 똑같을 수 있나요.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통령의 말씀처럼 수제화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신으면서 가치가 배가되는 법이죠. 이번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구두 산업과 문화가 한 단계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통령의 패션을 만드는 사람들


designer Kim Young Hwa photographer Jo Young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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