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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chef #family #dog

일보다 가족, 그리고 뚜이

editor 정희순

작성일 | 2017.07.06

최현석 셰프에겐 최근 딸이 하나 더 생겼다. 태어난 지 이제 막 백일 지난 시베리안 허스키 강아지 뚜이다.
최현석(45) 셰프를 만난 건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6월의 어느 토요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에 위치한 최 셰프의 집에서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늠름한 자태의 강아지 한 마리가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 최현석 셰프의 반려견 뚜이다. 프랑스 요리인 ‘라따뚜이’에서 영감을 얻어 이런 이름을 짓게 됐다. 뚜이는 태어난 지 백일 정도 된 시베리안 허스키종으로, 양쪽 눈 색깔이 다른 오드아이가 매력 포인트다. 아직 ‘앉아, 기다려, 하이파이브’ 정도만 할 줄 아는 강아지지만, 최현석 셰프는 뚜이를 “천재견”이라며 치켜세운다. 최 셰프의 ‘허세’는 여전하다.

그가 반려인 대열에 합류한 건 채널A 예능 프로그램 〈 개밥 주는 남자 시즌2 〉(이하 〈 개밥남2 〉)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끼리〉 〈쿡가대표〉 등 인기 ‘쿡방’을 주름잡던 그는 최근 대부분의 방송 활동을 정리하고 〈  개밥남2 〉에만 얼굴을 비치고 있다. 스타들의 냉장고를 털어 정찬을 차려내던 셰프는 이제 부엌에서 개에게 줄 음식을 직접 만든다. 이른 바 ‘동물 쿡방’이다.

관찰 형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보니 자연스레 최현석 셰프의 가족들도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스물여섯 살에 결혼한 그에겐 세 살 연하의 아내와 두 살 터울의 고등학생 딸 둘이 있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최 셰프의 딸들은 보기 드문 비주얼 자매다. 최현석 셰프의 ‘롱다리 유전자’에 엄마 정채인 씨의 미모가 그대로 대물림 됐으니까 말이다.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겠다는 최 셰프의 선언에 처음엔 펄쩍 뛰던 아내 채인 씨도 이제는 뚜이의 안위를 가장 많이 걱정하는 ‘츤데레’ 엄마가 됐고, 큰 개는 싫다며 손사래 치던 두 딸들도 이제는 막내 동생을 보살피는 든든한 언니들이다. 최 셰프와 뚜이의 산책길에 그의 두 딸 연수, 연재 양도 함께했다.



일보다 가족, 그리고 뚜이

딸이 하나 늘었네요(웃음).
네 명의 여자랑 같이 살게 된 거죠. 뚜이가 암컷이긴 하지만 왠지 아들 같은 느낌이에요. 딸들과는 할 수 없는 힘겨루기 놀이를 같이할 수 있는 게 참 좋더라고요. 그렇다고 꼭 제 편이 생긴 거라고 말할 순 없어요. 뚜이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주인처럼 대하거든요. 시베리안 허스키종에 관해 찾아보니 ‘경비견으로 절대 활용할 수 없음’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도둑이 들어와도 반긴대요.

개를 키우는 건 이번이 처음인가요.
마당이 있는 집에 살 때 진돗개를 키웠고, 아파트에 살면서는 애플푸들을 키운 적이 있어요. 그때 키웠던 애플푸들도 정말 천재견이었는데, 결정적으로 똥을 못 가렸어요(웃음). 바닥이며 소파 위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변 활동을 하는 탓에 와이프가 너무 힘들어했죠.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집에 입양 보냈는데, 둘째 애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가족들이 새 식구가 생긴 걸 환영해줬나요.
처음에 아내에게 〈  개밥남2 〉 섭외가 들어왔다고 하니 아이들에게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개를 키우고 싶어했던 둘째와 함께 아내를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죠. 그런데 정작 어떤 종을 키울지를 놓고 또다시 의견이 갈렸어요. 세 여자는 포메라니안이나 푸들 같은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는데, 저만 혼자 늑대견을 키우고 싶다고 했거든요. 먼저 딸들을 포섭하려고 이것저것 딜을 좀 했어요. 용돈도 주고, 인맥을 활용해 큰딸이 좋아하는 여성 듀오 ‘볼 빨간 사춘기’와 밴드 ‘딕펑스’를 인사시켜줬죠.

시베리안 허스키를 키우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릴 적에 늑대를 키우는 게 소원인 어린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거기 등장한 늑대의 모습을 본 후로 동물 중에 가장 멋있는 게 늑대라고 생각하게 됐죠. 친구들이 다들 사자나 호랑이가 좋다고 할 때 전 늘 늑대를 꼽곤 했어요. 늑대의 얼굴을 한 시베리안 허스키에 끌렸던 이유도 그거예요. 



일보다 가족, 그리고 뚜이

뚜이를 제일 예뻐하는 건 누구예요.
다들 예뻐하는데, 아내의 변화가 가장 놀라워요. 얼마 전에 산책을 시키다가 뚜이 몸에 진드기가 붙은 적이 있었거든요. 병원에 갔더니 폐 쪽에 염증이 생겼다고 해서 며칠 입원을 시켰어요. 뚜이 키우는 걸 ‘결사반대’했던 사람이 걱정은 제일 많이 하더라고요. 둘째는 뭐 말할 것도 없죠. 입원 소식을 듣고 목 놓아 꺼이꺼이 울 정도였으니까요. 한 번은 항문 쪽 털을 직접 깎아주다가 ‘소중이(최현석 셰프 가족이 생식기를 이르는 말)’ 쪽 털을 잘랐나 보더라고요. 어디서 그걸 자르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는지 병원에 가보자는 둥 강형욱 애견 훈련사에게 전화를 해보라는 둥 난리도 아니었어요. 뚜이 산책은 첫째가 제일 많이 시켜요.

얼마 전 방송에서 뚜이에게 먹일 밥을 직접 만드는 모습이 공개됐어요. 최현석 셰프가 만든 특식을 먹다니, 저까지 부럽더라고요.
사실 그건 인터넷에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가 나와 있기에 그대로 해본 거예요. 그보다는 뚜이 백일 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줬던 게 셰프가 할 만한 요리였죠. 뚜이가 시베리아에서 썰매를 끌던 허스키종이다 보니 더위에 굉장히 약해요. 더위를 식히라고 가끔 얼음을 주곤 했는데, 백일 선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면 참 좋겠다 싶더라고요. 반려견용 우유에 액화 주스를 사용해 달지 않으면서 짭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줬어요. ‘뚜이를 위한 거야’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는데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참 뿌듯하더라고요.

셰프님이 만든 반려견용 간식이라면 저도 사고 싶네요(웃음).
지난달에 동물병원에 갔다가 펑펑 울고 계신 어르신을 봤어요. 장성한 자식들을 독립시키고 반려견과 둘이서만 지내는 분이셨는데, 개가 시름시름 앓기에 병원에 데려왔더니 수술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는 거예요. 돈 때문에 수술 일자를 미루다가 그날 개를 수술시키러 오신 거더라고요. 어버이날이라고 자식들이 용돈을 부쳐줬다면서요. 개를 수술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무척 감격스러우셨나 봐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돈이 정말 많이 들잖아요. 병원비도 그렇고 사료 값도 만만치가 않죠. 그걸 보면서 ‘개밥이라도 좀 저렴하게 만들 순 없을까’ 하고 고민도 해봤어요. 기회가 된다면 그런 일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더라고요.

뚜이가 온 후 가족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대화가 늘었다는 거요. 중고생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다 알 거예요. 자식이 이 정도 크면 휴대폰에 TV에, 다들 자기 할 일 하느라 바쁘잖아요. 저희 집도 마찬가지죠. 예전엔 다들 자기 할 일 바쁘다는 핑계로 각자 방에서 생활하곤 했는데, 뚜이가 떡하니 거실에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는 다들 그곳으로 모이더라고요. 뚜이 밥은 챙겨줬는지, 산책은 누가 시켜줬는지를 서로에게 확인하는 건 물론이고, 뚜이 똥을 누가 치우느냐를 가지고도 한참 실랑이를 벌이곤 하죠. 뚜이가 재롱을 부리면 재롱을 부리는 대로, 사고를 치면 사고를 치는 대로 가족 간에 할 말이 많아지더라고요.



일보다 가족, 그리고 뚜이

집에선 어떤 아빠예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게 좋은 아빠라는데, 저는 그다지 좋은 아빠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레스토랑 ‘라쿠치나’에서 셰프로 일할 땐 쉬는 날 가족과 함께 놀러 가서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주방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부터는 바쁘다는 핑계로 옛날만큼 추억을 쌓지 못했거든요. 〈개밥남2〉 촬영을 아내가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촬영이 집에서 있으니까 일하면서 가족 얼굴을 볼 수 있잖아요.

참 바쁘게 살아왔잖아요. 가족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일 때문에 여행 박람회를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여행은 책과 같다. 한 나라에만 머무른다면 그것은 책을 한 페이지만 읽은 것과 마찬가지다”라고요. 인생을 돌이켜보면 저는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어요. 식재료를 구하거나 메뉴 개발을 위해 많이 돌아다녔으니까요. 책으로 치면 3분의 1정도 읽었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정작 제가 사랑하는 가족은 책의 머리말 정도밖에 읽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딸들이 아빠를 따라 요리를 하겠다고는 안 하나요.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잖아요. 디자이너를 하겠다, 모델에 도전하겠다, 코미디언이 되겠다 등 별의별 꿈을 다 꾸고 있어요. 요리도 그중 하나죠. 그런데 요리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직업이거든요. 가끔 주방에서 일하다가 푸드 전문 회사의 사무직으로 가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으려고 해요.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고, 남들 놀 때 일해야 하고, 쉴 땐 메뉴 고민해야 하잖아요.

한 인터뷰에서 “뉴욕에 식당을 차리는 게 꿈”이라고 하던데 여전히 그 꿈은 진행형인가요.
한때는 전 세계 미식 도시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꿈을 꿨는데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바뀌더라고요. 그땐 주변에서 해외에 한번 나가보라고 펌프질을 많이 했거든요(웃음). 나이가 ‘반 구십’을 넘으면서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장사가 잘되는 레스토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모습이 셰프로서 더 멋진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리나라 요리 위상을 높이는 일은 다른 능력 있는 셰프들에게 맡겨둬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다 지난 3월에 처음으로 제 레스토랑 ‘쵸이닷’을 오픈하게 됐어요. 요리를 시작하고 꼬박 22년 만이죠. 〈  냉장고를 부탁해 〉에서 하차한 것도 제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어요.

어떤 사람들은 경영에 마케팅까지 전부 생각해야 해서 오너 셰프가 더 요리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이제는 임차료도 생각해야 하고, 매출 때문에 일희일비하게 됐죠. 그런데 모든 결정을 제가 하고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다는 게 무척 좋더라고요. 사실 유명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라고 해서 무조건 자기가 하고 싶은 요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좋은 요리를 만들려면 좋은 식재료를 써야 하는데, 회사에 속해 있는 주방장이 식재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음대로 늘릴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규모가 큰 레스토랑은 손님이 많다 보니 플레이팅에 들어가는 시간도 고려를 해야 해요.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자율권이 생겼어요. 임차료가 비교적 저렴한 곳에 식당을 내는 대신, 재료에 쓰는 비용을 더 늘릴 수 있게 됐죠. 레스토랑 규모를 줄이는 대신, 플레이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도 있게 됐고요. 요즘은 요리로 대자연을 표현하겠다고 플레이팅할 때 접시에 풀을 심고 그래요(웃음). 사람은 자기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손님들도 전보다 지금 요리가 훨씬 좋다고 하세요. 

딸들이 쵸이닷에 가본 적 있나요.
그럼요. 몇 번 왔었어요. “어때?” 하고 물으니 선머슴 같은 성격의 큰아이는 그냥 “맛있어요” 하고 말고, 둘째는 제 흉내를 내면서 “괜찮지만, 텍스처가 좀 아쉽네요” 하면서 마치 전문가처럼 말하더라고요.

이번 여름에 선보이는 쵸이닷의 메뉴는 뭔가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굉장히 ‘여름스러운’ 메뉴들로 짰어요. 수박과 참치를 활용한 ‘초밥 맛이 나는 파스타’가 떠오르네요. 분자요리(재료의 질감 및 요리 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다른 형태로 창조한 음식) 기법을 활용해 만든 메뉴죠. 수박과 참치 살이 색이 비슷하잖아요. 시각적으로든 미각적으로든 재미있는 요리예요.

방송보단 주방을 택했다. 큰 레스토랑을 떠나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일보다는 가족이란다. 어째 예전에 알던 최현석 셰프가 아닌 것만 같다. 셰프가 맞이한 즐거운 변화다.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김영화 헤어&메이크업 누리 스타일리스트 장유진 의상협찬 maeryo renoma 플라스틱아일랜드 랜드로버 스프링크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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