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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못 말려! 조정석의 질주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9.08.29 17:00:02

지난해 가수 거미와 결혼한 후 왠지 일이 더 술술 풀리고 있는 듯하다. 최근 드라마 ‘녹두꽃’과 영화 ‘엑시트’로 안방극장에 이어 스크린마저 평정한 연기의 달인 조정석 얘기다.
아무도 못 말려! 조정석의 질주
대한민국에서 ‘짠내 나는 코믹 연기의 대표 주자’로 첫손에 꼽히는 조정석(39)이 영화 ‘엑시트’로 그 명성에 쐐기를 박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대학 시절 산악부의 ‘에이스’였지만 졸업 후 청년 백수로 살아가는 주인공 ‘용남’ 역을 맡아 웃음, 눈물, 콧물이 다 터지는 초절정 짠내 연기를 선보인다. 짠내만 비교하자면 영화 ‘건축학개론’(2012)에서 그가 연기한 ‘납뜩이’ 캐릭터나 드라마 ‘질투의 화신’(2016)의 ‘이화신’ 캐릭터는 저리 가라다. 

극 중 용남은 어머니 칠순 잔치 때까지 입사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잔치에 갔다가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에 성공한 산악부 후배 의주(임윤아)를 만난다. 하지만 서로 안부를 살필 겨를도 없이 유독가스가 도심 전체를 뒤덮는 재난에 직면한 두 사람은 위기에 처한 가족과 시민들을 구하고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 쉴 새 없이 오르고 뛰기를 거듭한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나 싶을 만큼 지칠 줄 모르고 열심히. 그 모습이 마치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쉴 새 없이 연기 열정을 불태우는 조정석의 현재와 흡사해 보였다. 

7월 31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엑시트’는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관객 몰이에 더욱 속도를 내 8월 19일 현재 7백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를 위해 클라이밍 장면은 물론 와이어 액션과 점프 신까지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직접 소화한 조정석을 만났다.


아무도 못 말려! 조정석의 질주
사과 머리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중년 남자는 드물 겁니다. 

이 머리가 편해서요. 앞머리가 눈을 찌를 때는 머리띠를 하거나 묶고 있어요(웃음). 

이 영화를 찍고 있을 때 가수 거미 씨와의 결혼을 발표했는데 이후에 생긴 변화가 있다면. 

큰 변화는 없었어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조용하게 식을 올려서 그런지 결혼했다는 느낌이 크게 다가오지 않더라고요. 선물은 좀 받았어요. 윤아가 되게 예쁜 잔 한 쌍을 주더라고요. 커피도, 위스키도 마실 수 있는 투명한 잔요. 



결혼하면 연기 생활에 안정감이 생긴다는 배우도 있고, 섬세한 감각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도 있더군요. 조정석 씨는 어느 쪽인가요. 

저는 안정감이 생겼어요. 가정사나 개인사가 복잡할 때는 현장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근데 결혼을 하고 나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면이 많아져서인지 촬영할 때 집중이 잘돼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성룡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고공 액션에 도전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사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 놀이 기구도 잘 못 타는데, 시나리오가 정말 재미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2008년에 칠순 잔치를 하시고 저희 집도 용남이네처럼 대가족이라 영화 속 이야기에 동질감을 느낄 만한 지점이 많았어요. 

어머니의 칠순 잔치 때 재롱 좀 부렸나요. 

앞에 나가서 노래하고 춤도 췄어요. 용남이는 백수여서 어머니 칠순 잔치에서 쭈뼛쭈뼛하지만 당시 저는 공연을 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용돈을 챙겨 드릴 수 있었어요. 

고난도 액션이 많은 작품이어서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꾸준히 하는 편이었는데 영화 촬영을 위해 기초 체력을 더욱 탄탄히 다졌어요. 윤아와 같이 클라이밍도 열심히 배우고요. 특히 극 초반에 나오는 철봉 신을 위해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감독님이 원 테이크로 찍어 실수가 있어선 안 됐거든요. 이틀 동안 철봉 신을 찍으며 정말 1백 번도 넘게 그 동작을 했어요. 현장에서 계속 근육을 풀어주고 수분을 보충해가면서요. 그 덕분에 철봉 신을 다 제가 직접 소화했어요. 

극 중에선 사랑에 ‘숙맥’인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영화에서 의주가 용남에게 카라비너(암벽 등반 도구)를 주면서 “무거우니까 나중에 줘”라고 했을 때 그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게 뭐가 무거워?” 하고 말할 때, 연기하면서도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요. 눈치가 너무 없어서요. 하하하. 저는 그런 고구마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아무도 못 말려! 조정석의 질주
어릴 땐 어떤 소년이었나요. 

완전 개구쟁이였어요. 어릴 때는 태권도 선수를 꿈꿨어요. 4세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거든요. 태권도 대회에 나가서 금메달을 딴 적도 있고요.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태권도가 지겨워지더군요. 그 무렵 학예회에 나가고 교회에서 성극을 하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즐기는 제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이쪽 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뮤지컬에 먼저 발을 들인 이유는요. 

자아 정체성이 막 확립될 시기에 기타에 빠져서 기타 연주가가 되겠다며 삼수를 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저를 오랫동안 지켜본 교회 전도사님이 “정석아, 연기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하셨어요. 교회에서 여는 ‘문학의 밤’ 행사에서 제가 안무도 짜고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하면서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거든요. 전도사님의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연극과에 응시했는데 단번에 붙었어요. 용남이는 대학에서 산악 동아리에 빠졌는데, 사실 저는 신체 훈련 동아리에서 앞구르기, 옆구르기, 뒤구르기 같은 걸 열심히 했어요. 배우는 몸을 잘 쓰고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요. 그 동아리에서 밤에는 뮤지컬 연습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매료됐죠. 

촬영 없을 땐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제가 완전 ‘집돌이’예요. 작품에 들어가면 쉴 새가 없기 때문에 모처럼 쉬는 날이 생기면 집에서 뒹굴뒹굴해요. 근데 만약 몇 달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면 여기저기 싸돌아다닐 것 같아요. 그간 못 만난 사람들을 만나면서요. 

요리도 잘할 것 같은데. 

잘하진 못하고 남이 해준 음식을 맛있게 잘 먹어요(웃음). 특히 장모님 요리요. 솜씨가 아주 좋으세요. 

거미 씨와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 뭔가요. 

아내와 노래방에 잘 가는 편이긴 한데 애창곡은 그때그때 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녹두꽃’을 7개월간 촬영하고, 거미 씨도 전국 투어를 몇 개월 동안 다녀서 최근에는 서로 술 한잔을 기울이거나 노래방에 갈 시간도 없었어요. ‘엑시트’를 찍고 신혼여행을 다녀와 곧바로 ‘녹두꽃’ 촬영에 들어가는 바람에 1년 넘게 쉬지 못했거든요. 

부부 사이가 더 애틋해졌겠네요. 

항상 애틋하죠. 하하하. 

정말 궁금했는데요. 거미 씨의 어떤 면에 매료됐나요. 

성격이 너무 좋아서 반했어요. 

이번 영화에서 러브 라인의 상대이자 질주의 동반자였던 임윤아 씨와 죽이 척척 맞는 느낌이었어요. 현장에서 함께 보낸 윤아 씨에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제가 원래 소녀시대 멤버 중에서도 윤아 팬이에요. 윤아를 클라이밍 연습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날 연습을 같이 하고 감독님과 다 함께 술자리를 가졌는데 굉장히 털털하고 소탈해서 놀랐어요.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에 윤아가 출연했을 때 무대 밖에서의 모습이 되게 소탈하다는 인상을 받긴 했는데 만나보니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게 무척 반가웠어요. 같이 뛰는 장면에서도 상대가 힘들어하면 한 번 더 시도해보자는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운데 윤아는 그런 제안을 다 받아주고 어떤 때는 저보다 더 치열하게 촬영에 임해서 좋은 자극이 됐어요. 윤아가 똑똑하고 영민해요. 연기 스킬을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더라고요. 그런 면이 무척 놀라웠어요. 처음에는 윤아가 마르고 호리호리해서 잘 뛰고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하셨던 감독님도 나중에는 완전 짱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죠. 춤을 춰선지 몸이 굉장히 날렵하더라고요. 

용남의 부모 역을 한 박인환, 고두심 씨는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조언보다는 그동안 출연한 작품에 대한 후일담을 많이 들려주셨어요. 말씀도 얼마나 재미있게 하시는지 몰라요. 두 선생님과 김지영 누나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이 다 모여 식사를 하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어요. 정말 왁자지껄, 화기애애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저는 영화에 그런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난 것이 무엇보다 만족스러워요. 

영화에서처럼 재난이 닥친다면 용남 같은 용기를 발휘할 것 같나요. 

저는 분명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을 용기는 없을 것 같아요. 대신 당장 누구든 둘러업는 건 무조건이에요. 가족이 아니어도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저도 다른 사람을 먼저 헬기에 태워 보낼 거예요. 

그동안 짠내 나는 코믹 연기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작품이 많아 이런 이미지로 굳어질 것을 우려하는 팬들도 있어요.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익숙함을 즐기기보단 제가 못 할 것 같고 저한테 떠오르지 않는 이미지에 계속 도전해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것이 배우로서 제가 짊어져야 할 몫이 아닌가 싶어요. 

특별히 욕심나는 역할이 있나요. 

정해놓은 건 없어요. 캐릭터보다 시나리오를 더 중시하는 편이어서 캐릭터가 아무리 좋아도 시나리오가 재미없으면 고민을 한참 하다가 결국은 안 할 것 같아요. 장르를 불문하고 다 해보고 싶어요. 한마디로 욕심쟁이죠(웃음). 

욕심을 부려도 될 것 같아요.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까지 넘나들 수 있는 ‘만능 치트 키’ 아니던가요. 

과찬이에요. 정말 욕심쟁이일 뿐이에요. 그동안 스크린에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뮤지컬과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 활동을 해온 것은 쓰임새가 많은 배우이고 싶어서예요. 어떤 작품이든 어떤 캐릭터든 믿고 맡길 수 있는, 변주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가 안 됐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런 꿈을 꾸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당시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아빠가 통닭 한 마리나 바게트 하나를 사들고 오는 평범한 가정을 머릿속으로 그리곤 했어요. 그때는 평범함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겼죠. 

현재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뭔가요. 

원래 제 좌우명이 ‘후회하지 말자’예요. 근데 40대가 되고 결혼도 하고 보니 드는 생각은 ‘30대가 그립지 않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제가 지금 보내는 시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또 지나온 시간이 그립지 않게 잘 살아보겠습니다(웃음). 

10년 후의 자화상을 떠올린다면요. 

그때는 우리 나이로 50세네요. 50세의 조정석은 여전히 활기 넘치고 열정이 불타오르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능구렁이 말고 배우로 한창때를 살고 있길 바랍니다. 

차기작이 정해졌나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콤비를 이루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어요. 영화 홍보 활동을 마치면 잠깐 쉬고 그 작품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에요.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함께해온 팬클럽 ‘뮤지컬 넘버원 조정석’이 촬영 때마다 밥차나 커피차를 보내준다고 들었어요. 팬들은 조정석 씨가 다시 무대에 서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 같아요. 

팬클럽 회원 중에는 제가 공연할 때부터 팬인 분도 있지만 이후에 저를 좋게 보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한 분 한 분에게 너무 고마워요. 저도 무대에 다시 서고 싶어요. 지금은 불러주는 데도 없고 접촉하는 작품도 없지만 늦어도 후년까지는 꼭 복귀할 거예요.


디자인 박경옥 사진제공 잼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여성동아 2019년 9월 6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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