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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문학상 받은 김종환의 노래

EDITOR 이나래

입력 2018.12.13 17:00:01

‘존재의 이유’ ‘사랑을 위하여’ 등 직접 쓴 주옥같은 노랫말로 사랑받아온 김종환. 그가 가수 최초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신인 문학상 받은 김종환의 노래
가수 김종환(52)이 시인으로 등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월간 종합문예지 ‘문학세계’와 세계문인협회, 계간 ‘시세계’가 주관한 신인문학상 공모 시 부문에 ‘사랑하는 일’ ‘서리꽃’ ‘지우개 같은 추억은 없네’ 등 세 편의 시를 출품해 당선된 것이다.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을 통해 ‘사랑을 노래하는 세 편의 시에 나타난 높은 서정성과 뛰어난 묘사, 사물을 치환시키는 출중한 능력’을 선정 사유로 꼽았다. 1985년 데뷔한 이래 34년간 꾸준히 자작곡을 발표해온 가수의 노랫말이 이제 시어가 되어 문학으로 읽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언어를 전하게 된 가수이자 시인 김종환을 만나 노래와 시, 음악과 문학을 관통하는 그의 예술관을 들어보았다.

공모전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최초의 가수라고 들었습니다. 공모전에 당선되기란 결코 쉽지 않은데, 그간 꾸준히 도전해왔나요. 

공모는 처음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를 써보라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우선 쉬지 않고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죠. 스케줄이 이어지는 중간 중간 직접 곡을 쓰는 작업까지 더해지면 잠잘 시간도 부족하거든요. 게다가 시의 세계는 제가 접근할 수 없는 성역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문학인에 대한 존경심과 시라는 영역에 대한 경외감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당선된 시를 보면서 오래전부터 습작을 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노랫말을 썼어요. 수도 없이 많은 습작을 했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존재의 이유’ 역시 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노랫말이고요. 가사를 포함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40년 가까이 되었네요. 세월이 흐르고 연륜이 깊어지면서 그간 겪은 역경이나 시련, 어려움이 더해져 시로 무르익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인의 시간과 공간은 특별할 것 같아요.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다른 문인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시간과 장소를 구분해 시를 쓰지는 않습니다. 시를 쓰는 데 필요한 건 마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종이와 연필을 챙겨 다니면서, 일상 속에서 시를 찾습니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만나는 풍경 속에서, 잠자리에 누웠을 때처럼 누구나 겪는 일상 속에서요. 자다가 시어가 생각나는 경우가 잦아요. 머리맡에 늘 연필과 종이를 두고, 일어나 단어나 이미지를 적어둔 후 다시 잠드는 일도 예사죠.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때론 노래로, 때로는 시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결해요. 사랑과 배려죠. 특히 요즘은 배려가 중요해진 시대라고 생각해요.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람과 주고받는 사랑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수를 위한 배려는 점점 더 귀해지고 있죠. 사랑과 배려가 어우러진다면 결국 평화로운 세상이 올 거라고 믿어요. 

시인으로 써낸 시와, 작사가로 적어낸 노랫말에 차이점이 있나요. 

시와 노래는 궤를 같이하지만, 완전히 같을 수는 없어요. 가사는 음률이 우선이기 때문에 부르기 편하게 다듬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죠. 가사가 노래와 부딪히거나, 딱딱하게 들리면 곤란하니까요. 특히 최근에는 대중이 쉽고 빠르게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짧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하는 노랫말이 많아요. 예전처럼 오래 곱씹고 생각할 가사는 적어진 것 같아 안타깝죠. 저는 최대한 시에 근접한 표현으로 노랫말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한때의 문학소녀, 문학청년들이 많이 부러워할 것 같은데요. 

중년들, 최근에는 젊은이들에게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꿈이 없는 이도 많고요.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공원을 걷든 책상 앞에 앉든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기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해요. ‘이 나이에’ 또는 ‘시간이 없어서’ 같은 핑계 대신 무엇이든 시도하는 게 중요하죠. 자신이 무엇을 꿈꾸는 지를 정확히 알고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시를 읽는 사람이 적어졌습니다. 시인으로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세상에 시가 없다면, 문학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요즘 세상이 뾰족뾰족 날카로운 이유는 모두 너무나 다급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화가 부족하고, 삶이 건조해지고 얕아지고, 성미가 강퍅해진 것은 아닐까?’ ‘인간답게 생각하고 사색할 시간이 적어진 탓이 아닐까?’ 스스로도 자주 질문하죠. 아름다운 옷을 입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언어를 쓰려는 노력도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정제된 언어는 곧 인간의 품격과도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문화예술계에서 30년 넘게 활동을 해오면서, 나만의 방법으로 문화를 일구는 작업을 해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아름다운 가사, 다정한 언어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서요. 

시집을 펴내실 계획은 없는지요. 

내년에 발간할 계획이에요. 다만 어떤 형태로 내는 것이 가장 좋을지 고민이 필요해요. 팬들에게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시를 전달할 방법을 찾고 있어요. 하지만 12월에는 우선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디너쇼(5일)와 강원도 삼척에서 열리는 오케스트라 협연(14일, 삼척문화예술회관), 경북 안동시에서 열리는 환경콘서트(19일) 무대에 올라야 해요. 시어를 일상에서 발견하는 것처럼, 시집에 대한 아이디어도 일상에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열심히 고민할 생각이에요.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8년 12월 6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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