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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다시 배우로

EDITOR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입력 2018.11.19 17:00:01

이나영은 공백기를 가질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배우다. 원빈의 아내, 엄마 그리고 배우인 그녀가 6년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나영, 다시 배우로
배우 이나영(39)이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것은 영화 ‘하울링’ 이후 6년 만이다. 그사이 그녀는 원빈의 아내 그리고 네 살배기 아들을 둔 엄마가 됐다. 그녀가 자신의 소식을 전한 건 2015년 개봉한 ‘슬픈 씬’과 ‘여자, 남자’ 두 편의 단편영화를 통해서였을 뿐이다. “신비주의는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녀의 일상에 대해선 워낙 알려진 바가 없다. 원빈 역시 9년째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먼저 세상 밖으로 나온 이는 이나영이다. 

그녀를 만난 건 10월 4일 개막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다. 주연을 맡은 영화 ‘뷰티풀 데이즈’가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이나영은 축제의 시작을 알렸고, 영화제가 한창인 부산 곳곳을 누볐다. 개막식 레드카펫에서는 블랙 재킷에 블랙 레깅스를 매치한 차별화된 스타일링으로 화려한 드레스 일색의 여배우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시선을 끌었다. 

이나영은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 ‘연기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이나영은 잊어도 될 만큼 더욱 깊어진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 6년씩이나 공백기를 가졌는가?’ 였다. 

“제가 활동을 재개한 것이 6년 만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이 오롯이 공백기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작품을 하지 않을 때도 늘 영화와 연기를 생각하며 고민해왔거든요. 제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작품을 찾으려 했어요. 자신감을 갖고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건지 고민했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좀 길어진 거죠.”


그간 잘할 수 있는 작품 찾으며 기다려

이나영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뷰티풀 데이즈’는 독립영화 수준의 적은 예산으로 제작됐다. 그녀가 연기한 주인공 ‘엄마’ 역은 어린 나이에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정착한 뒤 비극적인 사건을 연이어 겪는 인물이다. 이나영의 여리고 도회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이기에 윤재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건네면서도 캐스팅을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나영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에게 곧바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대본을 오랫동안 찾았는데 그게 바로 ‘뷰티풀 데이즈’였다”고 밝혔다. 

영화는 중국 옌볜에 사는 대학생 아들이 소식이 끊긴 엄마를 찾아 서울에 오면서 시작된다. 술집에서 일하며 건달처럼 보이는 남자와 살고 있는 엄마는 14년 만에 만난 아들을 낯선 이처럼 대하고, 그렇게 모자 사이에는 오해가 쌓인다. 집으로 돌아간 아들은 우연히 찾은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비로소 엄마가 겪은 20여 년의 비극을 알게 된다. 엄마는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북한을 탈출한 뒤 브로커에 의해 조선족 남자에게 팔려갔다. 옌볜에서 아들을 낳고 정착하는 듯했지만 이내 또다시 기구한 일들이 펼쳐진다. 

“엄마는 여러 장소,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비극적인 상황을 겪는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는 여성이에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런 기구한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끌렸어요.”


엄마가 되니 이해의 폭 넓어져

이나영, 다시 배우로
스산한 삶을 살아내는 엄마는 그래도 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나영은 대사를 줄인 대신 표정으로 그 감정을 오롯이 드러낸다. 2015년 아들을 낳고 육아에 전념한 지난 3년의 시간이 연기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 

“예전에는 상상으로만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물론 지금도 모든 감정을 다 알고 전부 공감할 순 없지만 엄마가 되니 확실히 이해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영화 촬영은 15회 차로 마무리됐다. 그 안에서 이나영은 ‘현재의 엄마’ ‘14년 전 옌볜에서의 엄마’ ‘20년 전 엄마’까지 소화한다. 

“극 중 엄마가 어릴 때부터 겪은 상황을 떠올리며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 지를 생각해봤어요. 그러다 그 감정들이 지금의 담담함에 이르게 된 점에 주목했죠. 많은 사건을 겪고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는 통달 아닌 통달을 하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그녀가 생존을 위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담담함이 저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그런 감정이 관객에게도 잘 전달되길 바라고요.” 

이나영은 “전체적으로 깔린 먹먹함 속에서도 희망이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그래서 더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말을 통해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윤재호 감독은 이런 이나영에게서 “엄마면서도 젊은 여인의 이미지를 봤다”고 했다. 또 “내가 찾고 있는 엄마의 느낌이 묻어났다. 함께 작업해보니 이나영 씨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정이나 분위기로 전달하는 배우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나영은 1998년 CF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드라마 ‘카이스트’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퀸’ 등을 통해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2002년 양동근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특유의 신비한 이미지도 이나영의 매력 중 하나다. ‘뷰티풀 데이즈’를 함께한 배우 오광록은 “처음 봤을 땐 마치 프랑스 여배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있어 함께 일해보고 싶은 배우였는데 이번 만남을 통해 꿈을 이뤘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나영의 성공적인 컴백에 이어 이제 대중의 시선은 자연스레 원빈을 향할 수밖에 없다. 원빈은 현재 2013년 베니스국제영화제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스틸 라이프’ 리메이크작의 각색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원빈은 이 영화의 판권 구입 단계부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아내 이나영처럼 자신을 유감없이 내보일 최적의 작품을 기다린 셈이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뉴스1 사진제공 페퍼민트앤컴퍼니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8년 11월 6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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