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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서 god를 기다리며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8.11.15 17:00:01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함께 여행을 해보라는 말이 있다.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 god. 모처럼 완전체로 함께한 그들이 길 위에서 발견한 것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god를 기다리며
국민 그룹 god가 ‘god의 육아일기’ 이후 17년 만에 완전체로 리얼리티 예능에 도전했다. 10월 11일부터 방영 중인 jtbc ‘같이 걸을까’는 god 5인방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따라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산티아고 순례길은 많은 이들이 꼽는 ‘버킷 리스트 여행지’이기도 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걷기 시작한 다섯 남자의 동행은 첫 전파를 타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각자 활동으로 바빠 5인방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팬들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고,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꿈꾸던 시청자들은 대리 만족을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천진난만하던 시절로 돌아간 다섯 남자에게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은 힐링을 선사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고집도 세고 포기도 빨라 좌충우돌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은 유쾌한 5인방 박준형(49), 윤계상(40), 데니안(40·본명 안신원), 손호영(38), 김태우(37)를 첫 방송을 앞두고 만났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god를 기다리며
지난여름 2주 동안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했다죠. 완전체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찍은 것이 17년 만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데니안 지난 4월 ‘같이 걸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년 1월이면 데뷔 20주년이라 우리 멤버들과 같이 걸어온 길도 생각나고, 같이 걸어야 할 길도 생각하게 하는 뜻깊은 프로그램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다만 걷기만 해서 방송 분량이 나올까 싶었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멤버들의 매력과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지루하진 않겠더라고요. 이번 여행은 함께 활동할 땐 몰랐던 서로의 생각을 새삼 알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윤계상 처음엔 오랜만에 다 같이 하는 리얼리티 예능이라서 겁도 나고 걱정되기도 했어요. 근데 여행하면서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어요. 오래 알고 지낸 지인들이 정말 소중하단 걸 느꼈어요. 방송을 보는 분들도 친구들과 함께 떠나고 싶을 거예요. 

박준형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정글의 법칙’보다도 강도가 셌거든요. 그래도 멤버들이 다시 모이니 좋더라고요. 사실 함께 활동할 때는 일이 끝나면 바로 집에 가서 사적인 시간을 공유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동생들과 2주를 함께 보내며 그동안 벌어졌던 틈을 메운 느낌이에요. 

손호영 제 인생에서 god 멤버로 산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보다 더 길어요. 그래서인지 저 혼자 있을 때보다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 제 본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오랜 친구들과 카메라 의식하지 않고 여행 가는 기분으로 촬영했어요. 

김태우 저희가 24시간을 붙어 있은 게 15년 전이 마지막이었어요. 2주 내내 종일 붙어 있으면서 모든 걸 방송에 담아냈는데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산티아고의 아름다운 길을 걸으면서도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멤버들의 케미와 합숙 생활이 시청 포인트예요(웃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god를 기다리며
이번 여행을 통해 발견한 멤버들의 새로운 면모가 있다면. 

데니안 다들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 우리끼리 같이 있으면 예전의 우리로 돌아간다는 점요. 그게 정말 신기했어요. 특히 계상이를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실 거예요. 각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세 아이의 아빠가 된 태우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도 새삼 알게 됐어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은요. 

김태우 잃은 건 별로 없어요. 발목이 아픈 정도랄까요. 저는 멤버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 것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각자 바쁘고 가정을 이루기도 해서 방송이 아니면 이렇게 다 함께 훌쩍 떠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있을까 싶어요. 앞으로 10년, 20년 웃고 떠들 수 있는 거리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어요. 

손호영 산티아고에서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라서 멋있음을 잃었던 것 같아요. 하하하. 어떤 꾸밈도 없었거든요. 얻은 건 참 많아요. 특히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 형제 같은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걸 깊이 깨달았어요.

데니안 저는 잃은 게 없어요. 다른 멤버들처럼 물집이 잡히거나 아픈 데가 없었어요. 몸이 가벼워 중력을 덜 받아서인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박준형 우린 다 뛰었는데 너 혼자 안 뛰었잖아!(일동 웃음) 

데니안 이전엔 사실 걸을 일도 별로 없었고, 걷는 걸 안 좋아했어요. 명상을 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복잡한 고민들이 해소될 줄 알았는데 막상 걸으니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고요. 그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고요. 종교적인 의미로 그 길을 걷는 분들도 있지만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자처하며 트레킹을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윤계상 저도 잃은 건 없고 얻은 것뿐이에요. 불혹의 나이가 되니 어렴풋이 기억나는 예전의 제 모습이나 멤버들 간의 끈끈함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근데 신기하게도 그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예전의 기억이 고스란히 소환되더군요.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잊고 있던 제 모습을 다시 만난 것 같아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다시 뭔가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믿음과 용기를 얻었어요. 

박준형 저는 체중 3.8kg을 잃었어요. 살이 많이 빠졌죠(웃음). 얻은 건 서로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사실 남자들은 어른이 되면 강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지, 여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요. 근데 저희는 가족이나 다름없어서 그런지 함께 있으면 자기 생활의 껍질을 벗고 서로에게 본모습을 편하게 보여주게 되더라고요.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 뿌듯했어요. 우리 동생들, 정말 착해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god를 기다리며
현장에서 가장 힘들어한 멤버를 꼽는다면요. 
  

박준형 제가 짜증을 제일 많이 냈을 거예요. 동생들은 착해서 짜증을 내지 않았어요. 태우는 짜증이 나더라도 멋있는 모습으로 승화시켜요. 아침에 멤버들이 각자 혼자 걸으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태우가 제작진에 제안했거든요. 같이 걷는 건데 왜 그랬어? 혼자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거지(웃음)? 

김태우 잠깐, 바로잡겠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자아 성찰을 위한 곳이라 각자 그런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던 거예요. 여행 중 짜증을 내거나 투덜거린 사람은 없었어요. 돌아가고 싶어한 사람도요. 다만 순례길에 들어서기 전 교만했던 모습들이 서서히 깨지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여행에서는 김태우 씨가 ‘리더’였다고 들었어요. 힘든 점은 없었나요. 

김태우 사실 제가 리더 역할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분들이 보통 떠나기 한 달 전부터 트레이닝과 사전 준비를 하기에 스케줄에 쫓기는 다른 멤버들을 대신해 이론적인 지식과 정보를 많이 알아뒀어요. 트레킹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요. 그랬더니 형들이 제게 리더 역할을 떠맡겼는데 한 일은 별거 없어요. 하루 걸을 거리와 쉴 지점을 정하는 정도였죠. 

형들이 본 리더 김태우는 어땠나요. 

박준형 태우가 저희 중에 제일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어요. 기억력도 정말 좋아요. 그래서 리더를 맡긴 거예요. 듬직한 동생이죠. 

데니안 쭈니 형은 대외적인 리더고,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태우가 숨은 리더 역할을 해왔어요. 스케줄 정리도 잘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준비를 철저히 하거든요.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기 전에도 태우가 관련 정보를 많이 습득해 저희도 태우 말을 따르려고 노력했어요. 앞으로도 태우가 숨은 리더 역할을 잘해주리라 믿어요. 

손호영 데니가 얘기한 것처럼 god의 스케줄 정리는 태우가 주로 했어요. 한 살이라도 많은 형들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그렇기에 태우는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god의 귀염둥이 막내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god를 기다리며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꿈꾸는 분들, 이번 여행을 지켜보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준형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여행은 정말 인생의 여정과 같아요. 처음엔 ‘아직 열세 밤 남았네. 열두 밤 남았네’ 그랬는데 나중엔 ‘이틀밖에 안 남았네’가 되더라고요. 그 길을 묵묵히 가다 보면 정말 소중한 사람이 누군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저희처럼요. 

데니안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와 같은 트레킹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면 god처럼 준비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도 느끼실 거예요(웃음). 알아두면 쓸데 있는 그런 정보를 놓치지 마시길요. 

윤계상 정말 가식 없이 촬영에 임했습니다. 보는 분들에게도 저희가 그 길 위에서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면 좋겠어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걸요. 

김태우 저도 계상이 형처럼 사랑이 정말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살아가면서 휴식기가 주어질 때 맛집을 순례하는 것도 좋지만 저희처럼 오래된 친구들과 트레킹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거든요. 

손호영 좋은 사람들과 같이 걸었기에 고되지만 외롭지 않았던 이번 여행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따뜻한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훈훈한 자극이 되길 바랍니다. 

데뷔 20주년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 

박준형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 이상한 옷 입고 뾰족구두 신고 왔던 계상이가 어느덧 40대가 되어 자동차 CF에 멋있게 나오고 장첸(영화 ‘범죄도시’에서 윤계상이 맡았던 인물)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하는 걸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하하하. 

데니안 2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많은 분들이 god 노래를 불러주고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그 시간을 멤버들과 함께했기에 20주년 기념 앨범을 내고 같이 활동을 하다 보면 가슴이 더욱 벅찰 것 같아요. 

올 하반기 발매 예정인 20주년 기념 앨범 작업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김태우 지금 마무리 단계예요. 저희 모두에게 뜻깊은 앨범이죠. 사실 음반 작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20주년 앨범이라는 무게감도 있고 그동안 저희가 사랑 노래만 부른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사회 전반의 이슈를 다뤘기 때문에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어요. 조만간 그 앨범으로 팬들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사진 홍태식 사진제공 jtbc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18년 11월 6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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