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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 #interview

밥 사주고 싶은 남자 정해인

EDITOR 김지영 기자

2018. 05. 28

누나의 단짝 친구와 사랑에 빠진 연하남 정해인에게 빠지지 않은 이가 있을까.
직접 만난 정해인은 드라마보다 더 심쿵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대한민국 누나들은 지금 ‘해인앓이’ 중이다. 4월 2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기자간담회는 그 인기를 증명했다. 종영까지 8회가 남아 있었지만 언론과 팬들의 뜨거운 호응에 보답하고자 방송사가 특별히 만든 자리였는데, 배우 정해인(30)을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이 통로란 통로는 모두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해인은 이 드라마에서 친누나의 단짝 친구인 윤진아(손예진)와 사랑에 빠지는 게임 회사 아트 디렉터 서준희로 등장한다.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일찍 철든 준희는 한결같은 사랑과 격려로 진아의 무너졌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오빠처럼 든든한 연하남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깨알 같은 감동을 안기는 캐릭터로 여심을 사로잡은 정해인은 단숨에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올랐다. 함께 자리한 손예진도 “주위에서 이번처럼 뜨겁게 반응한 적은 처음이다. 정해인 씨 덕분에 수많은 여성들의 부러움과 압박을 체감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촬영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 정해인의 캐스팅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주연급이 따로 있다고 생각지 않아요. 연기 잘하는 사람이 주인공을 하면 된다는 주의예요. 평소 그런 사람을 연출부나 배우들에게 추천받아 메모해두는데, 손예진 씨의 상대역으로 정해인 씨를 추천한 사람이 많았어요. 정해인 씨가 나오는 2~3분짜리 클립 영상 3개를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오만한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오디션을 1분만 봐도 연기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다 드러나거든요. 문제는 제작사나 방송사에서는 지명도 있는 배우를 선호하는 점이었어요. 투자자의 입장에선 (인지도가 떨어지는 배우에 투자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거든요. 배우들도 상대 배우가 급이 높아야 자신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여기기 쉽고요. 그런데 손예진 씨는 저처럼 연기만 보는 타입이고 누구에게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군요. 그 지점이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정해인 씨를 캐스팅했죠.” 

이제 정해인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그는 2014년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했다. 그의 출연작은 드라마 ‘삼총사’ ‘블러드’ ‘응답하라 1988’ ‘그래, 그런 거야’ ‘불야성’ ‘도깨비’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과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역모’ ‘흥부’ 등이 있다. 그는 작은 배역임에도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는 방영 중반 살인 누명을 쓴 유 대위 역으로 촬영에 합류해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출연작을 보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스타는 아닌 것 같아요.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대세’ ‘국민 연하남’이 된 기분이 어떤가요.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죠.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만큼 황송하고요. 데뷔 후 지금까지 한두 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어떤 작품 어떤 배역이 주어지든 묵묵히, 꾸준히 연기를 해왔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적도 많아요. 이번엔 드라마 반응이 좋아서 ‘대세’라고들 하시는데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자면 그 수식어가 너무 부담스럽고 두렵습니다.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끝나고 곧바로 이번 작품에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어떤 작품을 끝내고 새 작품 들어가기 전에는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게 사실이에요. 마음 한구석에 남은 전작의 여운이나 캐릭터를 비워내야 하거든요. 근데 이번엔 그럴 여력도 없이 촬영에 들어가 극 중 서준희보다는 정해인의 시선으로 대본을 보면서 제가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먹고, 어떻게 걷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평상시 제 모습을 돌아보고 관찰했어요. 정말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준희의 캐릭터가 제가 지닌 면과 맞물리는 지점이 많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대본을 눈으로 계속 읽었어요. 저는 소리 내 연습하면 그 틀에 갇혀버려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 상황만 인지해둬요. 상대방 말과 제 말요.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대사는요. 

윤진아가 왜 자기를 좋아하는지 궁금해하자 서준희가 이렇게 말해요. “윤진아라서! 다른 이유는 없어!”라고요. 그 말이 서준희가 어떤 남자인지를 가장 잘 표현한 대사가 아닌가 싶어요. 서준희는 그냥 윤진아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남자거든요. 

지금 후반부를 찍고 있다죠. 드라마 반응만큼 촬영장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 하루하루 감사하며 행복하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드라마를 찍으며 이렇게 행복한 느낌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오롯이 시청자의 눈으로 감상하기도 처음이고요. 되게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웃음). 

촬영하면서 어색함을 느낀 적은 없나요. 

촬영에 아무리 집중해도 연기하는 당사자인 제가 뭔가 불편하거나 상대가 낯설면 대본에 있는 대사 전달이 제대로 안 되게 마련이죠. 촬영 초반 그런 이유로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연인이 되기 전 누나와 동생 간의 거리감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손예진 선배가 너무 잘 챙겨주고 편하게 대해주셔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정말 호흡이 좋아서 예기치 않게 애드리브를 해도 스스럼없이 받아줄 정도로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인기에는 안판석PD의 감각적인 키스 신 연출이 큰 몫을 했다. 손예진은 “키스 신이 하나하나 다 아름답고 예쁘게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강원도 자작나무 숲에서 서로 장난치고 미끄러지면서 했던 키스 신과 첫 키스 신이 기억에 남는다”며 “첫 키스 신은 진아와 준희의 감정이 잘 드러나 풋풋한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 상대인 정해인에겐 어떤 애정 신이 가장 인상적이었을까. 

“준희가 집에서 진아의 배에 발을 뻗어 비행기를 태워주며 뽀뽀하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실제로 사귀는 커플들이 올려놓은 키스 동영상을 참고해 도전한 신인데 촬영하면서도 무척 신선했어요.” 


안판석 PD는 이 드라마가 “윤진아의 성장기이자 서준희의 성장기이기도 하다”고 했어요. 서준희는 어떤 성장을 하게 되나요. 

준희가 초반에 보여준 모습은 진아를 보호해주는 남자다움과 달콤함, 사랑스러움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후반부로 갈수록 마음에 응어리졌던 트라우마를 깨고 나오며 더 어른스럽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줘요. 자라온 배경과 환경이 다른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되면 자기만이 아닌 상대방의 마음까지 헤아려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더 성숙해지니까요. 사람을 완성시키는 힘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후반부로 갈수록 준희와 진아의 관계가 더 애절하고 애틋해질 겁니다. 

정해인 씨도 서준희를 연기하며 성장하는 중인가요.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나 한 사람으로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고 배우고 있거든요.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 “앞으로 어떤 타이틀이나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으면 좋겠냐?”인데, 저는 매일 꿈을 꿔요.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그 꿈을 이뤘는지 체크해요.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 꿈이거든요. 날마다 잠들기 전 ‘오늘 하루 행복했는지?’ 생각해요. 그 하루하루가 모이니 이렇게 감사한 기회가 찾아왔어요. 안 PD님은 내일을 “오늘 살아남은 자의 하루”라고 표현하셨는데, 오늘 불행하면 2~3일 뒤에도 행복할 수 없어요. 오늘 행복하게 살아야 내일도, 그다음 날도, 몇 년 뒤에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에서 제 아버지로 나오는 김창완 선생님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셨어요. 촬영 끝나고 배우, 스태프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해주셨죠. 앞으로도 그렇게 오늘 하루가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웃음).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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