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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mudo

굿바이, 무한도전

EDITOR 김명희 기자

2018. 04. 30

‘무한도전’이 끝났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13년 동안 사랑받은 국민 예능의 마지막치곤 초라한 종영이었다. 마지막 녹화 날 만난 멤버들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3월 29일 종방연에서 만난 멤버들은 갑작스러운 종영에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에 합류한 조세호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했다. 

유재석은 “언젠가는 이별을 할 줄 알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와서 아쉽다. 기다려주시면 꼭 ‘무한도전’으로 다시 찾아뵙겠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무한도전’이 3월 31일 그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한도전’의 원조는 2004년 4월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 ‘토요일’의 한 코너로 시작된 ‘무모한 도전’이다. ‘무모한 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멤버들이 전철과 100m 달리기 경주를 하고, 바가지로 배수구보다 빨리 목욕탕 물을 퍼내는 것 같은, 뻔히 안 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도전하며 웃음을 안겼다. 당시 ‘초일류 연예인이 되기 위한 무한 프로젝트’ ‘내일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MBC에서 가장 적은 제작비로 만든 이 프로그램은 김태호 PD가 합류하며 ‘무리한 도전’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6년 5월 6일부터 ‘무한도전’으로 타이틀을 바꾸고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을 중심으로 무모하고도 무리한 도전에 나선 이 프로그램은 13년간 직장인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린 ‘무한상사’, 비인기 종목에 도전한 ‘레슬링’과 ‘봅슬레이’ 특집, 일본 속 아픈 우리 역사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던 ‘우토로 마을’ 특집 등 ‘레전드 시리즈’를 탄생시키며 웃음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무한도전’이 국민 예능으로 거듭나는 사이 조금 모자라는 듯 보였던 멤버들도 대한민국 연예계 대세 스타로 성장했다. 그들이 매회 몸을 던지는 강도 높은 촬영을 해낼 수 있었던 건 초심을 지키려는 의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제작진도 늘 새롭고 더 나은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김태호 PD는 방송 종영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호평을 받고 나면 ‘이번 주 방송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음 주 방송이 두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가 소진돼 다음 주 방송을 만드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는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한번은 그 공허함을 이겨내기 위해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와 ‘배달의 무도’를 전략적으로 동시에 진행했다. 그랬더니 공허함이 2배로 밀려왔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멤버와 제작진의 누적된 피로감이 크다 해도, 그것이 매회 5억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비롯한 막대한 유·무형의 가치를 지닌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포기할 정도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선 멤버들과 제작진의 불화설이 종영의 이유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태호 PD는 “문제가 있거나 외적으로 갈등이 있어서 멈추는 건 아니다. 1등 예능도 좋지만 매회 스페셜하게 다가가고 싶었는데 소재나 아이디어가 고갈됐다. 개인적으론 탈탈 털고 난 다음 제습기에 넣어서 건조까지 끝난 느낌이다. 많이 비워진 것 같아서 다시 채우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이 이대로 끝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태호 PD도 시즌2의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 않았고 유재석, 박명수 등 멤버들도 갑작스러운 종영을 아쉬워하며 시즌2를 희망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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