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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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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다시 빛난 여성동아 특종

EDITOR 정희순

2018. 04. 26

국정 농단 혐의로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각각 1심에서 징역 24년형과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국정 농단 혐의로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각각 1심에서 징역 24년형과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4년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동안의 행적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3월 28일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 등 사건’에 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제안한 인물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였다. 사고 당일 간호장교와 미용사를 제외한 외부인의 관저 방문이 없었다고 주장한 청와대의 해명은 거짓이었던 셈이다. 

단서는 이영선 전 행정관의 카드 결제 및 차량 통행 기록에서 나왔다. 이 전 행정관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지하에서 김밥을 산 뒤 오후 2시 4분 한남동에서 명동 방향으로 남산1호터널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산1호터널은 최순실 씨의 자택인 서울 신사동과 청와대를 최단거리로 오가는 길목이다. 이 전 청와대 행정관은 오후 5시 46분에도 같은 방향으로 남산1호터널을 통과했다. 검찰은 이 전 행정관이 신사동에서 최씨를 차에 태우고 남산1호터널을 거쳐 청와대로 갔다가 회의가 끝난 후 우회로로 귀가시킨 다음 청와대로 돌아올 때 다시 남산1호터널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A급 보안 손님(검색 절차 없이 차를 타고 청와대 관저 정문을 통과해 마당까지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인 최씨가 이영선 전 행정관의 차량을 이용해 2시 15분쯤 관저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했다. 침실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은 최씨를 비롯한 문고리 3인방(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관저 내실에 딸린 회의실에서 회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 이후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미용사인 정매주 씨를 다급히 호출했고, 박 전 대통령은 머리 손질을 마친 오후 4시 33분 관저를 출발해 오후 5시 15분이 되어서야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중대본에 도착해 상황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 검찰의 발표 내용이다. 


‘여성동아’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 단독 인터뷰.

‘여성동아’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 단독 인터뷰.

세월호 사고 이후 4년이 지나서야 맞춰진 진실의 조각은 앞서 지난 2016년 12월 인터넷을 통해 선공개한 ‘여성동아’(지면 기사는 2017년 1월호에 게재)의 단독 보도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 관저에서 근무한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의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당시 ‘여성동아’는 △사고 당일 정오와 오후 6시, 평소와 다름없이 관저에 1인분의 식사가 나갔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거의 매주 일요일마다 최순실 씨를 ‘프리패스’로 데리고 왔다 △최씨와 문고리 3인방이 배석해 회의를 열었다 △최씨가 회의를 마치고 돌아갈 때 자주 김밥을 싸달라고 요청했다 등 청와대 관저에서 벌어진 충격적 상황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한 전 조리장은 “추운 날씨에도 촛불 집회에 나선 국민들을 보며 나라도 진실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렵게 용기를 내 인터뷰에 응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보도된 후 “대통령이 관저에 없었던 것을 덮기 위해 인터뷰 사주를 받았다”거나 반대로 “한 전 조리장이 탄핵 찬성파의 요구를 받았다”는 등 ‘정파적’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당시 ‘여성동아’ 특종 보도가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밝힌 최초의 큰 퍼즐이었음이 확인됐다. 



한편, 국정 농단 혐의로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6일 열린 1심에서 징역 24년형과 벌금 1백80억원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사고 4주기였던 지난 4월 16일엔 자필로 쓴 항소 포기서를 서울구치소 측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은 검찰이 항소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디자인 박경옥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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