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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장동건 vs. 류승룡 궁금했던 뒷얘기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8.04.18 16:23:58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7년의 밤’이 3월 말 개봉된다. 원작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큰 부담을 안고 낯선 모습으로 영화 속에서 살다 나온 두 주연 배우에게 촬영 뒷얘기를 들었다.
장동건 vs. 류승룡 궁금했던 뒷얘기
유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계속돼왔지만 원작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는 흔치 않다. 짙은 안개 속에서 아이를 치는 사고를 내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최현수와 딸을 잃고 지독한 복수를 꿈꾸는 남자 오영제가 세령마을을 배경으로 펼치는 7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7년의 밤’은 2011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이 50만 부에 이를 정도로 강한 흡인력을 지녔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이후 6년 만에 동명의 영화 ‘7년의 밤’으로 스크린에 복귀하는 추창민 감독은 “소설 속 사실과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내면의 심리를 따라가며 근본 원인을 좀 더 깊이 파헤치는 것이 소설과 다르게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로케이션 10개월, 촬영 6개월, 후반 작업 2년을 쏟아부은 끝에 완성됐다. 

이 영화는 배우 류승룡(47)과 장동건(45)이 처음으로 연기 맞대결을 벌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개봉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두 배우가 들려준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류승룡(이하 류) 한순간의 실수와 잘못된 선택으로 엄청난 복수에 맞닥뜨리게 되는 최현수라는 인물을 연기했는데요.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 책이 영화화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마음을 읽은 듯 가장 신뢰하는 추창민 감독이 출연 제의를 하셔서 기꺼이 최현수 역을 맡았습니다. 

장동건(이하 장) 저 역시 원작의 팬이고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원작의 방대한 서사가 잘 함축된 시나리오를 보고 욕심이 나더군요. 이왕이면 오영제 역을 하고 싶었는데 저보다 먼저 캐스팅된 류승룡 씨가 마침 최현수 역을 맡아 저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웃음). 류승룡 씨는 그동안 전설의 카사노바, 킹메이커, 허균, 여섯 살 지능을 지닌 딸 바보, 용병 장수 등 어떤 배역을 맡든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200% 몰입한 느낌이에요. 

굉장히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두려움도 있었어요(웃음). 최현수의 두려움과 공포, 처절함 등을 복합적인 심리 상태로 표현해야 하기에 감독님과 대화를 참 많이 나눴습니다. 장동건 씨야말로 영화계에서 선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인데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에 도전하셨더군요. 

원작의 오영제는 사이코패스라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많이 해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사이코패스라는 틀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좀 더 인간적으로 접근했어요. 감독님과도 ‘이 사람이 왜 이런 고민들을 할까’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논의를 했죠. 카메라 앞에서 연기도 여러 가지로 해보고 외모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요. 관객들에게 그 느낌이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감독님이 세계에서 연기를 가장 잘하는 배우라고 극찬한 류승룡 씨도 누구보다 깊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항상 ‘만약 지금이 그 상황이라면?’을 화두에 두고 늘 고민하고 상의하면서 가장 효과적으로 최현수다운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어요. 또 선과 악의 미묘한 경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굉장히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영화 예고편이 나간 후 누리꾼들이 장동건 씨를 두고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탈모가 진행 중이다’ ‘처음으로 외모를 포기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탈모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해주시죠. 

오영제라는 역할에 맞는 외모를 만들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는 마을 대지주의 아들이자 치과 의사인 예민한 남자의 이미지가 그려져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도 보고 날카로워 보이는 안경도 써봤는데 뻔한 느낌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감독님이 갑자기 머리 모양을 바꿔보자고 하셔서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요.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죠. 테스트를 할 때도 ‘M자 탈모’를 만들 줄은 몰랐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니 제가 봐도 낯선 느낌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그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동건 씨는 가면을 쓰면 훨씬 더 연기하기가 편해지는 스타일인 것 같다. 내성적인 사람도 탈을 쓰면 막 까불 수 있다”고요. 관계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저를 몇 번 보시고 그런 생각과 시도를 하시는 걸 보니 감독님을 무조건 믿고 따라도 되겠다 싶었어요. 이후 촬영할 때마다 면도칼로 앞머리를 밀어 M자 탈모를 만들어가며 찍었죠(웃음). 

저는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낸 후 당황하고, 패닉 상태에 빠지고, 잘못을 방어하기 위해 숨고, 죄책감과 공포에 시달리는 심리 상태를 계속 끌고 가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오영제 역시 딸의 죽음을 향한 분노와 지독한 복수를 꿈꾸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엄청났을 것 같아요. 

제 자신에게 납득시키기 힘든 인물이라는 점이 가장 큰 난관이었어요. 이 사람의 행동들은 과연 어떤 심리에서 비롯됐을까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며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장동건 vs. 류승룡 궁금했던 뒷얘기
제가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데는 장소의 힘도 커요. 제작진이 전국 곳곳에서 찾아내 하나의 공간으로 조합한 세령마을과 세령호 등을 보고 정말 놀랐어요. 책을 보면서 이런 공간을 어떻게 구현해낼까 싶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흡사해 그곳을 찾기 위한 발걸음과 노고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어요. 덕분에 연기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저는 류승룡 씨 덕분에 연기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어요. 예전에 ‘굿모닝 프레지던트’라는 영화를 찍을 때 류승룡 씨가 북한 특사 역으로 잠깐 특별 출연을 해주셨어요. 한 장면을 같이 촬영했는데도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에너지를 느꼈거든요. 그날 저한테 처음 하신 말씀이 제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했어요. 다양한 인물들이 저를 스쳐가는 장면을 찍어 그로 인한 고충이 좀 있었거든요. 배우에 대한 이해가 있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분이구나, 하고 느꼈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연기 호흡이 뭔지를 이번에 제대로 알았어요. 류승룡 씨와 함께하는 신에서는 제가 저절로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몇 번 했어요. 그걸 리얼 케미라고 한다죠? 류승룡 씨는 자신의 에너지를 상대에게 줄 줄 아는 배우더라고요. 정말 세계 최고의 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촬영 현장에서는 극 중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고 일부러 거리를 뒀지만 사실 예전부터 장동건 씨의 팬이었어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을 때도 기대를 많이 했고요. 연륜이 오래됐음에도 현장에서 항상 고민하고 긴장하면서 자신을 가다듬는 모습, 초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촬영이 없을 땐 늘 젠틀한 분인데 오영제로 분할 때는 이런 선한 얼굴에서도 무서움이 느껴질 수 있구나 싶을 정도였죠. 한번은 밑에서 위로 올려다봤는데 그때 장동건 씨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특별히 제가 몰입하지 않아도 두려움이나 공포심이 발현될 수 있게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웃음). 장동건 씨는 영화가 개봉된 후 관객들 사이에서 어떤 얘기가 오가길 바라나요?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한계치 안에서 모든 걸 다 꺼내 소진한 느낌이 들 만큼 원 없이 연기했어요. 작품이 끝나면 항상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던 아쉬움도 이번엔 못 느꼈어요.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외면을 당할 수도 있지만, 다들 많은 정성을 들이고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한 만큼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져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좋겠어요. 류승룡 씨의 바람은요? 

오랜만에 묵직하고 거대한 서사가 있는 영화를 했어요. 영화는 원작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영화만의, 영화적인 재미를 한껏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같은 소설을 보셨으니, 이제 소설 같은 영화를 보시게 될 겁니다. 이번 작품을 찍으며 외피보다 심연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집중했던 것처럼 관객들도 영화를 보며 감정이입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photographer 지호영 기자 designer 김영화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여성동아 2018년 4월 6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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