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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couple #interview

‘우럭 여사’ 정재은·서현철 부부 중년의 흔한 인생 코미디

editor 정희순

작성일 | 2017.09.07

배우 정재은이 ‘우아한 럭비공’이라면 배우 서현철은 세계적인 럭비 선수쯤 되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내를 사랑하는 데 있어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럭 여사’ 정재은·서현철 부부   중년의 흔한 인생 코미디
부부 도합 연기 경력 50년. 내로라하는 배우 커플인 이 부부는 최근 인생작을 만났다. 드라마도 연극도 영화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이다. 시작은 이랬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서현철(52)이 여러 에피소드를 털어놓다가 아내 정재은(48)의 못 말리는 말실수에 관해 얘기한 것이 발단이었다. 통 밥을 먹지 않는 아내에게 이유를 물으니 “몸도 무겁고, 살도 찌는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다이어트)하려고” 했다든가, 고장난 비데를 수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님 화장실에도 내비(비데) 다는 게 낫지 않아?” 하고 말했다는 ‘깨알’ 에피소드들이 그 예다. 양조간장과 국간장의 차이를 몰라 밥을 비벼 먹을 때 국간장을 넣는다고 우겼다거나, 포도씨유와 올리브오일이 다른 종류의 기름인지 몰라 ‘포도씨 올리브오일’을 사오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시청자의 배꼽을 잡게 했다.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서현철의 아내 정재은’에게 쏠렸고, 급기야 그녀를 SBS 예능 프로그램 〈싱글와이프〉로 소환해내기에 이르렀다.

정재은의 정체가 공개된 순간! 정재은은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안녕하세요오~” 하고 꿋꿋이 한국어로 말을 건네고,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서 검지만 사용하는 독수리 타법을 선보인다. 여행길이 힘들고 지칠 법도 한데, 특유의 친화력과 명랑함으로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든다. 남편의 발언을 몸소 증명(?)해 보인 덕에 그녀는 ‘우럭(우아한 럭비공) 여사’라는 캐릭터도 얻게 됐다. 단언컨대, 배우 서현철과 정재은은 요즘 예능 판에서 ‘핫’한 부부다.



‘우럭 여사’ 정재은·서현철 부부   중년의 흔한 인생 코미디
예능에서 이렇게 터질 줄 예상했나요(웃음).
서현철 “그거 진짜야? 에이 거짓말” 하고 믿지 않았던 분들도 “와, 진짜였네” 하시는 분위기예요. 사실 와이프가 이런 캐릭터라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어요. 둘 다 배우다 보니 우리를 함께 아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대학로에서 공연 마치고 동료들과 술을 마실 때 아내의 말실수와 관련된 이야기는 제 단골 에피소드였죠.

정재은 방송 나가기 전에 남편이 녹화 때 제 얘기를 했다곤 했는데, 막상 방송을 보니 제가 완전 요리 무식자에 실수투성이처럼 묘사됐더라고요. 재밌게 잘 봤다는 문자 메시지를 많이 받긴 했지만, 정작 저는 삐쳐서 이틀 동안 남편과 말도 안 했어요. 아는 사람들이야 괜찮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컸고, 무엇보다 너무 창피했죠.

‘우럭 여사’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요.
서현철 예능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싱글와이프〉 출연을 결정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아내를 여행 보내주는 콘셉트의 파일럿 프로그램이라기에 해보자고 했던 건데 반응이 뜨거워서 너무 놀랐죠. 〈싱글와이프〉 출연 이후 저희 부부를 좋은 이미지로 바라봐주셔서 감사해요. 무엇보다 아내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줬다는 게 기쁘더라고요.

정재은 사실 배우가 자기의 본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잖아요. 리얼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걱정되면서도 궁금했어요. 주변에서 댓글은 보는 게 아니라고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예능 보다가 감동받긴 처음이에요’ 하는 글이었어요. 제가 혼자 여행을 가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됐대요. 저를 통해 위안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무척 좋더라고요.

정재은 씨는 방송을 통해 일본과 러시아를 다녀오셨죠. 여행은 어떠셨나요.
정재은 제가 평소에 눈물이 많은 타입이 아닌데 왜 그랬는지 모를 정도로 여행을 갈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숙소까지 찾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막상 숙소에 다다르고 나니 저를 도와줬던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서 그랬나봐요. 여행을 하는 순간순간은 무척 힘들었지만, 한국에 오고 나면 그 순간들을 다시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결론적으론 너무 좋았죠. 또 가고 싶어요.

서현철 제가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인도를 가보고 싶어요. 엄청난 빈부 격차와 극심한 계급 사회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싶거든요. 여보, 나 고추장은 꼭 챙겨줄 거지?

정재은 당연하지. 남편이 고추장 없이는 밥을 못 먹거든요(웃음). 그런데 여행을 혼자서 두 번 다녀오고 나니, 가장 필요한 건 ‘용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어 때문에 의사소통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끈기를 가지고 시도하다 보면 결국 다 통하더라고요. 음,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웬만큼 알고 가야 해요. 물론 급할 땐 공부했던 게 하나도 떠오르지 않긴 하지만요(웃음).

엄마가 여행 다니는 모습을 본 딸 은조는 뭐라고 하던가요.
정재은 자기도 꼭 가고 싶다고 하죠. 종종 은조와 함께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곤 하는데, 쿠바에 꼭 데려가달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제가 다녀온 일본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사촌 언니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가겠대요. 아직 어려서 많이 데리고 다니진 못하지만, 엄마 마음으로는 온 세계를 다 보여주고 싶어요. 요즘은 “엄마 고생하는 거 봤지? 영어 공부 열심히 하자!” 하고 권하는 중이에요(웃음).

서현철 은조는 사람들이 엄마, 아빠를 알아보는 게 좋은가 봐요. 여기저기서 사인해달라고 요청받는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사인을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하더니 혼자 연습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은조는 무대에 서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부모님은 공연하는 분들이셔. 나도 나중에 이런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말했다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은조가 배우가 되든, 되지 않든 상관없어요. 그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길 바랄 뿐이죠.



‘우럭 여사’ 정재은·서현철 부부   중년의 흔한 인생 코미디
은조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서현철 아내와 제가 같이 지었죠. 제 드라마 데뷔작이 문근영 씨가 주연을 맡았던 〈신데렐라 언니〉(2010)라는 작품인데, 그때 문근영 씨가 맡은 배역이 ‘은조’라는 이름이었어요. 제가 은조의 아빠 역할로 나왔고요. 마침 그때 아내가 임신 중이어서 이 이름으로 정했죠.

정재은 극 중 은조가 친딸은 아니었어요. 동거하는 여자의 딸이었지(웃음). 당시 남편을 서포트하겠다고 임신한 몸으로 촬영장에 함께 다니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꼭 우리 셋이 한 작품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신데렐라 언니〉를 집필하신 김규완 작가님께 아이 이름을 은조라고 해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했어요. 무척 반가워하시면서 오히려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서현철 씨는 연기도, 결혼도 늦게 한 편이시죠.
서현철 회사 생활을 하다가 서른한 살에 대학로로 가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어려서 시작했으면 힘들다고 금방 그만둘 수도 있었겠지만,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목표를 이룬 것 같은 느낌이었죠.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거?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이것 외에는 모두 다 세금으로 내는 거라고 여겼거든요. 목표를 이미 이뤘으니까, 서두르거나 조급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하고 싶은 걸 쫓아 사는 저 같은 사람에게 결혼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죠. 혼자 고생하는 건 괜찮은데 가족까지 고생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정재은 2005년 한일 합작 연극 〈강 건너 저편에〉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추면서 남편을 처음 만났어요. 그때 남편 나이 마흔, 제가 서른여섯이었죠. 독신주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결혼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았어요. 일본에서 3개월간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이 남자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렇게 교제를 시작해 5년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이 남자라면 결혼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어떤 모습에 끌렸나요.
정재은 처음엔 되게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같이 있으면 계속 웃게 되더라고요. 남편은 그림자 같은 남자예요. 엉뚱한 데다 덜렁거리기 일쑤인 저를 늘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사람이죠. 겉으로 대놓고 티 나게 챙겨주기보다 평소에 가만히 제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쓱’ 하고 챙겨주는 사람. 남편은 꼭 무슨 날이라서 이벤트를 벌이고 선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길 가다 예쁜 게 보이면 그냥 사오는 타입이에요. 연애 때 한번은 “재은아, 너 항상 손이 터 있더라. 이거 발라” 하고는 핸드크림 하나를 ‘툭’ 건네더라고요. 느꼈죠. 아, 이게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구나, 하고요.

서현철 처음 보는 사람들은 “부인께서 우아한 매력이 있다”고 칭찬하는데 그건 말도 안 돼요. 지금껏 살면서 우아한 척하는 건 많이 봤는데 진짜로 우아한 건 못 봤거든요. ‘우아한 럭비공’이라는 말도 그래서 떠올리게 됐죠. 아내의 가장 큰 매력은 순수함이에요. 아내와 10분만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거예요.  

유쾌한 부부에게도 고민이 있나요.
서현철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전쟁 날까 봐 그게 걱정이래요(웃음). 음, 고민이 있다면 요즘처럼 흉흉한 시절에 어린 딸이 상처 받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에요. 사람에겐 누구나 어려움이 찾아와요. 은조도 억울한 일을 당하고,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도 생길 테지만 그걸 슬기롭게 견뎌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정재은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우린 어른이니까 힘든 일이 닥치면 ‘연륜’으로 슬쩍 넘어가기도 하잖아요. 아이는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이니까 은조가 힘들어할 때 부모로서 어떻게 옆에서 위로하고 끌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돼요. 다른 하나는 건강! 더 이상은 바라는 거 없어요.

예능으로 오른 물, 연기로는 어떻게 펼쳐낼 계획이세요.
서현철 배우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아세요? “연기하고 있네”예요(웃음). 평소 연극 무대에 꾸준히 선 배우들은 굳이 뭘 하지 않아도 그냥 ‘확’ 풍기는 오라가 있어요. ‘홈런 쳐야지’ ‘제대로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이 제일 무서운 거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이 배우는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식으로 구분을 지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역할은 잘하는데 저런 역할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저 배우와는 합이 잘 맞는데 또 다른 배우와는 영 감정이 안 살기도 하잖아요.

어떤 이는 배우라는 직업이 여느 직업과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별반 다르지 않아요. 연기라는 것 자체가 다른 이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연기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같이 공연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배우, 상대가 어떤 톤으로 연기하든 잘 받아주는 배우요.

정재은 제가 일이 있을 때마다 친정어머니께서 아이를 돌봐주고 계세요. 일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된 셈이죠. 여배우들 중에 육아 때문에 작업을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많은데 저는 정말 복 받은 거예요. 친정어머니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오래오래 연기할 거라는 말도 함께요(웃음).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박경옥 의상협찬 STCO 머스트해브머스트 세온 시리즈 엔드리나 가벵양 헤어 이하정(이희 Hair&Make-up) 메이크업 이미영(이희 Hair&Make-up) 스타일리스트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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