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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ouple #wedding

윤화가 민기를 사랑할 때

editor 정희순

2017. 09. 07

함께라면 어디든 떠나고 싶은 여자와 함께라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남자가 만났다. 8년째 열애 중인 ‘프로염장러’ 홍윤화와 김민기다.

“요즘 대세 래퍼들이 많이 한다는 ‘쉼표 머리’잖아? 오빠 너무 귀엽다.”

“드레스 입으니까 꼭 만개한 꽃 같다. 진짜 예쁜데?”

개그계 대표 커플 홍윤화(29)와 김민기(34)는 서로를 향한 액션과 리액션을 멈출 줄을 몰랐다. 2010년 4월부터 꼬박 7년 넘게 이어온 연애는 여전히 뜨겁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솔로들은 잠자던 연애 세포가 깨어나고 커플들은 권태기를 잊게 된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듯했다.

사랑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고요했던 가슴에 먼저 물결이 인 건 홍윤화였다. 2006년 SBS 〈웃찾사〉로 데뷔한 홍윤화는 2년 후배인 김민기와 함께 코너를 맡았다. 당시 개그를 짤 때마다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는 김민기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홍윤화가 어렵사리 뜬금포를 날렸다. “저 오빠 좋아해요.” 나이는 많지만 개그계에선 후배였던 김민기는 이렇게 답했다. “선배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라고.

“그런데 그날부터 계속 윤화가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윤화의 표정,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죠. 신기하게도 윤화의 싹싹하고 밝은 에너지가 제게 전이되는 것 같더라고요. 결정적으로 어른들에게 싹싹하게 다가가는 윤화의 모습을 보면서 남자 대 여자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쳇말로 ‘썸’을 탈 땐 팀워크를 핑계로 다른 개그맨들과 섞여 몰래 데이트를 즐겼다. 한번은 서울 여의도로 벚꽃을 구경하러 갔는데, 어쩌다 보니 한 선배 커플의 전담 사진사 노릇을 하게 됐단다. 당시 두 사람이 썸을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된 그 선배는 “부부 사기단에게 당한 꼴”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하고 사흘 만에 동료들에게 다 들켰어요. 어떤 선배가 오빠 휴대전화에서 ‘여봉봉’이라고 저장된 통화 목록을 발견한 거예요. ‘너 여자 친구 생겼냐?’ 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는데 바로 옆에 있던 제 휴대전화가 울려버린 거죠. 황당해하던 그 선배가 재차 확인하더니 ‘야! 얘네 둘이 사귄다!’ 하고 소리를 질러서 모두가 알게 됐어요.”

연애를 시작한 후 김민기는 연인 홍윤화의 부름을 받들어 그녀의 동네인 서울 혜화동으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한동네에 산 지 벌써 7년째. 동료 개그우먼과 함께 사는 홍윤화는 자기가 키우고 싶었던 유기견 망망이를 입양해 김민기에게 선물했다.

“아까 침대 위에서 촬영을 할 때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망망이’가 없어서 그런 거더라고요. 망망이를 데려온 건 저인데, 오빠와 같이 살아서인지 둘이 성격이 비슷해요.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망망이는 낯선 사람이나 차를 무서워해서 낮에 데리고 나가긴 힘들더라고요. 주로 새벽에 셋이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게 저희의 단골 데이트 코스예요.”

작년에는 반씩 돈을 모아 함께 탈 차도 한 대 뽑았다. 둘 다 초보 운전이라 연습용으로 타려고 경차를 샀다고 하기에 “경차요?”라고 되묻자, 홍윤화는 “다들 놀라요. 네가 어떻게 경차를 타, 하면서요. 의외로 넓은데 말이죠” 하고 말했다. 어쨌거나 덕분에 둘의 데이트 반경은 꽤나 넓어졌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함께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랑한 후에 달라진 것들

털털한 성격의 윤화는 민기 앞에만 가면 천생 여자가 된다. 윤화가 “오빠~앙” 하고 부르면 민기가 “윤화야, 나 불러쪄?” 하는 식. 무뚝뚝했던 김민기가 이렇게 달라진 건 순전히 홍윤화의 영향이란다.

“저는 원래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연애 초반에 같이 밥을 먹고 윤화가 계산을 했는데, 대뜸 저더러 ‘오빠 잘 먹었어?’ 하고 묻는 거예요. ‘응’ 하고 대답했더니 ‘그런데 왜 잘 먹었다는 말을 안 해?’ 하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고맙다, 사랑한다, 아낀다는 말은 해도 해도 모자라니까 앞으로는 꼭 표현을 해달라더라고요. 이제는 윤화랑 뭘 먹을 때 쉴 새 없이 말을 해요. ‘엄청 맛있다. 윤화야, 너도 맛있지? 왜 이렇게 맛있니’ 하면서요.”

“오빠는 저를 만난 이후에 어머님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했어요. 처음엔 ‘얘가 갑자기 왜 이래?’ 하고 당황하셨던 어머님도 지금은 그게 익숙해지신 것 같더라고요. 오빠가 어머니와 서로 애정 표현을 하는 걸 보면 참 뿌듯해요.”

개그맨은 원래 남을 웃기는 직업이라지만, ‘윤화바라기’ 김민기는 홍윤화가 웃을 때 행복한 남자다. 연애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묻자 김민기는 주저 없이 “윤화가 연말에 상 받았을 때”를 꼽았다.

“제가 윤화랑 코너를 짜면서 그랬거든요. ‘윤화야, 오빠가 진짜 재밌는 거 짜서 너 연말에 꼭 우수상 받게 해줄게’라고요. 그런데 진짜로 그해에 윤화가 우수상을 받은 거예요. 그날 서로 축하하면서 또 한 번 약속했어요. ‘오빠가 내년엔 너 최우수상 받게 해줄게’라고요. 이듬해에 윤화가 또 최우수상을 받은 거예요. 윤화 이름이 호명됐을 때 제가 기뻐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어요. 콧구멍 벌렁거리면서 물개 박수를 치고 있더라고요.”  

두 사람은 내년쯤 결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민기가 “윤화가 프러포즈는 꼭 유럽에서 해달라고 했어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안 그러면 결혼 안 하겠대요” 하고 말하자 홍윤화가 “그땐 해외를 한 번도 안 가봐서 그 빌미로 유럽 한번 가보려고 한 거지!” 하며 깔깔 웃는다.
홍윤화는 장난기 어린 표정인데, 김민기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그런데 오빠~앙, 우리 함께 파리에 가면 정말 멋질 것 같지 않아? 우~ 샹젤리제~ 우~ 샹젤리제~.” 

조만간 시작될 두 사람의 여행은 분명 지금처럼 행복이 가득할 거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데 최근에 윤화가 혼자 삐친 적이 있어요. ‘나 더 이상 오빠랑 이야기 싫어! 나 갈래!’ 하고는 차를 ‘훅’ 하고 몰았는데 초보라서 기둥에 옆부분을 ‘다라라락’ 긁은 거예요. 놀랐으면서 지기 싫었는지 핸들을 반대로 꺾어 후진을 했는데 또 ‘까가가각’ 하고 긁히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결국 윤화가 씩씩거리면서 유리창을 내리더니 ‘오빠~앙, 뒤 좀 봐줘’ 하더라고요. 상황이 너무 웃겨서 배꼽잡고 웃었죠, 뭐. 이런 여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김영화 장소협조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드레스제작 장서경(오스텔라) 의상협찬 오스텔라 H&M 레인코트 아르뉴 더스티모브 아띠레 미소페 헤어 성익(작은차이) 메이크업 유림(작은차이) 스타일리스트 장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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