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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okja

옥자를 보았다

editor 정희순

작성일 | 2017.07.06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과 넷플릭스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은 잠시 접어두자. 6월 29일, 단관 극장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관람했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에디터의 리뷰를 전한다.
옥자를 보았다
영화계에 뜨거운 화두를 던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6월 12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다. 대부분의 상업 영화는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행사를 진행하지만, 아직 멀티플렉스 극장 측과 개봉 시점 등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는 결국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를 열었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 개봉 자체가 불투명함에도 불구, 영화 〈옥자〉에 대한 언론과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이튿날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옥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옥자를 보았다

# 상상 속 동물 옥자의 ‘수줍은’ 얼굴  ★★★☆

옥자를 보았다

‘미자’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안서현.

영화의 타이틀이자 주인공인 ‘옥자’는 100%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거대 동물이다. 극 중 글로벌 식품 기업인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슈퍼 돼지’를 만들어내고, 세계 각지의 농부들에게 나름의 방식대로 키우도록 한 후 이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 그중 한 마리가 바로 한국의 산골 소녀 ‘미자’와 10년을 함께 자란 옥자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라는 동물을 처음 상상할 때, 덩치는 큰데 내성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돼지이긴 하지만 하마와 코끼리, 미국 플로리다 주에 분포하는 매너티라는 동물을 결합한 비주얼이다”라며 옥자를 소개했다. 실감 나는 형상을 만들어낸 사람은 영화 〈괴물〉에서도 봉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춘 크리처 디자이너 장희철이다. 수많은 동물 중 ‘돼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봉 감독은 “대부분 돼지를 식재료로 인식하지만, 서양에선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도 꽤 많다. 돼지가 지닌 이중적인 운명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옥자의 목소리는 영화 〈마더〉에서 봉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정은이 맡았다. 여기에 영화 〈디스트릭트9〉 〈반지의 제왕〉을 작업했던 사운드 엔지니어가 뉴질랜드 돼지의 소리를 따서 융합, 디지털 변조를 통해 실감 나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 안서현의 집중력과 변희봉의 관록 ★★★★☆

이번 영화에서 눈에 띄는 캐릭터는 옥자의 둘도 없는 친구로 등장하는 아역 배우 안서현. 영화 〈괴물〉을 통해 고아성을 발굴해 ‘칸의 샛별’로 만들어낸 봉준호 감독의 캐스팅이기에 더 눈길이 간다. 봉준호 감독은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녀가 강인했을 때 느껴지는 아름다움, 그건 소년 배우가 주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안서현 배우는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제가 옥자의 엄마이자 보호자군요’라고 말할 정도로 그걸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굉장히 영민한 배우다”라며 안서현을 치켜세웠다. 무엇보다 옥자는 CG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촬영 당시 안서현은 상대 없이 홀로 감정을 잡아야만 했다. 그래서 2100:1의 경쟁률을 뚫고 미자 역을 따낸 안서현의 집중력은 더욱 빛이 난다. 미자의 할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 변희봉 역시 빼놓기 어렵다. 미자에게 슬그머니 금돼지를 건네는 모습에서, 옥자를 찾으러 무작정 떠나겠다는 손녀딸의 반항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의 연기 내공이 십분 발휘된다. 배우 변희봉이 봉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변희봉 경비, 〈살인의 추억〉에서는 구희봉 반장, 〈괴물〉에선 박희봉 노인으로 등장했다. 이번에 맡은 인물의 이름은 주희봉이다.

# 재미와 계몽 사이에서 ★★★★

옥자를 보았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관객이 처한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읽히겠지만, 큰 골자는 동물 보호다. 영화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내는 거대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동물 보호 단체 AFL, 옥자의 반려인 미자와 정면으로 대립한다. 영화 속에 비친 거대 도살장의 풍광은 섬뜩하고, 그 안에서 옥자가 당하는 고통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거대 도살장에서 들려오는 변형 돼지들의 울음소리는 관객의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이렇듯 영화는 돼지고기가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오기까지의 잔인한 과정을 폭로한다. 교훈적인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취재 차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도살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 현대적인 공장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곳인데, 영화에 비친 것보다 20, 30배 정도 참혹한 광경이었다.

그때 맡은 도살장의 피, 배설물, 녹여지는 뼈 등이 섞인, 말로 표현하기 힘든 냄새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철학적 결단 때문이 아니라 그 경험 때문에 자연스레 고기를 못 먹게 됐다. 물론 〈옥자〉가 육식에 반대하는 영화는 아니다. 육식은 인류가 수천 년간 이어온 자연의 흐름이다. 단지 공장에서 제품을 대량 생산하듯 동물을 제품처럼 여기고, 가혹하고 잔인한 환경에서 도축하는 것은 최근에 새롭게 생겨난 양상이다. 다 돈을 벌기 위한 거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달 정도 비건(동물성 제품의 섭취는 일절 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생활을 했는데 서울에 와서 회식을 즐기다 보니 원래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주변에 누가 보는지를 확인한 후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 돼지고기를 제외한 닭고기와 소고기를 먹는다”며 웃었다. 영화 홍보차 내한한 틸다 스윈튼은 〈옥자〉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 “범우주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아트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대립

옥자를 보았다
영화 〈옥자〉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과 손잡고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넷플릭스는 영화 〈옥자〉에 투입된 6백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했다. 넷플릭스는 한국과 미국, 영국 극장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가입자들에게 영화를 서비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동시 개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6월 17일 현재까지도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극장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화는 국내 기준 전체 영화관의 5%를 차지하는 서울극장, 대한극장, 씨네큐브 등 단관 영화관을 중심으로 개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봉준호 감독은 “멀티플렉스 극장과 넷플릭스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극장업을 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3주간의 홀드백’은 당연한 주장이고, 넷플릭스 역시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만든 영화인데 가입자들에게 마냥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이 논란은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모두 보여주기 위한 내 욕심에서 비롯됐다. 다만 〈옥자〉가 영화 산업과 관련해 여러 가지 룰을 다듬는 신호탄이 될 것 같다. 관객에겐 오래간만에 정다운 극장을 다시 찾아갈 기회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옥자〉를 접할 대중은 영화에 대해 어떤 평들을 내놓을까. 에디터는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허니버터칩’을 떠올렸다. 과자를 안 먹던 사람도 그 맛이 궁금해 편의점 앞에 줄을 선 전설의 그 감자칩 말이다. 아마 이번 논란으로, 영화를 즐겨 보지 않던 사람도 그 내용이 궁금해 〈옥자〉를 찾아 보게 되지 않을까. 단관 극장을 찾든, 넷플릭스에 가입 하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
 
사진 박해윤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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