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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드는 남자 이필운 안양시장

editor 김명희 기자

작성일 | 2017.06.27

도시는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시민들의 행복이 도시의 르네상스를 가져온다고 믿는 이필운 안양시장과의 인터뷰.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드는 남자 이필운 안양시장
이필운(62) 시장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부드러운 인상과 거기에 꼭 어울리는 핑크색 셔츠였다. 과거 외국의 한 의류회사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핑크색 셔츠를 즐겨 입는 남성은 자신감 넘치고 능력도 뛰어나며, 동료 여성들의 호감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핑크는 여성적인 컬러라는 심리적 장벽 때문에 남성들에게 외면받고 있지만, 사실은 남성에게도 잘 어울리는 색이다. 핑크색을 즐겨 입는 남성이 성공하는 배경에는 ‘핑크=여성’이라는 편견을 가볍게 뛰어넘는 열린 마음도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서두에 색깔 이야기가 길었던 건, 이필운 시장이 공감과 소통, 열린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안양시의 핑크빛 미래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다. 경기도 서남부에 위치한 안양시는 한때 공장과 기업이 밀집해 있는 산업화의 중심 도시였으나, 2000년대 후반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닥쳤다. 도시 부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 이필운 시장이 선택한 정책은 사람 중심의 인문 도시, 따뜻한 복지 도시, 가족 행복 도시 구현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 저출산 문제도 극복되고 외부로부터 새로운 인구도 유입돼 도시 르네상스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가 행복감을 상실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과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가정의 건강을 되찾는 일이 시급합니다. 안양시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에 두고 행정을 추진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죠.”

안양의 여러 변화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안전과 보육, 교육 환경을 개선해 여성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점이다. 여성가족부가 선정하는 여성친화도시에 2011년에 이어 2016년 재지정된 점이 이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 여성친화도시는 지역 발전 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성별 차이에 따른 불편을 개선함으로써 결국 지역주민 모두가 윤택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미래 도시의 핵심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안양시는 2011년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이래 성평등 기본조례 제정, 안심귀가 모바일 서비스, 범죄 예방 환경 디자인 사업, 아동 안전 지도 제작, 위험 감지 비상벨 설치 등의 사업을 추진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앞으로는 여성 일자리 창출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경제활동 지원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진심을 다해 소통하다
안양 토박이인 이필운 시장은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해 여주군수, 청와대 민정비서실 행정관, 경기도 자치행정국장, 평택 부시장, 안양 부시장 등을 거친 지방 행정 전문가다. 2007년 12월 안양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2010년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재검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932표 차로 당선됐다. 안양시장이라는 자리와 각별하고 드라마틱한 인연을 이어온 이필운 시장은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얼마 전 제가 다녔던 안양초등학교에서 일일교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6학년 1반이었는데, 그날 수업을 들어갔던 반도 마침 6학년 1반이었어요. 50년이란 세월을 뛰어넘어 같은 공간에서 후배들을 만나니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그처럼 밝고 자신감 넘치는 학생들이 안양의 미래라 생각하니 든든하기도 하더군요. 그 친구들에게 좋은 도시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정의 시작은 소통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시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드물다. 이필운 시장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장실을 개방하고 민원인들과 만나고 있다. 2015년 3월 시작된 열린 시장실을 다녀간 시민은 1천5백여 명에 이른다. 억울한 마음에 고성을 지르며 찾아왔다가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놓고 웃으며 돌아간 이들도 있고, 요구 사항이 왜 받아들여질 수 없는지 논리적인 설명을 듣고 납득해서 돌아가는 이들도 있다. 물론 안양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제안을 내놓은 시민들도 많다.

“소통의 기본은 역지사지입니다. 다른 사람이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요. 시장실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담당 공무원 선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저를 찾아오시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겠어요. 민원인의 애로사항을 듣다 보면 마음 같아서는 모두 해결해 드리고 싶지만 법규나 제도상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답답한 마음을 헤아려드리고 함께 고민하면서 대안을 찾아나가는 것이죠.”  

이필운 시장을 만난 안양예술공원은 안양시가 과거 유유산업 부지를 사들여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이곳에서 ‘안양사(安養寺)’라는 글자가 적힌 고려시대 기와가 여러 점 출토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안양사는 고려 태조 왕건이 창건한 사찰로, 안양이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했다. 

“원래 불교에서 안양은 마음이 편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이상적인 세계, 즉 극락정토를 의미해요. 불국사의 안양문, 부석사의 안양루 등 불교 건축물에 안양이라는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안양 시민들이 이곳 지명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게 부여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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