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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law 이재만 변호사의 여성 로스쿨

“저희 쇼핑몰의 실수로 고객님의 핫딜이 취소되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격 할인가에 명품 의류를 구입한 A씨.가격 표기 실수라 결재를 취소해달라는 쇼핑몰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까?

이재만

2017. 04. 13

Q 지난겨울부터 눈여겨보던 패딩 점퍼가 있었는데, 1백50만원 정도 되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시즌 마감 세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12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나왔기에 바로 주문 결재를 했습니다.

그런데 업체 쪽에서 판매가가 1백20만원인데 가격 표시를 잘못했다며,  1백20만원에 구매를 하거나 아니면 주문을 취소해 달하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업체의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고, 저도 이 일로 시간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는데 업체의 일방적인 요구를 따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예전에는 좋은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면 요즘에는 수많은 인터넷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가격 비교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손품’을 판다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질문자의 경우 손품을 팔아서 어렵게 패딩 점퍼를 구매했는데, 업체 측에서 이를 취소해달라고 하니 왠지 아깝고 억울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질문자의 패딩 점퍼 구매는 취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법은 법률 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고, 다만 그 착오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경우에만 취소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요(민법 제109조 제1항). 이는 단순 실수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그래도 계약은 계약이니 무조건 이행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판매자가 물품을 90% 할인 판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볼 수 있고, 패딩 점퍼의 판매· 구매에 있어서 가격이 1백20만원인지 12만원인지는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며, 통상 인터넷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그 수가 무척 많고 종류도 다양하여 업체 담당자가 하나의 상품에 가격을 잘못 입력했고 이를 즉시 발견해 수정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를 중대한 과실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업체 측은 질문자와의 거래를 취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35만원짜리 휴대전화가 3만5천원으로 게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구입하였다가 업체 측으로부터 계약 취소를 통보받은 사안에서도, 하급심 법원은 업체 측의 착오에 의한 취소권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비록 패딩 점퍼 구입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한 질문자의 정신적, 시간적 손해는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질문자는 업체를 상대로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수가 많지 않고 패딩 점퍼의 가격이 12만원으로 잘못 표시되어 있던 시간이 상당히 오래돼 가격 기재 오류가 업체의 단순 과실이 아닌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볼 만한 정황이 있다면 업체에게 취소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의 권리를 찾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이재만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아는 법이 힘’이라고 믿고 강연, 방송,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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