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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04 trip #motor

봄날의 질주

editor 안미은 기자

작성일 | 2017.03.09

우리는 겨울을 등지고 달렸다. 따사로운 햇빛이 얼굴을 만지고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렇게 벚꽃 내리는 봄날이 유리창을 두드렸다.
봄날의 질주

김밥천국은 건널목 앞, 벚꽃천국은 진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
올해도 어김없이 4월이 되면 진해에서 군항제가 막을 올린다. 이즈음 진해와 창원은 갓 튀겨낸 팝콘처럼 펑펑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원 없이 벚꽃을 감상하며 드라이브하려면, 시야를 가리는 지붕이 없어야 마땅하다. 답은 컨버터블이다. 기왕 먼 곳까지 떠난다면 핫한 ‘신상’이 어울린다. 바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같이. 무려 16글자나 되는 이름만큼, 위상과 존재감 모두 특별하다. 이보크 컨버터블은 전동식 여닫이 지붕을 씌운 SUV다. 특수 직물로 짠 지붕은 시속 48㎞를 달리면서도 스위치를 살포시 눌러 여닫을 수 있다. 여는 덴 18초, 닫는 덴 21초 걸린다. 톱을 열었을 때 개방감은 압도적이다. 주변 승용차의 지붕을 내려다보며 살랑살랑 바람 맞는 기분이 끝내준다. 땅바닥에 납작 붙어 다니는 컨버터블과는 차원이 다르다. 뒷좌석도 흠잡을 데 없이 편안하고 아늑하다. 윈도가 작아 성벽에 오붓이 둘러싸인 기분마저 든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 직분사로 180마력을 낸다. 여기에 자동 9단 변속기를 물렸다. 이보크 컨버터블의 엔진은 재미나 자극과 거리가 멀다. 0km에서 시속 100㎞ 가속 시간 역시 10.3초로 평범하다. 그런데 큰 불만이 없다. 바로 ‘오픈 에어링’이 주는 희열 때문이다. 그래서 지붕을 열었을 땐 체감 가속이 1.3배 빨라진다. 게다가 가공할 만한 험로 주파 능력을 뽐낸다. 다이얼만 돌리면 엔진과 변속기, 디퍼렌셜 등 노면에 따라 4가지 맞춤 세팅을 바꿀 수 있다. 심지어 50㎝ 깊이의 물길도 헤쳐나간다. 이보크 컨버터블을 탈 땐 선망과 질투의 시선을 각오해야 한다. 너무 멋져서, 너무 우월해서.

살짝 번진 수채화처럼 물안개가 뽀얗게 내려앉은 길에서

BMW i3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
남한강과 북한강, 이 두 강이 만나는 지점은 경기도 양수리의 두물머리다. 물안개 핀 두물머리의 새벽 풍경은 수많은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남겼다. 봄날의 고요한 아침을 여는 드라이빙에는 BMW i3가 제격이다. i는 독일 BMW가 야심 차게 선보인 서브 브랜드다. i3는 이 브랜드의 대중화를 책임진 전기차다. 전기차엔 엔진이 없다. 그래서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 엔진이 없으니 라디에이터도, 연료 탱크도 없다. 엔진 오일을 보충하거나 타이밍 벨트를 갈아 끼울 필요도 없다. 가전제품처럼 때맞춰 충전하고 전원을 켜면 된다. 꽁무니에서 폴폴 뿜는 배기가스 또한 없다.

BMW i3의 디자인은 어디서든 튄다. SF 영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소품 같다. 그래서 아직은 쳐다보는 행인도, 스티어링 휠을 쥔 나도 낯설다. BMW는 바로 그 점을 노렸다. 전기차 특유의 위화감을 어떻게 지울지 고민하던 경쟁사와 정반대로 움직인 거다. 하지만 i3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극히 BMW답다. 가령 뒷바퀴 굴림 방식에 앞뒤 무게는 반반으로 나눴다. 경쾌한 맛을 살리기 위해 배터리를 더 싣고 싶은 욕심을 다독여 차체 무게는 1300㎏으로 빠듯하게 옥좼다. 여기에 반전이 하나 더 있다. 운전 감각이 여느 BMW와는 다르다. 가속하면 땅속 깊숙이 지하철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스미며 등을 거세게 떠민다. 0km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7.2초. 어지간한 스포츠 세단보다 빠르다. 그런데 귀는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먹먹하다. 그래서 한층 더 풍경에 몰입하게 된다. 함께하는 시간의 마디마디가 한층 더 명징한 기억으로 남는다.


봄날의 질주

부러 굽은 길이 많은 청풍 호반을 들렀다

시트로앵 C4 피카소
임유신 〈evo〉 한국판 편집장
봄을 제대로 맞이하는 방법은 ‘받아들임’이다. 봄이 오는 소리를 귀로, 생명이 움트는 광경을 눈으로, 나날이 따사로워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봄날의 길은 어디부터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사하고 눈부시다. 풍광을 보면서 굽이친 길을 달릴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시트로엥 피카소는 시야가 굉장히 넓다. 운전하기 편하도록 전방 시야가 넓은 데 그치지 않는다. 지붕에는 커다란 파노라마 루프를 달았고, A필러 부근에도 커다란 창을 하나 더 달았다. 앞 유리 면적도 넓혔다. 마치 유리로 된 온실처럼 상하좌우 시야가 뻥 뚫렸다. 봄날의 모든 풍경을 차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구조다. 따사로운 봄 햇살도 차 안에서 원 없이 쬘 수 있다.

1.6L 디젤 엔진은 배기량은 적지만 토크가 커서 유유자적 적당히 여유 부리며 달리기에 알맞다. 무엇보다 연비가 좋아서 먼 길 봄나들이 하기에 좋다. 실내 공간을 잘 뽑아서 차 크기에 비해 실내가 넓고 여유롭다. 커다란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터치 모니터가 달려서 보는 재미, 조작하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 피카소는 개성 넘치는 스타일이 매력 포인트다. 시트로엥 아이덴티티를 잘 살린 독특한 마스크가 인상적이고, 투명 유리창 비율이 높고 차체가 둥글둥글해서 마치 우주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카소는 독특한 개성으로 봄날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노랗고 빨갛고, 꽃으로 물든 들녘을 지나 강원도 화천의 산길에 다다랐다

지프 레니게이드
고정식 〈카미디어〉 기자
꽃은 예쁘다. 물론 가장 예쁘게 보이는 것은 제자리에서, 원래 있던 거기서 자연스레 꽃을 피웠을 때다. 산속 어디, 들판 어느 곳에서 핀 꽃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그래서 꽃길 드라이브엔 지프 레니게이드가 필요하다. 산속 어디라도 길 비슷한 뭔가가 있다면 레니게이드는 달릴 수 있다. 작고 귀엽게 생겼어도 지프는 지프다. 레니게이드에 들어간 사륜 구동 시스템은 알아서 노면 상황을 파악해 최적의 구동 상태를 유지한다. 더불어 눈, 모래, 진흙, 바위 등의 모드도 지원하고 저단 기어와 디퍼렌셜 록도 들어갔다. 설명하자면 꽤 복잡한데, 험로 주파에 매우 유용한 기능이라 생각하면 된다. 어지간한 SUV에는 있지도 않은 기능이 이렇게 예쁘고 도시적으로 생긴 레니게이드엔 당연한 듯 들어갔다. 지프의 혈통은 이렇게나 진하다.

레니게이드는 지붕을 떼어낼 수도 있다. 컨버터블처럼 버튼 하나로 지붕이 접혀 들어가는 건 아니고, 두 조각으로 나뉜 지붕을 수동식으로 떼는 데 어렵지 않다. 수고로움을 거치면 산속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가지 끝에 핀 꽃을 손 내밀어 쓰다듬을 수도 있다. 고개만 살짝 들면 빼곡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도 다 내 것이다. 참! 이 분리형 지붕의 이름은 ‘My Sky’다. 단출한 2.0L 디젤 엔진을 품은 것도 지붕이 열리는 레니게이드에겐 축복이다. 대개의 스포츠카들이 그렇듯이 으리으리한 엔진음과 배기음으로 시끄럽게 굴어 꽃들을 놀라게 하는 건 무례다. 그래서 더 레니게이드다.

봄날의 질주

벚꽃 엔딩을 들으며 도시를 벗어나 먼 곳까지 달렸다

쉐보레 볼트
고정식 〈카미디어〉 기자
자연은 아프다. 그런데 꽃길에까지 차를 타고 가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게 옳은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쉐보레 볼트라면 괜찮다. 다른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와는 태생부터가 다르다. 한 번 충전에 383km나 달릴 수 있다. 볼트에는 모자란 충전량을 채우는 발전용 엔진이 들어 있다. 무엇보다 매연을 단 1g도 내뿜지 않는 순수 전기차다. 그래서 안심하고 꽃길 드라이브를 만끽하게 된다. 전기차라고 기운 없이 달리지도 않는다. 그랜저 2.4보다 더 강력한 힘을 내는 전기모터로 달린다. 차 바닥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쫙 깔아 넣어 무게 중심도 끌어내렸다. 짜릿한 주행감은 덤이란 얘기다. 당연히 소음도 없다. 전기모터의 ‘위잉~’ 하는 소리가 볼트가 내는 유일한 소리다. 바퀴가 구르며 발생하는 타이어 마찰음이 오히려 더 크다.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꽃길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당연히 쉐보레 볼트다. 도시를 벗어나 어느 먼 곳까지 다다르고 싶다면, 더더욱 볼트가 딱이다.

한가로왔다. 트렁크엔 봄꽃을 가득 실었다

페라리 GTC4 루쏘 T
임유신 〈evo〉 한국판 편집장
봄은 한순간에 찾아오지 않는다. 새싹이 푸르름으로 번지거나, 찬 바람이 포근해지거나, 햇살이 따사롭게 데워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를 일으키는 자연의 힘은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신비롭다. 거대한 잠재력을 여유롭게 풀어내는 자연의 방식이 마치 강력한 스포츠카가 일상의 도로를 느긋하게 달리는 모습 같다.

페라리 GTC4 루쏘 T는 V8 엔진으로 최고 출력 610마력의 힘과 최대 토크 77.5kg·m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지녔다. 극한 역동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다. 힘은 막강하지만 편안함도 동시에 추구하는 그랜드 투어러다. 일상은 물론 장거리 여행도 편하게 다닐 수 있다.  페라리 하면 누구나 먼저 잘빠진 2인승 쿠페 스타일 스포츠카를 떠올리지만, GTC4 루쏘 T는 페라리의 여느 모델과 달리 뒤쪽 공간 활용도를 높인 슈팅 브레이크다.
4인승이라 뒷자리에 사람을 태울 수 있고 트렁크 짐 공간도 넉넉하다. 페라리의 강한 힘을 즐기면서 한가롭게 봄날의 도로 위를 달렸다. 도로 위에는 나와 풍경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제공 랜드로버(080-337-9696) 쉐보레(080-3000-5000) 시트로앵(080-345-4455) 지프(080-365-2470) 페라리(02-3433-0808) BMW(080-269-2200)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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