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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 요리’의 탄생

editor 정희순

작성일 | 2017.03.07

그의 손에서 편의점 음식은 의외의 요리가 되고, 지질한 과거는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웹툰 작가 겸 야매요리 대가 김풍을 만났다.
‘야매 요리’의  탄생
웹툰 작가 김풍(39)에겐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야매(일본어 ‘야미(暗)’에서 기원한 속어로 비정통적인 방법을 가리킴) 요리의 대가’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에서 오랜 자취 생활 내공으로 터득한 독특한 요리들을 선보이면서부터 그에게 이런 별명이 붙었다. ‘김풍’식 야매 요리의 특징은 어느 집에나 흔히 있을 법한 냉동식품과 각종 조미료를 이용해 ‘그럴듯한’ 음식을 만든다는 것. 필요하다면 라면 스프까지도 첨가해 요리에 감칠맛을 더한다. 그런 식재료들을 넣어 어떻게 유명 셰프들과 대결을 펼치려나 싶었는데 이게 웬걸, “의외로 맛있다”는 찬사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식업계에선 김풍에게 러브 콜을 쏟아냈지만, 그는 웹툰에 집중했다. 최근엔 2013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찌질의 역사〉 시리즈를 시즌3로 마무리 지었다. ‘찌질’한 남자의 과거를 민망하도록 자세히 풀어낸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에게 남겨진 건 ‘성장’이라는 묵직한 키워드였다. 그는 공감 가는 소재로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요리든 만화든 그렇다. 그게 김풍이다.  

▼ 예전엔 샤프했던 것 같은데 살이 좀 붙었네요(웃음).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걸로 푸는 성격이에요. 밤늦은 시각까지 작업을 핑계로 야식을 많이 먹었죠. 제가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해요.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는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 집에서 음식도 자주 해 먹는 편인가요.

그럼요. 엊그제도 치킨을 만들어 먹었어요. 치킨이라는 게 원래 다 맛있지만, 자기가 먹고 싶은 치킨 맛은 따로 있잖아요. 한번 만들어보려고 튀김기도 샀어요. 제가 원래 집에서 혼자 이것저것 만들어보는 걸 좋아해요. 혼자 사는 집 주방 입구에 ‘김풍식당(金風食堂)’이라는 간판을 달고 이자카야 콘셉트로 꾸며놨죠.  

▼ 자취 요리의 대가답네요(웃음). 언제부터 혼자 살았나요.  

집에서 살다, 나와서 살다를 반복하다가 정식으로 혼자 살기 시작한 건 서른 살 때부터예요. 그땐 ‘한번 정식으로 놀아보자’는 마음이었죠.

▼ 사람들이 김풍 작가의 요리를 두고 ‘야매’ 같대요. 뭔가 어설픈데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면서요(웃음).

대충대충 만드는 음식이 야매 요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에요. 사람의 입맛이라는 건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낯선 음식 먹는 것을 싫어하죠. 그 말은 곧 입맛을 맞추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공부가 필요하단 의미기도 해요. 방송에선 야매 요리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급스러운 식당에 가보기도 하고 집에서도 웬만한 요리 연구가들 못지않게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퀄리티 있는 음식들을 해 먹어요. 그런 노력이 있기에 방송에서도 이따금씩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 보통 자취생들은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데 작가님은 아닌가 봐요.

편의점 음식도 즐겨 먹죠. 일단 신제품이 나오면 무조건 먹어봐야 직성이 풀려요. 편의점 음식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입맛을 분석해 최상으로 조합해놓은 결과물이에요. 사람들의 입맛, 취향, 문화가 녹아 있는 셈이죠. 새 제품을 먹을 때면 마치 대한민국의 요리 발전사를 보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음식엔 귀천이 없다고 봐요. 재벌그룹 회장님도 라면은 드실 테니까요. 다만 전 원래가 분석적인 성격이라 잘 팔리는 음식들을 먹어보고 제 나름대로 비슷하게 따라 해보는 게 재밌어요. 집에서 격식을 차려가며 요리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야매 요리’의  탄생
▼ 그런 노력으로 탄생한 레시피를 하나만 소개한다면요.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 선생님 요리를 따라 한 ‘연복풍 덮밥’이 대표적이죠. 게살 덮밥에 매운 소스를 섞은 메뉴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덮밥을 즐겨 먹는데, 대체로 매콤하면서 감칠맛 나는 음식들을 좋아하잖아요. 거기서 착안해 레시피를 짰어요. 게살 대신 게맛살을 넣은 게 포인트죠. 나는 고량주를 넣었는데 맛술을 넣어도 돼요.

▼ 김풍식 야매 요리의 매력은 뭔가요.

어디선가 먹어본 것 같은 낯익은 음식이죠. 야매 요리는 기존의 레시피에서 조금씩 변형하는 형태로 만든 거예요. 저는 외국의 요리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왜 가끔 외국의 유명한 음식 먹어보면 “이걸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 거지? 이렇게 짠데” 싶을 때 있잖아요. 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이 왜 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지를 분석하고 나면 저도 어느새 적응해서 맛있게 느껴져요. 그러고 나서 그 요리의 이질적인 맛을 우리의 보편적인 맛으로 바꾸는 형식으로 차용을 하는 거죠. 그 나라 사람들이 보면 비웃을 수도 있는데, 나름대로 고민은 많이 해요.

▼ 어디서 먹어본 듯한 김풍의 요리는 김풍의 만화와 닮았네요. 〈찌질의 역사〉도 왠지 남 얘기 같지 않은 ‘찌질’한 에피소드들이 매력이잖아요.

알고 보면 우리 다 지질하잖아요. 실수는 누구나 해요. 지질하고 아니고는 그 후의 문제죠. 자기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안 그런 척하다가 다른 사람이 비슷한 실수를 하면 비난을 퍼부어요. 그게 진짜 지질한 거죠. 만화 속 민기는 제 모습이고, 또 우리의 모습이에요. 그런 지질한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조금은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작품이에요.

▼ 김풍이 지질했던 역사도 이번 작품 안에 녹아 있나요.

그럼요. 돌이켜보면 전 서른 살쯤 됐을 때가 가장 지질했던 것 같아요. 가령 열심히 살겠다고 말은 하지만 잉여처럼 살면서 남을 험담하고 시기, 질투했죠. 엄마에게 용돈을 타서 쓰면서 회사에 취직했다고 거짓말도 하고 그랬으니까요. 그러면서 밖에선 번듯한 척했어요. 전 그때 느꼈던 그 감정들을 전부 다 노트에 적어놨어요. 그러고는 또 나름대로 분석을 했죠. 대체 이 감정은 뭐지, 하면서요. 〈찌질의 역사〉를 만들면서 그때 노트를 펼쳐봤는데 정말 가관이더라고요. 감정의 쓰레기통을 봐줄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웃음). 3월에는 〈찌질의 역사〉 단행본이 나와요. 제 추억의 앨범을 보는 느낌일 것 같아요. 모두의 추억 앨범일 수도 있겠죠.

▼ 〈찌질의 역사〉도 끝났는데 진짜 ‘김풍식당’을 차려보는 게 어때요.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어요. 음식에 관심도 많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직접 보여주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크니까요. 그래서 셰프님들께 많이 여쭤봤는데 “너~무 힘들다”고 다들 말리시더라고요(웃음). 월세 부담에 직원 월급까지, 생각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래요. 저한텐 만화가 천직이지 않나 싶어요. 적은 인력으로 효과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으니까요.

▼ 요리 만화는 어때요.

하고 싶긴 한데 부담이 너무 커요. ‘김풍이 만든 건 확실히 다르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사람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으니까요. 요리 쪽 창작에 대한 에너지를 방송에서 다 털어버리는 느낌이라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몇 가지 리스트를 만들어둔 게 있는데 뭔가 확 꽂힐 때까지 좀 더 고민해 보려고요.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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