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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gourmet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의 ‘요리는 요리다_청청’

VIP도 사로잡은 생골뱅이@ 회

2017. 02. 23

좋은 요리는 특별한 기교 없이도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려낸 것이다 . 구하기 어렵고 손질이 까다롭지만 건강한 맛 하나로 VIP의 입맛을 사로잡은 생골뱅이 회를 소개한다 .

요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얼마나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가’입니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라 해도 어설픈 식재료를 가지고는 제대로 된 요리를 해낼 수 없게 마련이죠. 저 역시 건강한 제철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애를 씁니다. 그런 노력은 청와대 조리장으로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였죠. 특히 해산물의 경우 생물은 잡자마자 금방 죽어버리기도 하고 더러는 이동 중에 상하기도 해서 참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경상남도 쪽에서 잡은 해산물을 청와대 주방으로 가지고 오다가 길이 너무 막혀 저녁 메뉴를 급하게 바꾼 적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 산지를 다니며 소문난 식재료를 직접 맛보면서, 어떻게 신선하게 주방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일이 제겐 참 즐거운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동해안에서 나는 생골뱅이도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 중 하나입니다. 수심 200m 정도의 깊은 동해 바다에서 주로 해조류를 먹고 사는 이놈은 파도가 많이 치는 날에는 아예 구할 수 없는 귀한 식재료지요. 노량진 수산시장에선 살 수 없고 오직 직거래를 통해서만 유통이 가능합니다. VIP의 식사 전채 요리로 골뱅이 초회(생골뱅이를 쪄서 익힌 후 새콤한 소스를 곁들인 회)를 내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신선한 생골뱅이를 구하기가 어렵더군요. 마침 서울에 생골뱅이 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 그곳에서 사다가 몇 번 올린 적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생골뱅이 전문점, ‘청청’이지요. 최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도통 자리 잡기 힘든 맛집이 됐는데, 생골뱅이의 맛 하나만큼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쫄깃한 식감의 생골뱅이 매력

보통 ‘골뱅이’라고 하면 흔히 통조림에 들어 있는 골뱅이를 생각하기 쉬운데, 그건 생골뱅이를 못 먹어본 사람들 얘깁니다. 쫄깃한 식감은 해산물 중 제일이요, 입에 넣는 순간부터 ‘이게 건강식이지’ 싶은 생각이 드실 겁니다. 통조림 골뱅이의 가격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청청의 생골뱅이 가격은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골뱅이 하나에 1만원을 육박하는 가격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죠.

이곳의 인기 메뉴 중 하나는 생골뱅이 초회입니다. 초회를 시키면 네모난 병에 노르스름한 소스가 딸려 나오는데, 그것이 이 가게만의 특제 소스입니다. 식당 주인인 류은미 사장에게 아무리 비법을 물어봐도 “일급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생골뱅이 회를 시키면 각종 해초류도 함께 나옵니다. 건강식을 챙기는 VIP들은 해초류와 함께 내는 생골뱅이를 무척 좋아하시죠. 이곳에선 고소하고 담백한 골뱅이 내장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선하지 않은 골뱅이는 내장을 먹을 수가 없는데, 살아 있는 생골뱅이를 찌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지요.



생골뱅이의 효능은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소개됐는데,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고 히스친과 아연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에도 그만입니다. 또한 눈 건강에 좋은 비타민 A와 타우린 성분도 들어 있습니다. 주로 여자에게만 유익한 음식 아니냐고요? 남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저도 알아주는 애주가인데, 청청의 골뱅이는 술안주로 그만입니다. 육류에 술을 마시면 다음 날 부대끼기 마련인데, 골뱅이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속이 편하거든요.

청청은 자연의 맛을 살리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식당이라, 저도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면 이곳을 찾곤 합니다. 청청의 류은미 사장은 엄청난 흥과 끼의 소유자입니다. 1980년대 초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 출신으로 연예계에도 잠시 몸담았던 분이시죠. 골뱅이의 생김새를 나타내는 문양(@)이 결국엔 ‘소통’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는 분이세요. 좋은 사람들과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청청이라며 멋진 말씀도 해주시더군요. 역시 요리엔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네요.

ADD 서울 강남구 논현로152길 36 청청 TEL 02-515-8809

          


한상훈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다 우연히 멧돼지 발골 장면을 보고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웨스턴 조선 호텔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거친 뒤 7년간 청와대 서양 요리 담당 조리장을 지냈다. 깐깐한 VIP의 입맛을 맞춰낸 ‘절대 미각’으로 레스토랑을 엄선해 소개한다.


기획 여성동아
진행 정희순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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