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Celeb #interview #star

배우 임윤아 시대를 열다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9.08.31 17:00:01

첫 주연 영화로 7백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임윤아. ‘소녀시대’ 멤버로 오랜 시간 인기를 누려온 그가 배우로서 거둔 성과 뒤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열정과 도전 정신이 있었다.
배우 임윤아 시대를 열다
아직은 배우 임윤아(29)보다 소녀시대 멤버 윤아로 대중에게 더 친숙하지만 그의 연기 경력은 가수로 살아온 시간보다 더 오래됐다. 2007년 소녀시대로 가요계에 데뷔하기 한 달 전, 드라마 ‘9회말 2아웃’에 출연한 그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너는 내 운명’(2008), ‘신데렐라 맨’(2009), ‘사랑비’(2012), ‘총리와 나’(2013), ‘THE K2’(2016), ‘왕은 사랑한다’(2017) 등의 드라마에 출연해온 것이다. 

TV에서는 주로 소녀시대 윤아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청순하고 여린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그가 이른바 연기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영화 ‘공조’에 출연하면서다. 스크린 데뷔작인 ‘공조’에서 주연은 아니지만 천연덕스러운 푼수 연기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 그는 최근 개봉된 두 번째 영화 ‘엑시트’를 통해 그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윤아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엑시트’는 대학 산악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짠내 나는 청춘 남녀가 정체불명의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에서 가족과 시민들을 구하고 목숨 건 질주를 거듭하며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 해결하는 여느 재난 영화와 달리 가족애와 팀워크, 로맨스를 맛깔나게 버무린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에서 임윤아는 연회장 행사를 불철주야 도맡는 회사원 의주로 출연해 이 시대 ‘을’의 고충을 대변하는가 하면, 재난 상황에서도 매뉴얼에 따라 사람들의 탈출을 돕는 투철한 직업 정신과 털털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감동과 웃음을 자아낸다. 스크린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어느 때보다 큰 부담과 책임감을 안고 촬영에 임한 그와 향긋한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배우 임윤아 시대를 열다
이번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여느 때와 달랐을 것 같아요. 

드라마 주인공은 많이 해봤는데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다 보니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촬영을 시작했어요.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이 작품에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생각과 제가 맡은 의주 캐릭터에 잘 녹아들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했고요. 



어떤 면에 매료돼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나요.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재난 영화여서 무겁고 진지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중간 중간 유쾌한 코믹 요소를 잘 섞어놓았더라고요. 신파가 없고 현실적으로 공감이 가는 대사가 많은 점도, 제가 몸을 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란 점도 매력적이었어요. 무엇보다 의주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까지 해온 역할들보다 능동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여성이거든요. 문제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남들을 배려하면서 보이는 주체적인 성향도 호감이 갔어요. 

실제 윤아 씨와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의주는 책임감이 강해서 남을 잘 챙기는 캐릭터죠. 저도 의주 같은 면이 없지 않기에 이런 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보다는 의주가 훨씬 더 용감한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도 ‘이런 재난이 실제로 닥쳤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었는데 저라면 의주보다 조금 더 본능에 충실할 것 같아요. 우선 다 함께 피신할 방법을 찾아보고, 다른 사람을 먼저 헬기에 태워 보낼 수도 있지만 다음번은 무조건 ‘나야, 나!’ 할 것 같아요(웃음). 


영화 ‘엑시트’에서 털털한 본연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임윤아.

영화 ‘엑시트’에서 털털한 본연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임윤아.

코믹 연기를 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 있다면요. 

사람들이 이런 장면을 보고 웃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연기한 적은 없어요. 저는 내심 ‘의주가 책임감도 강하고 능동적인 성격인데 살고 싶은 본능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장면 때문에 관객들이 반감을 가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근데 아무리 책임감 강하고 남을 잘 배려하는 성격이어도 목숨을 위협하는 재난 상황에서는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잖아요. 그런 지점이 관객들에게도 인간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로 작용해 많은 웃음을 유발한 것 같아요. 

미모를 포기하고 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더군요. 

어떻게 보일지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연기했어요. 꼬질꼬질한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저도 보고 놀랐어요. 제가 있는 힘껏 마음을 다해 울면 그렇게 못나 보이나 봐요. 하하하. 

건물 옥상과 지붕 위를 마라톤 선수처럼 질주하고 벽을 타는 모습도 굉장히 리얼했어요. 대역을 썼나요. 

대역보다 제가 직접 연기한 장면이 더 많아요. 촬영에 들어가기 두어 달 전부터 클라이밍을 연습하고 액션 스쿨에서 건물에 오르는 훈련을 받았거든요. 몸을 많이 쓰는 역할이라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도 보강했고요. 덕분에 그만큼 열심히 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소녀시대로 활동하며 춤 연습과 공연을 많이 한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요. 

운동 근육과 춤 근육은 다르더라고요. 대신 와이어 액션을 하면서 유연하게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소녀시대 공연을 할 때 와이어를 몇 번 타본 적이 있거든요. 영화 촬영을 하면서는 와이어를 달고 살았어요. 액션 팀에서도 종일 와이어를 타는 배우는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몸살이 났을 법한데요. 

많이 났죠. 아무래도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근육이 자주 뭉쳤어요. 그런데도 근육이 풀리지 않은 채로 다음 날 또 달리고 오르는 신을 계속 찍다 보니 체력이 빨리 소진되더군요. 그때마다 체력을 좀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체력 유지가 관건이었겠네요. 따로 챙겨 먹은 보약이 있나요. 

보약까진 아니더라도 비타민과 홍삼을 꾸준히 챙겨 먹었어요. 

내친 김에 물어볼게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요. 

다이어트보다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필라테스를 하고 있어요. 촬영 스케줄이 많아 한동안 하지 못했는데 특별한 일이 없으면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요. 


배우 임윤아 시대를 열다
전작인 ‘공조’의 유해진 씨와 ‘엑시트’의 조정석 씨에게서 느낀 매력이 달랐을 것 같아요. 

두 분 다 애드리브에 강하고 감정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유해진 선배님은 이게 대사인가 싶을 정도로 생활 연기에 강하세요. 그런 점이 굉장히 매력 있고 닮고 싶은 부분이었어요. 정석 오빠도 생활 연기를 잘하시는데 특히 대사를 참 맛깔나게, 위트 있게 표현하시더라고요. 

조정석 씨와의 연기 호흡은 잘 맞았나요. 

오빠와 제 웃음 포인트가 비슷해서 남들은 잘 안 웃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저희 둘만 빵빵 터지곤 했어요. 재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낼 때도 의견이 잘 맞았고요. 촬영하면서도 주거니 받거니 하기 편했어요. 

지붕 위에서 함께 손잡고 달리는 신에서는 몸의 호흡도 중요했을 듯해요. 

벽을 오르거나 뛰는 장면에서는 정석 오빠가 저한테 많이 맞춰줬어요. 오빠가 춤도 잘 추고 몸을 잘 쓰시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의지가 됐어요. 그리고 저는 정석 오빠뿐만 아니라 제 와이어를 끌어주시는 분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카메라 감독님과도 호흡을 잘 맞춰야 했고요. 

안 그러면 카메라와 부딪힐 수 있거든요. 

가수로서 느끼는 배우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먼저 콘셉트를 정한 후 몸에 감정을 실어 표현한다는 점은 두 직업이 비슷해요. 근데 가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내 스스로 직접 풀어내는 직업이고, 배우는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그 사람이 되어 표현하는 직업이라는 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 배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두 가지를 다 잘하려다 보면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할 수 있어요.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는 생활에 불만은 없나요.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더구나 그 경험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두 직업을 병행해왔어요. 또 가수도 감정을 노래와 춤으로 표현해야 하기에 연기 경험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배우 임윤아 시대를 열다
윤아 씨에게 소녀시대는 어떤 존재인가요. 

어머니, 아버지가 저를 키우시고 소녀시대와 함께 성장해왔다고 할까요(웃음). 제 20대를 돌아보니 온전히 소녀시대와 함께했더라고요. 10대 후반부터 소녀시대로 활동했으니 지금까지의 제 인생 절반을 함께한 셈이죠. 소녀시대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좋아요. 소녀시대에 몸담고 있었기에 일하는 보람도 느끼고 제 나이에 맞는 감정을 쌓으며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은 무대에 서다 보니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멤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팬들과도 돈독해졌고요. 

지금도 소녀시대 멤버들과 사이가 돈독한가요. 

물론이에요. 얼마 전에도 만났어요. 못 만날 때도 저희끼리 만든 대화방에서 꾸준히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어제 만난 것처럼 친근했어요. 우리끼리 나중에 핑클처럼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평소 마음이 답답할 때나 일상에서 해방되고 싶을 때 찾는 삶의 ‘엑시트(비상구)’가 있다면요. 

지금도 계속 찾아가는 중인 것 같아요. 꾸준하게 즐기는 것이 딱히 없어요. 뭐든 고민이 있거나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으면 가족이나 친구, 회사 분들에게 많이 털어놔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편이죠. 

고민을 한껏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성공한 인생이네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하죠. 결국에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서 왜 고민하느냐고요. 하하하. 

작품을 고를 때도 고민이 될 듯해요. 나름의 선별 기준이 있나요. 

영화나 드라마 중 어느 한쪽을 더 선호하지도 않고 장르나 캐릭터에 제한을 두지도 않아요.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작품, 끌리는 캐릭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온전히 이런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한 건 ‘공조’ 때부터였어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요. 이전에도 관심이 가는 작품을 하긴 했지만 ‘공조’ 때부터 가치관이 달라졌어요.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한 단계 성숙해지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사고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예전에는 의욕이 앞섰어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를 괴롭히는 욕심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이 간절해선지 ‘공조’를 찍을 때는 무조건 잘하려고 하기보다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 거지’ 하고 편하게 마음먹었어요. 이전에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야 좋아할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는데 그 작품을 하면서부터 결과와 상관없이 제가 배울 점이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제 주관대로 살피게 됐죠. 

가수와 배우 활동을 줄곧 병행해왔는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나요. 

데뷔 때부터 어느 한쪽에 더 비중을 두기보다 줄곧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했어요. 지금은 연기할 기회가 많아져 배우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무대에 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거예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가수 겸 배우가 되는 것이 제 궁극의 목표거든요.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요. 

저는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 스타일이에요. 눈앞에 있는 걸 잘해나가자는 주의죠.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게 편해서요. 지금 출연 제의를 받은 여러 작품을 보고 있는데 아직 마음의 결정을 못 했어요. 

노래와 연기 중 스트레스 해소에 더 도움이 되는 건요. 

노래요. 촬영장에 있을 때도 노래를 즐겨 듣거든요. 매일 날씨나 기분에 맞는 음악을 들어요. 저만의 감정 표현 방식인 셈이죠.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되어주는 좌우명이 있나요. 

이 세상 모든 것에는 다 뜻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뭔가를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든 안 나오든 간에 그 나름대로 뜻이 있고, 배우고 얻어가는 게 있어요. 힘든 과정을 거치면 자만하지 않게 되고 저한테 부족한 면도 발견하게 되거든요. 모든 게 뜻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냥 기뻐하지만도, 마냥 괴로워하지만도 않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만사가 편해요.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살아서일까요. 인생에 달관한 사람 같아요. 오늘 우리가 만난 것도 다 뜻이 있겠죠. 

그럼요. 이런 인터뷰가 제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창구이지 않나 싶어요. 데뷔 때와는 다른 결의 밝은 모습이라든지 소탈한 성격 같은 거요. 앞으로는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19년 9월 669호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