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LifeStyle #special #woman

지난 1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창간 85주년 기념

EDITOR 성영주

입력 2018.10.29 17:00:02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뜨겁고 활발한 이슈는 바로 ‘여성’이다.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 상황이 ‘페미니즘의 유행’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있지만 깨어있는 여자들의 목소리는 반갑다. ‘여성동아’는 창간 85주년을 맞아, 미투운동 이후 지난 1년 동안 여성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것은 그대로 대한민국의 현재이기도 하다.
지난 1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metoo에서 #withyou로, 서지현 검사

올해 초 서지현 검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소위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모인 검찰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대상이 돼야만 했던 현실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폭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 문화였는지, 그 안에서 여성은 왜 늘 참고 견디는 약자여야만 했던 것인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으로 되돌아왔다. 성폭력이 비단 ‘서지현’이라는 한 명의 개인이 ‘유별나게’ 당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만연한 일종의 ‘문화’였음을 여성 스스로도 자각하게 함으로써 미투(#metoo)에서 위드유(#withyou)로, 개인의 싸움에서 여성의 연대로 나아가는 동력을 제공한 상징적 인물.


#스스로 밥상 차리는 언니들, 밥블레스유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등 이른바 ‘쎈 언니들’이 한자리에 모여 상다리가 휘어지게 밥상을 차려놓고 주옥 같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들은 누가 누구 위에 군림하거나 방송이 이미 짜놓은 판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새싹 PD 송은이를 필두로, 네 명이 스스로 판을 벌이고 거기에서 마음껏 뛰논다. 더구나 이들은 모두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가지 않은, 사회가 이미 ‘혼기를 놓쳤다’고 명명하는 40대 이상의 싱글 여성들 아니던가? 이들이 자신의 삶을 실타래 풀듯 풀어놓을 때, 우리는 그간 방송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시원하고 흥 터지는 여자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러니 열광할 수밖에!


#하지 않을 자유, 탈코르셋 운동

지난 1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올 초부터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탈코르셋 운동은 메이크업과 속옷을 포함해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지나친 꾸밈 등 외모 강박을 부추기고 신체를 대상화하는 것을 거부하자는 움직임이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봄알람)을 쓴 이민경 작가는 “‘하지 않음’에 대한 자유가 없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라는 말로 탈코르셋 운동을 설명했다. 화장을 하지 않을 자유,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아도 될 자유, 브래지어를 하지 않을 자유 등 여자가 외모적으로 ‘당연히’ 신경 써야 할 영역으로 인지해왔던 것들에 대해 ‘안 해도 될 자유’를 획득하는 것. 모두에게 노브라와 노 메이크업을 강요하는 또 다른 억압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 탈코르셋 운동의 핵심이다.


#논란의 워마드

워마드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혐오와 차별을 되돌려주겠다는 ‘미러링(Mirroring)’을 표방하며 2016년 1월 만들어진 사이트다. 미러링이란 거울을 보여주는 것처럼 상대방의 행동을 따라 해 보여준다는 뜻. 하지만 올해 들어 천주교 성체 훼손 추정 사진, 성당 방화 예고, 남자아이 살해 예고,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진 등 도를 넘어선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며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지난 8월엔 그간 워마드에 올라온 남성 살해 게시물이나 남성 알몸 사진 유포 등에 대해 운영진이 유포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까지 진행됐다. 이에 대해 “여성 혐오 사이트인 일베는 봐주면서 워마드만 적극 수사한다”는 편파 수사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워마드를 페미니즘의 다양한 층위 중 하나로 봐야 할지, 아니면 일베와 다름없는 남성 혐오 사이트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자의 가슴은 음란물? 상의 탈의 시위

지난 6월 2일, 서울 강남의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매우 센세이셔널한 시위가 벌어졌다. 바로 여성들의 상의 탈의 시위. 불꽃페미액션이라는 단체의 주도로 벌어진 이 시위는 페이스북에 남자 상의 탈의 사진은 얼마든지 게재되는데도, 여자의 가슴이 노출된 사진은 음란물로 규제하는 정책에 대해 반대하며 벌인 시위였다. 이를 단순히 ‘여자도 벗을 수 있다’를 주장한 것으로 해석하면 좀 싱겁다. ‘왜 유독 여성의 가슴은 음란하고 외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가?’라고 각자에게 되묻는 돌직구가 되길 바란 게 아니었을까.


#며느리, 가출하다

지난 1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대한민국 여성은 결혼하면 새로 생긴 남편의 가족(그러니까 시월드!)의 며느리라는 독특한 위치와 책임을 부여받는다. 지난 1년은 바로 이 며느리들이 제대로 들고 일어난 한 해였다. 영화와 책, 웹툰 등을 통해 며느리들이 각자의 시월드에 대해, 그 안에서 왜 며느리는 ‘을 오브 더 을’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기존 시월드의 룰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진영 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B급 며느리’, 결혼 23년 차에 시부모에게 사표를 내밀고 ‘혁명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김영주 씨의 책 ‘며느리 사표’(사이행성), 그리고 웹툰 ‘며느라기’까지. ‘며느리’라는 단어의 그 참을 수 없는 무거움에 대한 이야기는 이 땅의 모든 며느리들에게 공감을 너머 용기를 주고 있다.


#썅년의 미학

지난 1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어디 가서 따박따박 딴죽 건다고, 잘난 것도 없는 게 눈만 높아서 남자 따진다고, 심지어 많이 배웠다고 여성들은 흔히 재수 없는 ‘썅년’이 된다. 그런데 최근 “그래, 나 썅년이다! 어쩔래?”라고 당당하게 되묻는 여자들이 생겨났다. 민서영의 웹툰 ‘썅년의 미학’(위즈덤하우스)이 지난 8월 동명의 책으로 출간되면서 ‘썅년’ 신드롬이 일었고 앞으로 더 재수 없는 여자가 되고 싶다, 욕먹을까 두려워 움츠리고 살았던 지난 시간들의 몫까지 더 나대며 살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 밖에도 “세상이 요구하는 모성애는 제게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어크로스),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팬덤북스), ‘제가 알아서 할게요’(상상출판) 등 세상을 두 눈 치켜뜨고 똑바로 바라보며 자기 이야기를 똑 부러지게 하는 ‘건방진’ 여자들의 이야기가 잇달아 출간됐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그 고군분투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해도 해도 끝이 없다.


#페미니즘을 입고 쓰고 마시다

지난 1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큰일은 여자가 한다’ ‘Girls can do anything(소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We should be feminists(우리는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여자가 여자의 미래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my body my choice(내 몸은 나의 선택)’ 등등. 페미니즘 메시지가 프린트된 티셔츠부터 텀블러, 노트, 부채, 액세서리 등 각종 굿즈에 이토록 다양한 페미니즘이 존재한다. 페미니즘은 더 이상 다가가기 어렵고 낯선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가볍고 재미있게 스며들고 있다. 페미니즘은 이렇게 입고, 쓰고, 마시고,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의 가사 노동 가치는 얼마

지난 1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전업주부는 노는 사람이라고? 천만에, 엄청난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다! 최근 통계청이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를 발표했다. 2014년 기준으로 음식 준비와 청소, 돌보기 등 가사 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시간당 1만5백69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노동시간을 고려해 연봉으로 따진 액수는 1인당 약 7백10만8천원. 정부 기관이 가사 노동의 ‘보이지 않는’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공식 통계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조차 실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 종일 쓸고 닦아도 티 안 나는 엄연한 가사 노동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가사 노동을 해보니 월 4백80만원은 받아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직장 생활보다 집안일이 더 힘들다”면서 가사 노동의 세부 항목을 금액으로 환산한 표를 함께 올렸다. 방 3개와 거실 정리를 회당 3만원으로, 장보기 회당 2만원, 요리하기 1만원 등으로 나름의 책정을 한 것. 또 다른 계산법도 있다. 우리나라 법원은 전업주부의 교통사고 피해 보상금을 계산할 때 일용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인 ‘일용 노임’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2017년 상반기 일용 노임은 10만2천6백29원. 가사 노동에 휴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업주부 연봉은 3천7백45만원인 셈이 된다.


#길 떠나는 여자들

지난 1년,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요즘 여행업계의 큰손은 여자다?! 작년 여성 출국자 수가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지난 8월 발표한 한국여행산업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 전체 출국자 중 여성은 47%, 남성은 46.7%로 집계(승무원 제외)됐다. 이 중 순수 여행을 목적으로 출국하는 경우는 30대와 40대 모두 여성 비율이 더 높았다. 주 고객층이 30대인 인터파크투어의 고객도 여성이 54%로 과반을 넘었다. 최근 여성들끼리 떠나는 쇼핑이나 미식 여행, 모녀 여행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영향도 있고, 대한민국 20대 여성의 성향도 이전과는 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 마케팅 조사 회사 컨슈머인사이트의 문지효 선임연구원은 여성 여행객 증가에 대해 “20대 여성들은 다른 세대보다 더 낙관적이며 긍정적일 뿐 아니라 문화 지향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뉴시스 REX ‘B급며느리’ 포스터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8년 11월 659호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