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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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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미운 오리’라 생각했던 독수리, 날다 - 박서준

EDITOR 김지영 기자

2018. 08. 30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기를 모으며 섭외 1순위로 자리매김한 박서준. 최근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또 한 번 여심을 설레게 한 그는 종영 직후 불거진 열애설로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대한민국에서 요즘 가장 핫한 배우는 단언컨대 박서준(30·본명 박용규)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박서준을 기용하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말이 흥행 공식처럼 회자될 정도다. 최근 4년간 그가 출연한 작품은 모두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화랑’ ‘쌈, 마이웨이’와 영화 ‘청년경찰’이 그 증거들이다. 심지어 그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2’까지 1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을 거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과 드라마 제작진은 물론 인기에 민감한 광고주들도 그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가 모델로 출연하고 있는 CF만 13편에 이른다. 

그는 최근 또 한 편의 드라마로 ‘대세’임을 입증했다. 배우 박민영과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에서 박서준은 명석한 두뇌와 탁월한 경영 능력에 완벽한 비주얼까지 지닌 재벌 2세 이영준 역을 맡았다. 9년간 자신을 그림자처럼 보필한 비서 김미소(박민영)만 바라보는 순정남 캐릭터다. 지나치게 잘난 나머지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너무 사랑해 연애 한번 하지 못한 그이지만, 늘 김미소에게만은 무심한 듯 섬세하게 화수분 같은 애정을 쏟는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까지 달콤한 감동을 선사했다. 방송 종료 닷새 만인 7월 31일, 그 여운을 간직한 채 마주한 박서준은 어느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고 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볼 만한 스토리인지, 또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작품을 선택해요. 이번 드라마의 경우는 원작 웹툰에 대한 호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캐릭터에 끌려 하게 됐고요. 그동안 맡았던 역할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여서 원작에 구애받지 않고 제 나름대로 해석한 이영준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자아도취가 심한 캐릭터지만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인간미를 잘 살리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당성과 설득력이 생길 것 같았거든요. 마침 차기작인 영화 ‘사자’ 촬영이 시작되기 전이기도 해서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어요. 

한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을 찍으며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말했어요. 



저는 제가 연기한 결과물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고, 최소한의 아쉬움만 남기려고 해요. 제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고 엄격한 편이죠. 그런데 영준이는 자신을 너무도 사랑해 스스로를 아끼고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아요. 제게는 부족했던 면이죠. 영준이를 연기하면서 그동안 제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던 건 아닌지 돌아봤어요. 그러고 나서 ‘나를 혹사하진 말자. 좀 더 관대해지자’는 생각을 갖게 됐죠.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 칭찬을 들으면 여전히 어색하긴 해요. 그래도 이젠 전처럼 멋쩍어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웃음).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남발하는 만화 속 캐릭터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연기하면서 어렵지는 않았나요. 

대본에 제 자신을 ‘이영준 이 녀석’이라고 지칭하며 자화자찬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제 자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어놓는 것만도 오글거리는데 성까지 붙여서 ‘이영준 이 녀석’이라고 말하려니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촬영할 때 ‘영준이 이 녀석’으로 바꿨죠. 또 6부 엔딩에 ‘김 비서’를 다정하게 ‘미소야’로 호칭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이영준이 9년 동안 불렀던 호칭을 버리고 갑자기 그렇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입이 안 떨어졌어요. 성을 붙여 ‘김미소~’로 바꿨죠(웃음).

드라마 종영 직후 박서준과 박민영의 열애설이 보도됐다. 해당 매체는 두 사람이 각자 SNS 계정에 올린 사진 속 모자와 신발이 같은 브랜드 제품이고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장소를 여행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본인이 “열애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언급해 그 상대를 박민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하자 박서준은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이해하실 수도 있는데 의도는 그게 아니에요. 특정 인물도, 지금 당장도 아닌 앞으로 살아갈 제 인생에서 만나게 될 누군가를 말한 거예요. 그게 누가 될지는 저도 모르지만 만남의 가능성까지 닫아두고 싶진 않아요.”

여자친구가 생기면 공개하게 될까요. 

사생활이고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니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문제죠. 여러모로 상황을 고려해 인정할 부분이 있으면 굳이 부인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만나고 싶은 여성상은요. 

예전에는 외모를 굉장히 많이 봤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제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대화가 통하고 코드가 잘 맞는 사람요. 

어떤 사랑을 꿈꾸나요. 

순애보적인 사랑요. 30대 초반이 되니 사랑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돼요. 

드라마에서 이영준은 어릴 적 납치됐던 일로 트라우마가 생겼죠. 박서준 씨에게도 지우고 싶은 기억이나 트라우마가 있나요. 

어릴 때를 돌아보면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할 걸!’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우고 싶을 만큼 안 좋았던 기억은 없어요. 나쁜 일은 빨리, 잘 잊는 편이거든요. 트라우마라고 할 만한 것도 딱히 없는데 제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는 많아요. 데뷔하기 전엔 제 생김새 자체가 콤플렉스였어요. 외모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 늘 의기소침해 있었고, 이 길이 내게 맞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어요. 그런 콤플렉스를 만들어주신 분들이 지금은 저더러 보기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그분들에게 지금은 감사해요. 그분들 때문에 제가 좋은 자질을 갖추려고 부단히 노력했거든요. 예전엔 말투도 콤플렉스였어요. 지금보다 훨씬 어눌하고 아이 느낌이 나서 남자 같지 않다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그런 부분을 계속 보완하고 교정했기에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던 거예요. 

원래 성격은 어떤가요. 

재미있고 유쾌한 편인 것 같아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요. 자연스럽게 어색함을 깨려고 농담도 잘하고요(웃음). 

연예계에 ‘의리남’으로 소문났어요. 현재 소속사에 계속 의리를 지키고 있어서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최대 강점은 뭔가요. 

끈기요. 목표가 생기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8%까지는 가자는 주의여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해볼 수 있을 때까지 해보거든요. 그런 면이 저를 흔들림 없이 연기 생활을 하도록 이끈 원동력이기도 해요. 

배우가 안 됐으면 지금 뭘 하고 있을 것 같나요. 

모르겠어요. 전혀 감이 안 와요. 고등학교 때 배우의 꿈을 품은 이후 한순간도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늘 가까이에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좌우명이 있나요. 

예전에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후회 없는 인생을 살자’라고 답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그게 좌우명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좌우명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 경솔하지 않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늘 갖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 생각의 틀에 말이나 행동을 가두지 않게 됐어요. 

현재 고민은 뭔가요. 

이제는 오디션을 보고 작품에 들어가는 처지는 아니기 때문에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가 항상 고민이에요. 제가 걸어갈 배우 인생을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작품 선택이 무척 중요한 문제거든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요. 

관심사가 계속 바뀌니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작품에 제한을 두기보다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을 바탕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역할요. 그래야 보는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나이가 들어 연기 내공이 쌓이면 제가 경험한 적이 없는 노인 역할도 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요.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분야는요. 

스페인에서 ‘윤식당 2’ 촬영을 하고 난 뒤 언어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요즘 시간 날 때마다 영어 공부를 해요. 영어권에서 생활한 교포 친구에게 일상적인 회화에서 필요한 화법과 뉘앙스를 배우고 있어요. 영어를 시작으로 다양한 언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어느새 대중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게 된 박서준. 다음에 그가 선보일 작품은 아버지를 잃은 상처를 지닌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영화 ‘사자’다. ‘청년경찰’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영화를 좋아하는 ‘여성동아’ 독자들을 위해 어떤 작품인지 살짝 알려주면 좋겠다고 하자 그가 기꺼이 응답했다. 

“오컬트 장르지만 따뜻한 이야기예요. 캐릭터 자체는 전에 했던 역할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설정이 다르죠. 아직은 말하기가 조심스러워 더는 공개할 수 없지만 안성기 선생님과 어떻게 따뜻함을 만드는지가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죠. 영화 팬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려요. 좋은 연기로 보답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어썸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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