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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feminism #action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EDITOR 김지은

2018. 07. 19

여성의 가슴은 음란하고 겨드랑이 털은 부끄러운 것이며 낙태는 범죄일까? 여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운동과 시위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남성이 상반신을 탈의하면 그것도 범죄인가요? 저희 몸을 음란하다고 규정하시는 건가요?” 

6월 2일 서울 강남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 10여 명이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남성의 반라 사진은 그대로 두면서, 여성의 반라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해 삭제하는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의 퍼포먼스에 공연음란죄나 경범죄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경찰은 이날 퍼포먼스는 의사 표시를 위한 것으로 성욕을 자극하거나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 행위가 아니었다고 보고 처벌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시위에 나선 여성들이 던진 질문, ‘여성의 가슴이 갖는 음란성 여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날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페미니즘 단체 ‘불꽃페미액션’의 회원이다. “농구장에서도, 축구장에서도, 수영장에서도 웃통을 벗고 운동하는 남자들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여자들은 그럴 수 없다”는 이들의 항변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여성성에 대한 부정, 관심을 끌기 위한 과도한 퍼포먼스라는 비난도 동시에 받아야 했다. 

이번 상의 탈의 시위의 발단은 지난 5월 26일 불꽃페미액션이 기획, 진행했던 ‘월경 페스티벌’이었다. 행사에서 불꽃페미액션은 여성들의 신체를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브래지어 착용에 반대하고,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음란물 이미지에 저항하기 위해 ‘찌찌해방만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단체로 가슴을 드러낸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사흘 후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에 게시되었고,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당했다. 1개월 계정 정지 처분도 내려졌다. 

불꽃페미액션의 시위와 퍼포먼스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모인 10여 명의 여성이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면서 시작된 불꽃페미액션은 이제 2백여 명이 함께하는 단체가 되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지금도 여전히 별도의 대표자 없이 이슈가 있을 때마다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와 있는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를 내세워 모든 사안이 그를 중심으로 결정되고 성과마저도 몰아주는 운영 방식이 남성 중심 사회의 산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준 시위와 퍼포먼스는 셀 수 없이 많다. 술자리에서 여성들에게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거나 무례를 범하는 남성들에게 항의하는 퍼포먼스 ‘천하제일 마초대회’를 비롯해 자신의 몸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천하제일 겨털대회’,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 직장 내 성폭력과 성희롱 예방 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직장 내 성폭력 OUT 기자회견’, 밤길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밤길걷기 달빛시위’ 등 이들을 행동하게 하는 발단은 분노지만, 연대의 모토는 언제나 ‘즐거움’이다. 운동도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 이들의 행보를 ‘언니들의 즐거운 반란’이라 불러도 좋은 이유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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