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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혹은 배우의 의무

EDITOR 김지영 기자

입력 2018.05.03 11:46:05

6년 만에 드라마 ‘미스티’에 출연해 대체 불가능한 배우임을 증명한 김남주에게 궁금한 것들.
김남주 혹은 배우의 의무
배우 김남주(47)가 지난 3월 말 종영한 드라마 ‘미스티’로 ‘시청률의 여왕’임을 증명했다. ‘미스티’는 2012년 45%가 넘는 시청률을 올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 이후 그가 6년의 공백을 깨고 출연한 작품이다. 2005년 동료 배우 김승우와 결혼해 딸 라희, 아들 찬희를 두고 있는 그는 그동안 육아에 전념했다고 한다.

김남주의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은 ‘미스티’는 종합편성채널에서 1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매회 화제를 뿌렸다. 그 중심에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으로 분한 김남주가 있었다. 고혜란은 ‘넝쿨당’의 차윤희나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 캐릭터와는 결이 달랐다. 엄마도, 주부도 아닌 완벽한 미모의 커리어 우먼이자 정의사회 구현을 꿈꾸며 성공을 향해 달려온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방영 전 고혜란이 되기 위해 7kg의 체중을 감량한 그는 첫 회부터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외모와 군살 없는 몸매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또한 이성과 감성, 사랑과 욕망, 선과 악의 오묘한 경계를 넘나드는 섬세한 내면 연기는 강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혹자는 고혜란을 이렇게 분석했다. “신인 시절부터 김남주가 갖고 있던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에 고급감이 더해진 인물”이라고. 드라마 종영 후 4월 4일, 김남주는 그 고급감이 묻어나는 흰 블라우스에 검정 슈트 차림으로 기자와 마주했다. 

오늘의 드레스 코드는 뭔가요.

격식이죠. 저를 만나러 오신 수고로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나름의 매너랄까요. 하하하. 

‘미스티’ 종영 후 어떻게 지냈나요.

가장 먼저 한 일은 김승우 씨랑 한식 먹기요. 바로 체중 2kg을 회복했죠(웃음). 그동안 미뤄둔 화보도 찍고 CF 촬영도 했습니다. 

앵커 톤이 남아 있네요. 

냉정함이나 냉철함이 필요할 때, 심각해지거나 화가 나면 고혜란 톤이 나오더라고요. 

6년 만의 복귀작으로 ‘미스티’를 선택한 이유는요. 

작품을 고를 때 스토리를 가장 중시하는데 ‘미스티’ 대본을 보고 단숨에 매료됐어요. 딸아이에게 엄마가 본업에 성공적으로 복귀해 뭔가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제가 ‘넝쿨당’을 찍을 때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이에요. 이 작품이라면 6년 만에 복귀해도 창피는 당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뚜껑이 열리니 기대 이상이었죠. 촬영장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고, 시청자들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줘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아나운서들에게도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고요. ‘미스티’에서의 제 모습을 보며 고혜란 스타일을 연구한 분도 있고, 정말 고혜란의 머리 모양을 하고 어투를 따라 한 분도 있었대요(웃음).


김남주 혹은 배우의 의무
 특별히 참고한 인물은 누군가요.   

제가 어릴 때 가장 유명한 여성 앵커가 백지연 아나운서였고 그 다음 세대가 김주하 아나운서예요. 두 분을 비롯한 여러 앵커의 정보를 수집하고 참고해 저만의 캐릭터로 만들었어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위협을 느끼는 베테랑 앵커의 카리스마와 풋풋한 젊은 아나운서들의 자연스러운 말투를 다 아우르려고 노력했죠. jtbc 안나경 아나운서의 도움도 받았어요. 아나운서가 주의해야 할 발음들이 있더라고요. 또 ‘뉴스룸’ 애청자다 보니 손석희 사장님의 인터뷰 스타일도 알게 모르게 녹아 있었을 거예요. 그분들과 제가 가진 걸 적절하게 버무려 잘 흉내 내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하면서 기자들의 고충도 알게 됐을 듯해요. 

그건 예전에 리포터로 활동할 때부터 알았어요. 취재하면서 상대의 답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말을 잘하는 것 자체도 어렵고요. 

엄마도, 아줌마도 아닌 커리어 우먼으로 분해 극을 이끈 소감이 어떤가요. 

처음엔 걱정이 컸어요. 9년 전 이미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아줌마 역을 했고, 이제 주인공의 엄마 역할을 할 나이임에도 오히려 아줌마가 아닌 전문직 여성을 완벽하게 보여줄 자신이 없었어요. 늘 엄마로 살다 엄마가 아닌 역을 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살을 빼고 퍼져 있던 자세를 교정하는 거야 노력으로 되겠지만 사장도 무서워하지 않는 신뢰도 평가 1위의 뉴스 앵커라는 설정이 매력적이면서도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실제 모습은 ‘내조의 여왕’ 천지애 캐릭터처럼 푼수기 있고 명랑하거든요. 그런 성격인 걸 몰랐던 대중들은 천지애를 잘 소화했다고 박수를 쳐주셨지만 사실 전 평소처럼 하면 돼서 너무 편했어요. 그런데 고혜란은 제게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하는 인물이어서 행동은 물론 감정까지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늘 조심했어요. 촬영장에서도 늘 고혜란스럽게 있었고요. 얘기도 많이 안 하고 음악을 들으며 기를 모으고 있으면 사람들이 말도 못 붙일 정도였죠. 그렇게 고혜란을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면서 말로 할 수 없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늘 감사했어요. 제가 참 복이 많은 사람 같아요. 

고혜란의 성격과 닮은 점, 다른 점을 꼽는다면요. 

비슷한 면은 선택과 집중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저도 일단 선택하면 최선을 다하고 아닌 것에는 연연하지 않거든요.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고요. 배우로 살면서 적당히 타협도 했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자기 고집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못 왔을 거예요. 고혜란과 다른 점은 고혜란만큼 당당하지 못하다는 거예요. 당당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그래서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저도 통쾌한 지점이 많았어요. 시청자들도 고혜란의 사이다 발언 덕분에 대리 만족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로 살면서 고혜란처럼 여성이기에 더 열심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했던 적이 있나요.

연예계엔 유리천장이 없어요. 시청자에게 사랑받으면 자기 밥그릇을 지킬 수 있고 스타도 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죠. 고맙게도 배우로서는 열심히 한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여자, 엄마로 살아가는 것은 저도 힘들어요. 온전히 드라마를 할 때는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아이들을 돌볼 땐 작품 활동을 못 하거든요. 일과 육아를 매일 병행하는 워킹맘들은 고충이 더할 거예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스트레스가 계속될 테니까요. 게다가 한국 남성들이 가부장적인 편이고요. 요즘 그런 성향이 바뀌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우리 딸이 결혼할 때는 여성들이 좋은 위치에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행복한가요. 

고혜란한테 미안하리만큼 김남주는 행복해요. 어떤 작품보다 캐릭터에 빠져 있었는데 김남주로 금방 돌아왔어요. 드라마를 찍는 동안 제발 우리 아이들이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았으면, 공부를 못해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지내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다행히 별탈이 없었어요. 저도 안전하게 가정에 복귀했고요. 지금은 그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이들에게 더 집중하고 있어요. 

드라마를 찍는 동안 김승우 씨가 외조를 잘해줬나요. 

큰 도움을 줬어요. 처음이에요. 원래 남편이 보통 아빠들 같았거든요. ‘미스티’가 남편이 직접 추천한 작품이어선지 누구보다 제가 잘해내리라 믿었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들 케어부터 캐릭터 분석, 대본 리딩 연습까지 도와줬어요. 연기할 때는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든데 남편이 헬스 트레이너처럼 코치해줬어요. 작품이 끝난 다음에도 제가 고혜란을 떠나보내며 쓸쓸해하지 않도록 만날 회식 자리를 만들어 재미있게 해주고 있어요. 

몇 달 만에 7kg을 감량했다고 하던데 대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예요(웃음). 

고혜란은 둥실둥실하게 살이 오르면 안 될 것 같아 살을 독하게 뺐어요. 대본에 ‘몸매도 운동으로 탄탄해 보이는 건강한 혜란’이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다이어트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연기자가 캐릭터에 맞추는 건 당연한 일이니 최선을 다해 고혜란이 돼보자는 마음으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어요. 나트륨을 끊고 닭가슴살로 최소한의 소식만 했죠. 쉬는 날엔 운동과 태닝을 하느라 더 바빴어요. 태닝을 적당히 하면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었을 때 건강하고 날씬해 보이거든요. 사실 작품에 적응하고 나서 살이 약간 쪘었어요. 근데 하도 날씬하다고들 해서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하하하. 

케빈 리 역의 고준 씨가 김남주 씨와 러브신으로 남성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고 하더라고요. 

안 그렇던데요. 제작발표회 때 “제 등짝 보고 싶으면 ‘미스티’ 보라”고 했더니 어떤 댓글에 ‘니 등 따윈 보고 싶지 않다’고 써 있더라고요. 하하하. 그래서 제가 ‘보지 마라’ 했어요. 암튼 댓글을 보고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로 가슴에 굳은살이 박여야 이 일을 할 수 있어요. 댓글 보기를 무서워하는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조언해줘요. 

댓글을 챙겨 보나요.

사실 안티 팬이 있어서 신경을 끄고 살았는데 요즘은 댓글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어느 기사에서 저를 두고 ‘안티 팬도 돌아서게 하는 악마의 재능’이라고 표현해 댓글을 보니 좋은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그런 반응들 덕분에 큰 힘이 됐죠. 

입고 나오는 의상들도 화제였어요. 나름의 스타일링 기준이 뭔가요. 

상황에 맞는 옷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면 연기할 때 방해가 되거든요. 뉴스를 진행할 땐 철두철미한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도록 슈트를 주로 착용하고 남편과 있을 땐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는 하늘하늘한 옷을 입었어요. 후배 기자인 한지원(진기주)을 혼낼 땐 어깨가 각진 슈트를 착용해 기가 세 보이도록 했고요. 

평소에는 어떤 옷차림을 즐기나요.

편한 복장을 좋아해요. 그게 우리 아줌마들의 현실이죠. 이렇게 입고 아이들을 돌볼 순 없으니까요. 심하게 편한 옷을 즐겨서 큰딸이 창피해한 적도 있어요. 하하하. 딸아이 입장에서는 제가 다른 엄마들보다 예뻐 보였으면 싶은 거죠. 앞으로 고혜란처럼 하고 학교에 꼭 와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편인가요. 

저희 부부는 그러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요. 집에서 초코칩 쿠키를 먹으며 눈치를 볼 정도로 아이들이 다이어트에도 민감하고요. 엄마, 아빠가 남의 시선을 많이 받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영향을 받은 거죠. 그런 게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워요. 부모는 아이의 거울인 만큼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좋은 거울이 되기 위해 실천해온 나름의 육아 원칙이 있나요. 

사랑을 많이 주는 엄마가 되려고 평소 애정 표현도 많이 하고 눈도 자주 맞춰요. 아이들 앞에서 남편과 항상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요. 아이들에겐 엄마, 아빠가 전부인데 부모 사이가 안 좋으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눈치를 보게 되거든요. 저희 엄마도 저를 그렇게 키우셨어요. 어릴 때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했지만 사랑을 많이 받아 마음이 안정돼 있었어요. 그 덕분에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랐고요. 오빠(김남주가 남편을 부르는 호칭)도 저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려고 하고 반듯한 부모가 되려고 주어진 바에 최선을 다해요. ‘미스티’를 준비하면서도 그랬어요. 우리 라희가 많이 놀라워했죠. “엄마, 살이 다 어디 갔어?” 하면서요. 엄마들은 사실 다이어트를 하기 쉽지 않아요. 아이들이 남긴 거 먹어야 하거든요. 하하. 저도 먹을 게 보이면 본능적으로 입에 넣어요. 요리하며 꼭 맛을 보는데, 맛있으면 절제가 안 되고요. 그래서 아예 일반식을 끊는 다이어트를 한 거예요. 

딸과 친구 같은 사이인가 봐요.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어요. 강태욱(지진희)과의 키스 신도 딸에게 보여줬어요. 교육적인 차원에서요. 강태욱이 불륜 상대도 아니고, 라희도 중학교 1학년이니 사랑에 대해 알 나이거든요. 같이 있으면 제가 계속 말을 붙이는데 라희가 잘 받아줘요. 부모가 배우여서 나름 힘든 점이 있을 텐데도 밝은 성격이에요. 잔소리가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이죠(웃음). 가장 사랑하면서도 만나면 티격태격해요. 저희 엄마와 저도 그랬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지켜온 철칙은 뭔가요. 

SBS 공채 출신인데 데뷔 초 선배님들에게 많이 혼나 주눅이 들어 있었어요. 그때 결심했죠. 나중에 잘돼도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 늘 겸손하자고요. 잘난척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해요. 아이들에게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겸손하라’고 가르치고요. 잘난 척하는 사람이나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겐 못되게 구는 인간형을 가장 싫어해요. 

주부, 엄마로 온전히 살아가던 시기에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복귀하고 싶지 않았나요. 

전혀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조급증을 내는 성격이 아니에요. 물론 배가 아픈 적도 있지만 대신 제겐 무엇보다 소중한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엄마가 아닌 역할로 호평을 받은 것도 굉장히 뿌듯하고 이렇게 큰딸을 뒀다는 것도, 지금 제 나이도 너무 자랑스러워요. 

자녀가 배우가 되길 원하면 적극 밀어주실 생각인가요. 

간절히 하고 싶어하면 밀어줄 생각이에요. 원래는 반대했는데 성장하는 거 보니 콩 심은 데 콩이 나더라고요. 제가 보기엔 끼가 많은데 아이가 지금은 하고 싶지 않대요. 

삶의 지향점은 뭔가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거죠. 제가 연기대상 받는 것보다 아이들이 받아쓰기에서 100점 맞는 게 더 기뻐요. 제가 받은 10개의 상보다 아이가 받은 상장 하나가 더 귀하고 반갑고요. 아이들을 사회에 이바지할 훌륭한 인재로 키워놓고 김승우 씨랑 와인 마시는 게 꿈이에요. 오빠는 2040년이면 두 아이 모두 결혼해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며 휴대전화 배경화면도 2040년에 폭죽 터트리는 이미지로 깔았어요. 하하. 

김남주 씨에게 남편은 어떤 존재인가요. 

가장 부여하고 싶은 의미는 ‘좋은 친구’예요. 술친구이자 수다 친구요. 아이들이 자면 둘이 술 한잔하며 수다를 떨어요. 제가 육아를 하면서 스트레스 받은 일을 털어놓으면 오빠가 잘 들어줘요. 가끔 같이 욕도 해주고요. 제 얘기를 들어주다 보니 오빠도 수다가 늘었어요. 김승우 씨가 여려서 눈물이 많아요. 얼마 전엔 남의 딸 결혼하는 것 보고 울었어요. 라희를 생각하며 감정이입이 돼서요. 정이 많은 사람이죠. 아들도 아빠 닮아서 남을 잘 배려하고요. 오빠는 저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해요. 예전에는 아들 둘에 딸 하나를 키우는 느낌이 든 적도 있는데 13년을 같이 살다 보니 요즘은 김승우 씨가 없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일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요. 저희 엄마가 34세 때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울 엄마는 어떻게 자식들을 키우셨을까…. (김남주는 일찍 사별한 부모님 생각에 감정이 복받쳐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가 감정을 추스르는 동안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화제를 돌렸다.) 

연기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원래 연기자가 꿈도 아니었고 배우는 직업일 뿐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촬영 현장이 좋고 연기를 즐겼다면 공백기가 길어지지 않았을 텐데 육아를 포기하고 작품을 택할 만큼 연기를 좋아한 배우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자신감을 얻었죠. 곧 나이 오십이니 이렇게 예쁘고 당당한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정을 쏟다 보니 이제 감히 배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처음부터 연기를 잘했던 건 아닌데 많은 경험과 연습들이 24년 동안 쌓여 연기 내공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앞으로 좋은 작품이 있으면 좀 더 욕심과 용기를 내보려고 해요.

염두에 둔 작품이 있나요. 

지금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긴 한데 아직은 검토 단계예요. 좋은 작품으로 빨리 인사드리면 저도 좋겠어요. 딸이 시어머니 역할을 하기 전에 빨리 작품을 하라고 해요. 또 더 나이가 들면 친정엄마보다는 시어머니 역을 하라고 그러더라고요. 시어머니 역이 더 비중이 크다면서요. 하하하. 

고혜란 캐릭터에서는 이제 빠져나왔나요. 

아직 떠나보낼 준비가 안 됐어요. 새 캐릭터를 만나기 전에는 보내주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힘들게 만든 멋진 몸매와 체중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요. 순간순간 김남주 특유의 아줌마다운 모습이 나오겠지만 계속 여배우로서의 고혜란스러움은 간직할 생각이에요(웃음).


김남주 혹은 배우의 의무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더퀸AMC


여성동아 2018년 5월 6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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