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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remodeling

홈시어터 갖춘 12평 빌라

EDITOR 강현숙 기자

2018. 05. 10

소형 주택 인테리어의 해법을 알려주는 리모델링 이야기.

1 밝은 원목 책장과 블랙 컬러 벽지, 월넛색 강화마루가 어우러져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서재 겸 홈시어터룸.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해리 씨는 얼마 전 빌라 리모델링 스토리를 정리한 책 ‘생존 인테리어’를 펴냈다.

2 붙박이장을 설치해 깔끔하게 정리한 작은방. 천장에 철봉 2개를 설치해 하나는 행어로, 하나는 운동용 기구로 활용한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주인공이 거실 천장에 매달린 철봉으로 운동하는 것을 보고 따라 했다.

아파트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서울에서 넓고 쾌적한 내 집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이해리 씨 역시 결혼 후 서울 문래동의 오피스텔에서 전세로 살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나자 집주인은 전세금 4천만원 인상을 요구했고, 매달 30만원 이상 나가는 공과금도 부담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낡고 작은 집을 사서 새집처럼 고쳐 살면 어떨까?’였다. 

발로 뛰며 집을 알아보던 부부의 눈에 신림동 빌라촌이 들어왔다. 1억원 조금 넘는 돈으로 20년이 넘은 42㎡(12평)의 빌라를 구입한 뒤 올 리모델링했다. 돈은 많지 않았지만 주거 공간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믿기에 2천4백여 만원을 들여 낡고 작고 좁은 집을 완전히 고쳤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투자였다.

집을 꾸밀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리모델링의 핵심은 밝고 아늑한 느낌 연출과 좁은 공간 활용, 취향 반영이었다. 이를 위해 컬러가 매우 중요했다. 베이스 컬러를 화이트, 블랙, 우드로 정했으며,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인 ‘무인양품’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다. 냉장고 등 가전을 전부 빌트인으로 구성했고, 천장 대들보에 선반을 대어 수납장을 만드는 등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독서와 영화 감상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을 반영해 가장 큰 방을 과감하게 홈시어터룸 겸 서재로 꾸몄다. 불을 끄고 소파에 앉아 화면을 보면 영화관 커플석이 부럽지 않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서재 겸 홈시어터룸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무엇인가. 

홈시어터룸의 벽과 천장은 블랙 컬러로 도배하고, 어두운 월넛색 강화마루를 깔았다. 방이 온통 블랙이라 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신기해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다크한 벽과 바닥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물론 영화 볼 때 몰입감을 높여줘 대만족! 홈시어터룸에서 이상적인 빛의 경로는 프로젝터→스크린→눈의 3단계인데, 보통 프로젝터→스크린→벽과 천장→스크린→눈으로 빛이 재반사된다. 방 전체에 블랙 컬러를 사용해 이런 현상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방음을 위해서는 저렴하고 효율적인 피아노학원의 시공 방법을 접목했다. 시멘트벽-열반사 단열재-잡색포(바깥과 닿는 벽에만 설치)-차음판-석고보드-벽지 등 여섯 겹으로 시공했으며, 방문에는 3M 방풍테이프를 붙여 방음 효과를 더했다. 사면이 막힌 공간이다 보니 프로젝터나 스피커 등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비용은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오래된 빌라를 공사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단열, 상하수도, 누수, 전기 등 설비 보강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설비는 콘크리트와 내장재에 숨어 미세혈관처럼 집 안 곳곳에 설치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사는 내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올 리모델링을 한다면 인테리어 업체보다는 전문 설비업체의 진단을 받을 것. 또 공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집주인의 현장 지키기다. 옆에서 지켜보며 원하는 그림대로 인테리어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조금 일찍 퇴근하거나, 점심 시간을 활용해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앞으로 꿈꾸는 집은. 

얼마 전 딸아이가 태어났다. 열심히 돈을 모아 언젠가는 지금보다 큰 규모의 아파트로 이사할 생각이다. 거실과 주방은 카페처럼, 방은 포근한 가정 느낌으로, 카페와 집의 분위기가 공존하는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 우리 집의 자랑거리인 홈시어터는 거실로 옮길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다세대주택과 아파트를 거친 뒤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을 생각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1 좁은 욕실을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느낌만이라도 넓어 보이게 하고 싶어 타일은 단순한 디자인의 사이즈가 큰 제품을 골랐다. 그레이와 블랙 등 어두운 무채색 타일을 순서대로 쓰니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2 현관 옆 자투리 공간에 화장대를 만들었다. 화장대는 레드파인 목재로, 화장대 코너를 구분하는 장식 기둥은 미송합판에 나뭇결 필름을 씌워 내추럴한 분위기를 냈다. 앤디 워홀 그림이 프린트된 달력을 오려 액자에 넣은 뒤 장식한 것이 포인트. 

3 고시원 구조와 비슷하게 꾸민 부부 침실. 책상과 침대 프레임은 방 사이즈에 맞게 주문 제작했다. 문은 여닫이 대신 슬라이딩 도어를 선택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참고도서 생존인테리어(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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