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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가족

EDITOR 정희순

입력 2018.04.30 17:27:29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매일매일이 설렌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대표 다둥이 아빠, 박지헌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
대단한 가족
“향이야, 어디에 있니? 향이 이리 와봐.” 

“솔이 얘는 또 어디 갔지? 잠깐만 사진 찍자.” 

“아, 나 눈 감았어.” 

“다시 한 번 더요!” 

온 가족이 가까스로 모여 포토그래퍼가 셔터를 누르려는 찰나, 이번엔 아빠 품에 안겨 있던 막내 담이 양이 울음을 터뜨린다. 4월 10일 진행한 ‘연예계 최고 다둥이 아빠’ 박지헌(40)의 가족 화보 촬영 현장이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위치한 박지헌의 자택엔 부부를 포함해 총 여덟 명의 식구가 산다. 박지헌·서명선(39) 부부 사이에는 빛찬(12), 강찬(9), 의찬(7), 향(4), 솔(2), 그리고 지난 2월에 태어난 담이까지 3남 3녀가 있다. 지난해 추석 무렵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연휴에도 마음 놓고 편히 지낼 수 없는 ‘명절 없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청와대가 마련한 깜짝 이벤트였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를 물었고, 행복한 모습 그 자체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들이 박지헌을 바라보는 시선은 둘 중 하나다. “대단하다” 혹은 “대책 없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시간적, 물질적인 비용이 너무 크다 보니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도 많은 시대다. 박지헌 부부를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도 ‘그 힘든 길을 왜 갔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은 채널A 관찰 예능 프로그램 ‘아빠본색’을 통해 말끔히 해소됐다. 박지헌은 지난 연말부터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데, 아이들 사이에서 쩔쩔 매는 여느 아빠들과 달리 노련하게 아이들을 돌보는 ‘베테랑 아빠’였다. 심지어 초등학교를 다닐 나이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훈육하는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다. ‘육아의 신’ 박지헌과 그 가족을 만났다. 여섯 아이들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결국 이튿날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해야 했다. 


대단한 가족
저 어제 취재로 몸살 났어요. 세상에, 안 힘드세요. 

저는 일상인데요(웃음). 원래 아이들 데리고 단체 사진 찍기가 힘들어요. 한 명 잡아오면 다른 한 명이 도망가고, 또 잡아오면 다른 애가 도망가고. 베스트 컷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죠. 그래도 저는 좋았어요. 가족사진 촬영을 꽤 자주 하는 편인데, 담이가 태어나고 여덟 명이 함께 모여 사진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한 명씩 늘어나는 식구들 모습이 들어 있어 가족 앨범 보면 재밌겠어요(웃음). 

맞아요(웃음). 그런데 한편으론 애잔한 마음도 들어요. 식구가 늘어난 건 분명 기쁜 일인데, 사진 속에 훌쩍 커버린 첫째와 둘째를 보면 가슴 한편이 아려요. 분명 빛찬이와 강찬이도 요만할 때가 있었는데, 동생들을 키우느라 정작 큰아이들에게는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거든요. 큰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아쉬움이랄까. 어쩌면 그래서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나 봐요. 큰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니까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담이 양이 태어나면서 무려 6남매의 아빠가 되셨어요. 여섯 아이의 탯줄을 모두 직접 잘랐다는 얘기 듣고 놀랐어요. 첫아이 출산 땐 긴장하셨을 텐데 지금은 눈 감고도 자르시는 거 아닌가요(웃음). 

저도 여러 번 했으니까 당연히 덤덤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전보다 더 감정이 북받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첫째, 둘째 땐 뭐가 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낯섦이 컸죠. 그런데 이제는 설렘과 낯선 감정이 아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뜨거움’이 밀려와요. 이건 저만이 경험해봤을 법한 특별한 경험이죠. 

아내의 여섯째 임신 소식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계획 임신이었기에 놀라거나 당황하진 않았어요.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담이가 빨리 생긴 편이라, 왠지 우리 부부의 마지막 아이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은 들더라고요. 마지막 아이라서 빨리 허락된 느낌이랄까요. 

부부 중 아이를 많이 낳자고 제안한 분은 누구인가요. 

당연히 아내죠. 아내에게 아이를 많이 낳자고 제안할 수 있는 대한민국 남자는 아마 없을 거예요. 누군가가 여자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한다면, 그건 이기적이고 잘못된 거니까요. 여성이 아이를 더 낳고 싶다고 스스로 느껴야죠. 아내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확신을 가진다면, 그런 감정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봐요. 남편이 할 일은 아내가 자신의 삶에 확신과 만족을 느끼도록 환경과 상황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절대 남편이나 시부모가 강요해서 끌고 가면 안 되는 거죠. 

아내분이 아이를 많이 낳고자 했던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아이를 여럿 낳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대요. 모두가 그렇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하더라고요. 현대인들은 외로움과 고독 때문에 불행하다고들 하잖아요. 가족이 있으면 외롭지 않은데, 왜 아이는 낳지 않으면서 외롭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대요. 물론 저희 부부도 처음부터 아이를 여섯 낳겠다고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아내를 중학교 때 처음 만났는데, 연애하면서 “우리 이 다음에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자”고는 해도 “아이 많이 낳자”는 말을 했겠어요? 저 역시 다른 이들과 같은 문화 속에 사는 사람이잖아요. 특히 아내는 아기를 좋아하는 여자도 아니었어요. 다만 아이를 하나 둘 낳으면서 가족이 주는 행복을 깨닫게 된 거예요. 그렇게 행복을 키워가다 보니 어느새 여섯이 된 거죠(웃음). 

아내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중학교 때 학교 앞 문방구 아저씨 주선으로 만나게 됐어요. 아저씨가 영업 목적으로 벌인 이벤트였죠. 펜팔을 주고받다가 어느 맑은 날, 체육관 앞 공터에서 서로 얼굴을 처음 봤어요. 그런데 첫인상이 너무 예쁜 거예요. 저는 키도 작았고, 안경까지 써서 정말 볼품이 없었을 때였어요. 

그룹 V.O.S 데뷔 후 결혼 사실을 숨기다가 아이 둘을 낳은 이후에야 ‘유부남’이란 사실을 고백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군 제대 후 결혼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무렵 데뷔를 한 거죠. 20대 초반의 멤버로 구성된 ‘꽃미남 그룹’ 콘셉트였는데 제가 유부남이라는 걸 어떻게 이야기하겠어요. 멤버들에게도 말하지 않을 정도로 꽁꽁 숨겼죠. 여기까지 들으면 사람들은 상상을 해요. 세상에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고 부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요. 그런데 우리 부부는 전혀 그런 사연이 아니었어요. 서로 사랑했고, 저희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거죠. 혼인신고는 2010년에 했고, 결혼식은 2014년에 올렸어요. 


대단한 가족
아내와 의견 충돌이나 다툼은 없나요. 

없어요. 지금껏 함께해온 세월이 있는걸요. 비결이라면 매일 대화를 한다는 거. 다툼이라는 건 서로 소통이 안 될 때 생기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데 이슈 하나를 놓고 “자, 이제 생각을 이야기해보자”라고 한다면 없던 다툼도 생길 수밖에 없어요. 아이를 훈육하는 것도 똑같아요. 평소엔 관심도, 대화도 없이 지내다가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갑자기 가르치려 들면 아이 입장에선 반감이 생기게 마련이죠. 

아이들이 홈스쿨링을 하는 걸로도 화제가 됐어요. 홈스쿨링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더 나은 교육을 시키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교육의 대안으로 시작했어요. 사춘기 전까지는 아이들을 부모의 사랑으로 키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더 나은 교육을 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아이들 유치원도 보내지 않았을 거예요. 홈스쿨링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아내와 오랫동안 대화를 통해 결정했어요. 처음엔 방임이다, 학대다 말이 많았는데 ‘아빠본색’을 통해 오해가 많이 풀렸어요. 

그래도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과목들이 있을 텐데,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나요. 

과목별로 달라요.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하고, 방문 학습도 하고, 교재만 가지고 스스로 공부하는 과목도 있죠. 커리큘럼은 아내와 제가 상의해서 짜요. 쇼핑하듯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늘 즐거운지 물어봐요. 일종의 만족도 조사죠. 

빛찬 군 또래 친구들은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해요. 중학교는 보낼 예정이신가요. 

결정된 사항은 아니에요. 만일 아이들이 홈스쿨링에 회의를 느낀다든지, 학교에선 어떤 공부를 하는지 궁금해하면 보낼 생각이에요. 그건 아이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니까요. 제가 할 일은 끊임없이 만족도 조사를 하는 거죠. 

‘아빠본색’을 통해 보인 모습은 참 좋은 아빠예요. 원래부터 그런 아빠였나요. 

‘좋은 아빠’라는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엔 그냥 보통 아빠였어요. 일하러 가고, 밤늦게 들어오고. 아이들에게 특별한 교육을 한다거나 대화를 즐기는 그런 아빠는 아니었죠. 그런데 한 아이 한 아이 키워가면서 깨닫게 되는 다른 면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부모도 성장한 거죠. 

아이들을 키우면서 행복한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가요. 

매일매일요. 실감 나지 않을 정도의 행복을 매 순간 느껴요. 그래서 매일 감정이 북받치고, 울컥해요. 주변에선 힘들겠다고 하시는데, 사실 힘들다는 느낌은 없어요.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요. 여섯 아이가 주는 행복을요.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나요. 

저희 부부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있어요.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거. 그게 목표예요. 남을 돕는다는 건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자존감이 높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자기 삶에 대해 만족해야 하고, 세상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부모가 아이를 충분히 사랑해줘야 하고요. 자기가 사랑받는다는 확신을 가져야 자존감도 생기는 법이니까요. 엄마, 아빠와 함께한 유년기의 기억 속에 사랑이 가득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세상을 살아갈 때 외로움보다는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감각 있는 아이들이 될 거라고 믿어요. 

실제로는 박지헌 씨를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더 많다던데요(웃음). ‘기아대책’을 통해 아동 결연도 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남을 돕는 기쁨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하신 건가요. 

가나,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 열명의 아이들이 더 있긴 합니다(웃음). 하지만 그런 이유는 아니에요. 아이들에게 세계 곳곳에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피부색이 다른 형제들이 있고, 세상이 이렇게 넓고, 우리는 서로 어울려 사는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이 친구들이 전부 나와 같이 귀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랄까요. 일종의 사회성 훈련이에요.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거나, 피부색이 다른 사람을 봐도 우리 아이들은 놀라거나 수군거리지 않을 거예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전화도 받으셨죠. “저출산 시대에 귀감이 되어달라”고 말씀하셨다던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다둥이 아빠 박지헌이 말하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은 뭔가요.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성의 자존감을 키우는 거라고 봐요. 자존감은 혼자서 키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고, 그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죠. 사랑하는 사이에서 생명이 태어났으니 그 귀한 생명을 키우는 엄마가 된 거고, 그 생명이 (자신을) 바라보니 엄마로서 더 자존감이 높아져가는 게 정상이죠. 그러려면 남자들이 잘해야 해요. 싱글에서 아내로, 아내에서 엄마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을 때마다 ‘이게 맞아!’ ‘잘한 일이야!’라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는 거죠. 그러면 여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남편이 이렇게나 나를 사랑해주는구나, 예쁜 아기 낳기를 참 잘했구나, 우리 가족이 이렇게 사랑하는구나, 라고요. 이런 확신이 생기면 저출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거예요. 


마지막 질문, 일곱째 계획은 없으신가요. 

이번에 담이를 낳고 아내가 “그만 낳아야겠어”라고 말하더라고요. 주변에서 늘 들어왔던 말인데 아내가 그렇게 얘기한 건 처음이에요. 아내 말을 따르게 되겠죠. 우리 집 대장인걸요(웃음).


대단한 가족
사진 홍태식 디자인 최정미
동영상 라인미디어랩 헤어&메이크업 이누리 이지혜 김민경 스타일리스트 배채윤 어시스트 이채영


여성동아 2018년 5월 6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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