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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은 왜 피비 파일로를 사랑할까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조엘킴백

입력 2018.03.14 14:35:59

셀린느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러기지 백.

셀린느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러기지 백.

1945년 문을 연 프랑스 패션 하우스 셀린느가 요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012년부터 4년간 생 로랑의 부흥을 이끈 전설적인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을 새로운 디자인 수장으로 영입한 덕분이다. 2016년 생 로랑을 떠나 미국 LA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그가 셀린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낙점됐으며, 기존의 여성복과 함께 남성복 라인도 전개한다는 소식에 ‘셀린느표 남성복’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에디 슬리먼에 대한 기대감의 이면에는 지난 10년간 셀린느를 이끌어온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의 퇴장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또 다른 브랜드 끌로에를 이끌던 피비 파일로는 결혼과 출산을 위해 2006년 패션계를 떠났다가 2008년 셀린느로 복귀했다. 오롯이 자신과 가족만의 시간을 원했던 그녀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프랑스 태생에 시크한 외모를 지닌 피비 파일로는 세계 3대 패션 스쿨 중 하나인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스 예술대학 재학 시절부터 남다른 패션 센스로 주목받았다. 그녀는 특히 매니시한 의상을 여성스럽게 풀어내는 스타일의 고수라는 평을 얻었다. 미니멀한 실루엣의 의상은 물론 오버사이즈 의상에서도 여성성을 발현할 줄 아는 탁월한 해석력을 지녔던 것. 피비 파일로가 셀린느를 맡은 이후부터 그녀의 진가가 고스란히 셀린느에 반영됐다. 그녀의 존재감은 단지 셀린느라는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 세계 패션계가 심플하면서도 우아하고 독창적이며 성(性)의 경계를 허문 그녀의 스타일에 열광했다. 셀린느의 시그니처 가방인 러기지 백과 카바스 토트백은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즐겨 들었고, 2011년에는 컬렉션에 소개된 여성복을 미국의 유명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피비 파일로의 디자인에는 형용하기 힘든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심플하면서도 미니멀한 디자인을 그녀만의 감각으로 재해석, 재구축해 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힘 말이다. 그녀는 자신의 디자인 원천을 묻는 질문에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느낌들이 영감을 주고 에너지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시대를 초월한 심플하고 우아한 의상을 만들고 싶어했던 그녀

피비 파일로와 그녀의 절친인 가수 카니예 웨스트.

피비 파일로와 그녀의 절친인 가수 카니예 웨스트.

2018 SS 파리 패션위크의 셀린느 컬렉션.

2018 SS 파리 패션위크의 셀린느 컬렉션.

피비 파일로는 결혼과 출산, 육아에만 충실할 수 있었던 끌로에와 셀린느 사이 공백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2007년 둘째, 2012년 셋째를 출산한 그녀가 셀린느를 떠나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소문은 지난 몇 년간 패션계에서 끊이지 않았다. 

여성이 표현하는 여성, 여성이 입고 싶어 하는 패션을 가장 잘 구현해낸다는 평을 들었던 피비 파일로와 결별하고 여성복 라인이 강했던 디올에서 남성복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한 후 생 로랑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에디 슬리먼으로 갈아탄 셀린느가 어떻게 달라질지, 다음 컬렉션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듯하다. 

피비 파일로의 다음 여정에 소문이 무성하다. LVMH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고 버버리로 옮길 것이란 소문도 있으며, 어떤 호사가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에디 슬리먼 대신 샤넬로 옮길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언제 어느 브랜드로 다시 패션계에 컴백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녀가 디자인했던 아이템들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사랑받을 것이다. 피비 파일로가 직접 밝힌 디자인 철학 그대로. 

“제 디자인이 지나치게 ‘지금’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 아니기를 바라요. 과거의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도, 억지로 패셔너블하게 보이는 것도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죠. 시대를 초월한 심플하고 우아한 의상을 만들고 싶어요.”


뉴요커들은 왜 피비 파일로를 사랑할까

조엘킴벡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며, 브랜드 컨설팅과 광고 만드는 일을 한다. ‘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director 김명희 기자 designer 최정미
사진 REX


여성동아 2018년 3월 6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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