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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wards

수상 소감의 바른 예

editor 정희순

2018. 01. 25

얼마 전 배우 유아인이 김성준 SBS 앵커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연말 시상식을 본 김성준 앵커가 “2년 전 유아인처럼 소름 돋는 수상 소감이 없었다”며 “왜 훌륭한 연기자들이 연말 시상식 무대에만 올라서면 연기를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을 유아인이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유아인은 “수상 소감은 연극이 아니다. 시청자와 창작자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소중한 순간이다. 시상식 무대는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진심을 전하는 소중한 무대”라며 “배우의 잘하는 연기를 보고 싶으면 시상식 말고 공연장을 찾으라”고 덧붙였다. 좋은 수상 소감이란 어떤 걸까. 지난 연말 한 해를 결산하는 각 분야 시상식에서 깊은 여운을 남긴 수상 소감의 바른 예를 유형별로 꼽아봤다.

목소리가 된 정려원의 우아함
드라마 ‘마녀의 법정’ 마이듬 역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그녀는 “‘마녀의 법정’을 만나면서 성범죄의 현실을 깊이 알게 됐다”며 “이 드라마를 통해 성범죄, 성폭력에 대한 법이 강화돼 가해자들은 제대로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은 목소리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성취가 가장 빛나는 순간에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던진, 가장 우아한 수상소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위로와 공감 아이유의 진심
제32회 골든디스크 어워드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


아이유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동료 가수 종현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사실 아직도 많이 슬프다. 그가 왜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는지 알 것 같아서 더 슬프고 미안하다”는 말로 시작해 “자연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기 바란다. 가수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을 하는 만큼,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스스로 병들고 아픈 일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코끝을 찡하게 했다. 가수로서 겪은 그간의 감정, 떠난 이에 대한 추모, 남은 이들을 위한 위로가 버무려진 수상 소감이었다. 몇몇 아이돌 멤버들은 아이유의 수상 소감을 듣고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내에 대한 천호진의 고백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서태수 역
KBS 연기대상 대상



평소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수상의 영광을 딱 한 사람, 자신의 아내에게 돌렸다. “여보, 연애할 때 한 약속을 지키는 데 34년 걸렸네. 너무 늦었다, 미안해. 당신만 허락한다면 다음 생에 당신이랑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라면서. 30초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강력한 한 방이었다. 아, 이보다 더 ‘스위트’한 고백이 있을까.

소박함으로 무장한 진선규의 ‘꿀잼’
영화 ‘범죄도시’ 위성락 역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진심을 전할 때 소박함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또 있을까. 거기에 위트까지 담는다면 금상첨화다. 데뷔 22년 만에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진선규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저 조선족 아닙니다”라며 “이곳에 오는 것만으로도 떨려서 청심환을 먹었는데, 상을 받을 줄 알았다면 하나 더 먹을 걸 그랬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쭉 전하는가 싶더니 “코가 낮아서 배우로 잘 안 풀리는 거 같다면서 제 코를 세워주기 위해 계까지 붓던 친구들, 고맙다!”고 말하는 재치도 발휘했다.

designer 박경옥
사진 뉴스1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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