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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WINTER 패딩의 힘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조엘 킴벡

작성일 | 2018.01.11

몽클레르

몽클레르

예전엔 그저 칼바람을 이기기 위해서 구입했던 패딩이 최근 몇 년 사이 스타일 지수를 가늠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패딩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깬 대표적인 브랜드는 1952년 방한용 텐트와 침낭을 만들던 회사로 시작해서 지금은 명품 패션 브랜드로서의 면모를 확립한 몽클레르다. 

몽클레르는 패딩 점퍼를 비롯한 방한 의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한철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럭셔리 브랜드들이 즐비한 백화점 로열층에 당당히 입점해 있다. 몽클레르가 명품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단지 비싼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엄청난 공을 들인 제조 과정과 준야 와타나베 꼼데가르송을 시작으로 톰 브라운, 비즈빔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단순한 겨울용 아웃도어 웨어라는 한계를 넘어서려 했던 집중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몽클레르는 최근에도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오프 화이트와의 콜래보레이션 라인인 ‘몽클레르O’를 선보여 새로운 마니아들을 끌어들였다.


듀베티카, 사카이(왼쪽부터)

듀베티카, 사카이(왼쪽부터)

테파노 로보레토가 2004년 독립해 만든 이탈리아 다운 점퍼 전문 브랜드 듀베티카의 선전도 예사롭지 않다. 2002년 창립했으니, 브랜드 역사는 불과 15년 남짓이지만 꼼데가르송과의 협업을 필두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면서 단숨에 몽클레르를 위협하는 브랜드로까지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도 포근함이 전해지는 캐나다 구스는 1957년 캐나다에서 탄생한 브랜드. 한파가 극심한 캐나다의 자연조건을 이겨낸 방한과 보온의 기술력에, 캐나다에서 자체 생산하는 브랜드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겨울 의류의 새로운 명품으로 떠올랐다. 거위 털 세척과 원단 염색 등의 작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2백 단계에 걸친 공정을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한 벌을 완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2016년 캐나다 구스와 요즘 패션계의 ‘슈퍼 히어로’ 뎀나 바잘리아가 이끄는 베트멍이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은 따뜻하긴 하지만 다소 지루한 이미지의 캐나다 구스에 상상력을 한껏 불어넣는 재미있는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오버사이즈 핏은 베트멍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임이 분명하지만, 캐나다 구스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은 그야말로 오버사이즈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런 패션의 역사에 길이 남을 흥미진진한 이벤트를 패션 피플들이 간과할 리가 만무. 리한나와 지드래곤을 비롯한 수많은 스타들이 5백만 원을 호가하는 이 프리미엄 파카에 일찌감치 몸을 맡겼다.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특히 이번 시즌에는 조금 식상해진 느낌도 없지 않았던 패딩 점퍼의 재도약이 눈에 띈다. 그 중심에 뎀나 바잘리아가 이끄는 또 다른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있다. 발렌시아가는 이번 겨울 시즌 다양한 셰이프의 패딩으로 패션 피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네온 핑크, 민트블루 등 눈을 사로잡는 과감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컬러 전개 역시 호평에 힘을 더 실어준다. 디자이너 아베 치토세가 이끄는 사카이 역시 패딩에 과감한 컬러를 도입해 패딩을 단순한 보온의류가 아니라 입어보고 싶은 옷으로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

이번 겨울 패션계에선 클래식한 영국 브랜드의 강세도 눈여겨 볼만하다. 매년 왁스 칠만 잘해주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입을 수 있는 바버의 재킷은 방수성이 뛰어나면서도 통풍성이 좋아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1894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왁싱 코트를 기본으로 라인을 전개해온 바버는 겨울을 위해 탈착이 가능한 다양한 부속 아이템을 선보이며 변화를 시도 중이다.
 
라벤햄의 퀼팅 패딩은 멋을 아는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선 꾸준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아이템.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라벤햄은 그동안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전개해왔는데, 최근엔 그 열기가 본 고장인 영국에까지 번지며 ‘역주행’의 주인공이 됐다.

더플코트의 원조인 글로버올의 존재감도 간과할 수 없다. 군용 재킷이던 더플코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버올사가 사들여 상용화한 것이 계기가 돼 겨울을 대표하는 아우터로 자리 잡게 됐다. 한국 기업 이랜드가 이 1백30년 전통의 스코틀랜드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겨울 양질의 코트 하나쯤 갖고 싶다면 글로버올의 캐멀색 더플코트를 하나 장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유행은 돌고 돌지만 클래식은 절대 배신하는 일이 없으니까. 

이렇게 겨울에 강한 브랜드들이 패션계에서 큰 자리를 차지해 나가고 있는 데는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전통만을 고집하지 않고 콜라보레이션이든, 디자인의 혁신이든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왔다는 점이다. 앞으로 겨울을 베이스로 한 브랜드들이 어떤 도전에 나설지 궁금하다. 누가 아는가, 몇 년 후쯤 “몽클레르가 정말 겨울 브랜드였냐”고 반문하는 세대가 나타나게 될지.


LUXURY WINTER 패딩의 힘

조엘킴벡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STUDIO HANDSOME’을 이끌며, 브랜드 컨설팅과 광고 만드는 일을 한다. ‘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director 김명희 기자 designer 최정미 사진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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