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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president #meeting

대통령은 왜 재벌의 오토바이와 피자를 언급했나

Men in Blue House

editor 김명희 기자

작성일 | 2017.08.29

7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청와대에서 미팅을 가졌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남자들의 관심사와 그들이 술잔을 잡고 나눈 이야기들.
대통령은 왜 재벌의  오토바이와 피자를 언급했나

#1. 14. 232

문재인 대통령과의 기업인 간담회에 초대된 인물들은 재계 순위 14위까지의 그룹 대표와 232위인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다. 오뚜기는 일자리 창출 및 상생 협력 우수 기업으로 특별 초청됐고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간담회는 밀도 있는 만남을 위해 27일, 28일 2개 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당초 팀을 나누는 기준을 두고 모범 기업과 분발이 필요한 기업으로 ‘우열반 편성’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한때 재계에 긴장감이 돌았으나 청와대는 자산 순위 짝수, 홀수로 미팅 날짜를 정했다. 이에 따라 첫날은 2위(현대차)·4위(LG)·6위(포스코)·8위(한화)·10위(신세계)·12위(두산)·14위(CJ)와 오뚜기가, 둘째 날은 1위(삼성전자)·3위(SK)·5위(롯데)·7위(GS)·9위(현대중공업)·11위(KT)·13위(한진)의 총수가 참석했다. 최연장자는 CJ 손경식 회장으로 78세, 가장 나이가 어린 인물은 대한항공(한진) 조원태 사장으로 42세다. 문재인 대통령과 금춘수 한화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은 64세 동갑이며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평균 나이는 61세다.

#청와대_핫플레이스 #상춘재 #상생

첫날 회동이 열린 상춘재는 청와대 경내의 최초 전통 한옥으로, 주로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 회의 장소 등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시절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인 2017년 1월 1일 출입 기자들과 신년 인사회, 1월 25일 유튜브 채널 정규재tv 운영자인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고문과 인터뷰 등 딱 2번 사용됐다. 이렇게 박 전 대통령 시절 방치되다시피 했던 상춘재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엔 상생의 핫 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손수 만든 인삼정과를 후식으로 내 화제가 됐던 지난 5월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 7월 19일 4당 대표 초청 회동 등이 이곳에서 열렸다.     

현재 상춘재는 노후화된 데다 지난 정부에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곳곳이 훼손된 상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선에서 상춘재 보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작업이 완료된 후에는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얼리어답터 #정용진 #테슬라 #오토바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유명한 얼리어답터다. 전기 자동차를 주제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문 대통령은 정 부회장에게 “(미국 전기차인) 테슬라 1호 고객 아니냐”고 물었고, 정 부회장은 “저희가 1호로 매장(스타필드 하남)을 유치했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직접 타기도 하십니까?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달리나요?”라는 대통령의 질문에는 “한 번 타본 적 있습니다. 380km를 갑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오토바이도 타시죠?”라고 관심을 표했고, 정 부회장은 “10년 전, 15년 전에…. 지금은 결혼하고 집에서 못 타게 해서…”라고 대답했다. 정 부회장은 행사가 끝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행사 사진과 함께 “뜻깊은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피자CEO_구본준 #사회적 기업_최태원 #꼭_참석하고_싶었습니다_신동빈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경영 현안과 관심사에 맞춰 맞춤식 대화를 이어갔다. 구본준 LG 부회장을 위해 준비한 멘트는 “피자 CEO라는 별명이 있다고 들었다”는 것. 구 부회장이 소통과 격려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피자를 돌리는 데서 유래한 별명을 언급한 것이다. 구 부회장은 “전 세계 법인에 피자를 보냈는데, 그 마을에 있는 피자가 다 동난다. 공장 같은 데는 몇 천 명이 있으니 이틀 전부터 만들어서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우리도 피자 한 번 돌리자”고 제안하며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관련 부처에)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둘째 날 참석자인 최태원 SK 회장에게는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도 직접 쓰시고, 투자도 많이 하시는데 성과가 어떻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최 회장은 “한 10년 가까이 투자를 했습니다. 정부가 하는 것처럼 일자리 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기업이 효율적으로 투자를 해나가면 머지않아 새로운 형태의 창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7월 28일 오전 10시부터 최순실 게이트 공판이 예정돼 있어 참석이 불투명했으나 신 회장이 참석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재판부의 양해를 얻어 오후 3시 전에 재판을 끝냈다. 신 회장은 이날 문 대통령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임종석 #김상조 #줄세우기 #배달은_공정하게

이번 행사에 청와대 측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평소 기업인들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이들이지만 이날만큼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일조했다. 임종석 실장은 첫날 행사가 열리기 전 맥주 디스펜서에서 술 따르는 법을 익히며 “오늘은 기업인들을 줄 세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 싶었는지 금방 “농담”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미팅이 시작되고 김상조 위원장이 맥주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자 임 실장은 “배달이나 잘해주세요. 공정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3無 #넥타이 #수첩 #여성

이날 모임에선 회장님들의 ‘목을 조르는’ 넥타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는 행사 전 기업인들에게 ‘노타이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등의 차림’을 권했다고 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행사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필수템인 수첩도 찾아볼 수 없었다. 행사에 참석한 정부 및 기업 관계자 중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건 ‘페미니즘 대통령’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아쉬운 대목이다.

대통령은 왜 재벌의  오토바이와 피자를 언급했나

‘술은 셀프.’ 문재인 대통령이 맥주 따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임종석 비서실장(위). 1, 2차로 나눠 진행된 호프 미팅에는 대통령과 비서진, 재계 순위 상위 기업인들이 총출동했다.


#방랑식객 #임지호 #세븐브로이 #황태절임

대통령은 왜 재벌의  오토바이와 피자를 언급했나
이날 음식을 책임진 사람은 청와대 주방장도, 김정숙 여사도 아닌 자연주의 요리 연구가 임지호 씨다. 산과 들, 바다 등 전국 방방곡곡의 자연을 소재로 요리에 맛과 멋을 담아 ‘방랑식객’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그는 이날도 접시 없이 청와대 뒷산과 녹지원에 있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이용해 그 위에 안주를 담아냈다.

임지호 씨는 참석자들에게 직접 음식을 대접하며 요리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첫날 서빙된 무 카나페는 해독 작용을 하는 무로 사회의 갈등과 폐단을 씻어내자, 기를 보충하는 소고기를 얇게 썰어낸 요리는 기운을 잃지 말자, 시금치와 치즈를 이용한 안주는 화합의 뜻을 담았다고 한다. 둘째 날 상에 오른 황태절임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황태처럼 갈등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고, 호두·땅콩·아몬드 뭉침에는 이날의 간담회가 새로운 미래를 상징하는 씨앗과 같은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만찬주로는 첫날에는 수제 맥주 회사인 세븐브로이 맥주가, 둘째 날에는 맥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 제공됐다. 업계에서는 세븐브로이가 한국 최초의 수제 맥주 기업이라는 점과 직원이 모두 정규직인 점이 높이 평가돼 선정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행사 후 세븐브로이는 매출이 150% 이상 증가했다.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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