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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x-file 김진 기자의 먹거리 취재 파일

불량 마늘 김장 농단에 이러려고 김장했나

editor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

2016. 11. 24

반드시 피해야 할 불량 마늘 3총사를 소개한다. 이것만 잘 알아도 올해 김장은 반 이상 성공이다.


김장 시즌이다. 주부들이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직접 김치를 담그는 이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식탁에 오르는 음식인 만큼 좋은 재료를 이용해 안심하고 가족들에게 먹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배추와 무, 파, 고춧가루 등을 국산으로 엄선했다 할지라도 방심해선 안 된다. 빼려야 뺄 수 없는 감칠맛 담당, 마늘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반드시 피해야 할 유형의 마늘들을 소개한다.



마늘계의 비선 실세, 파치 마늘

‘파치’는 흠이 나서 못쓰게 된 상품을 일컫는다. 물론 마늘에도 파치가 존재하지만 정상적인 유통 단계에선 걸러지게 돼 있다. 문제는 비정상적인 유통 경로가 존재하며 김장철이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마늘 도매점과 소매점에서 은밀히 거래되고 있는 마늘계의 ‘비선 실세’ 파치 마늘.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결과, 파치 마늘들은 군데군데 새까맣게 썩거나 곰팡이가 피어 있었으며 엄지와 검지로 살짝 눌렀더니 심하게 진물이 흘러나왔다. 현미경으로 오염 부위를 확대해 보니 온갖 세균과 식중독균, 대장균군, 곰팡이들이 득실거리고 있어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되는 상태였다. 취재 결과 이 파치 마늘은 시중의 음식점에도 공급되고 있었고 유명 프랜차이즈 떡볶이 업체에서는 아예 본사 물류센터에서 이 썩은 마늘을 전국 체인으로 유통시키기도 했다. 파치 마늘은 겉으로 보기에도 심각하게 오염됐기 때문에 절대 알마늘 형태로 유통되지 않는다. 무조건 간 마늘, 다진 마늘 형태로 거래된다. 신기하게도 썩은 파치 마늘을 기계로 갈면 일반 마늘을 갈았을 때와 같이 노란색을 띄게 돼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이 점을 악용한 것이다. 물론 구분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다진 마늘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때 군데군데 까만 점들이 섞여 있다면 파치 마늘을 갈았을 확률이 높다. 정상 마늘을 갈았을 땐 까만 점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 이 점을 기억해둔다면 파치 마늘에 속을 일은 없을 듯.





물고문당한 마늘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마늘은 모양도 정상이고 색깔도 뽀얗고 알도 굵다. 부패하지 않은 꽤 괜찮은 중국산 마늘이 원물이다. 문제는 이 좋은 마늘을 그대로 수입하면 좋으련만 한 가지 치명적인 꼼수가 들어간다. 중량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해 멀쩡한 마늘에 물을 먹이는 것이다. 중국의 물마늘 제조업체를 은밀히 취재한 바, 야외에 시멘트 수조를 만들어놓고 물을 가득 채운 뒤 마늘을 몇 시간씩 담가두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마늘과 거품, 부유물이 지저분하게 뒤섞여 있었다. 현지 관계자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더니 한국 업자들이 그렇게 요청을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물을 잔뜩 먹어 비대해진 마늘을 국내 업자들이 싼 가격으로 수입해 무거운 중량을 앞세워 부당 이익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마늘은 주로 냉동 상태로 들어온다. 꽤 괜찮은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서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만 향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물에 오래 불어 마늘 고유의 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방사선 뒤집어쓴 뿌리 마늘

앞의 두 마늘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뿌리 마늘이다. 뿌리 마늘 역시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튀김이나 볶음 요리를 할 때 20cm 정도 되는 마늘의 어린 싹(사실상 줄기)을 즐겨 사용한다. 이 마늘 싹이 들어가면 요리에 알싸하면서도 부드럽고 향긋한 풍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마늘 싹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쓰레기가 나오는데 그 쓰레기가 우리 국민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마늘 싹은 수경재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밭에 흙을 채우고 그 위에 또 물을 채운다. 그 물속에 통마늘을 빼곡히 심고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면 마늘에서 황금색에 가까운 싹이 자라난다. 20cm쯤 자랐을 때 싹을 수확하면 된다. 싹을 수확할 땐 물에 심었던 통마늘의 윗동도 같이 잘라낸다. 수확 후 밭에는 윗동이 잘린 통마늘들이 물속에 박혀 있다. 물에 잔뜩 불어 있는 채로 말이다. 밑동에는 긴 뿌리들이 정신없이 자라 있기 때문에 밑동과 뿌리들을 한꺼번에 잘라낸다. 결국 위아래가 절단된 형태의 애매한 마늘만 남게 된다. 이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업자들의 요청이 있기 때문이다. 이 뿌리 마늘은 맛과 영양소가 거의 없고 심하게 무른 상태라 손으로 집으면 바로 진물이 나온다. 이쯤 되면 이걸 마늘이라고 볼 수 있나 싶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마늘 싹을 수확한 후 남은 뿌리 마늘을 요리는 물론 가축 사료용으로도 쓰지 않고 그냥 버린다.

뿌리 마늘은 우리나라에서 다진 마늘로 팔린다. 더 큰 문제점은 중국에서 다진 상태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살균을 이유로 방사선을 쬔다는 사실. 우리나라 식품 규정에는 원물이 아닌 가공된 식재료에 방사선 조사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뿌리 마늘은 맛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체에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뿌리 마늘을 수입 과정에서 걸러낼 수 있는 규제와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뿌리 마늘은 태연하게 방사선을 쬔 후 우리나라로 수입되고 있다.  

채널A 〈먹거리 X파일〉 제작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취재 내용 일체를 제공했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식약처 측에서는 마늘 수입 시 윗동과 밑동이 잘린 마늘을 걸러내도록 명문화한 지침을 일선에 내려보냈다.
         


     
김진

동아일보 기자로 채널A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하며 많은 여성 팬을 확보하고 있다. 유해 식품, 음식에 관한 편법이나 불법은 그냥 지나치지 못해 직접 실험에 참여하거나 형사처럼 잠복근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사진제공 채널A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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