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FAMILY

어머님이 누구니

글 · 정희순 | 사진 · 지호영 기자 | 디자인 · 조윤제 | 스타일리스트 · 박성연

2016. 07. 19

웃길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천생 개그우먼 오나미와 딸보다 더 개그진 엄마 김명숙 씨의 유쾌한 수다.

수년 전 한 개그맨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좋은 피지컬 덕분에 골을 쉽게 넣는 운동선수가 있는 것처럼 개그계에선 오나미(32)가 그렇다고. 그의 말처럼 오나미는 ‘못생긴 개그우먼’으로 주목받으며 2008년 KBS 32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코미디 부문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하지~마’ ‘순 엉~터리야’ 등 유행어도 여럿 만들어냈다. 개그우먼으로서는 탄탄대로다.

독보적인 외모 탓에 줄곧 ‘모태 솔로’ ‘천덕꾸러기’ 역할만 맡아왔던 그녀가 jtbc 〈최고의 사랑〉을 통해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가상 결혼을 콘셉트로 한 이 프로그램에서 오나미와 호흡을 맞추는 상대는 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다던 선배 개그맨 허경환이다. 역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 했던가. 방송 초반에는 줄곧 “나미에게 여지를 주고 싶지 않다”며 철옹성 같은 모습을 고수하던 허경환이 최근 들어 부쩍 부드러운 남자로 변했다. “나미가 점점 예뻐지는 것 같다”는 말도 종종 한다. 얼마 전 방송에는 오나미의 어머니 김명숙(52) 씨가 출연했는데,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보더니 돌연 눈시울을 붉혔다. 아무리 예능이라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 방송에서 구박을 당하는 것에 속상함도 많았을 터. 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딸을 보는 엄마의 애틋함이 느껴졌다.

점점 예뻐지고 있다는 오나미와 ‘누가 뭐래도 내 새끼’라던 그녀의 엄마. 두 사람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얼마나 닮았냐고? 글쎄, 판단은 독자의 몫!



러블리! 오나미

개그맨들은 대개 하나를 질문하면 그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줄줄 늘어놓으며 분위기를 장악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녀는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았다. 그녀는 시종일관 “감사하다”고 했다. 심지어는 그녀를 두고 못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까지도.

▼ 어머니와 방송 출연에 이어 매거진 촬영까지 하게 됐네요.




〈최고의 사랑〉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허봉(방송에서 오나미가 개그맨 허경환을 부르는 애칭)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계속 이야기 하셨어요. 방송 초짜인 엄마가 잘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오히려 저보다 더 잘 적응하셨어요. 다 허봉이 도와준 덕분이죠. 이번에 〈여성동아〉에서 모녀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내가 나가면 너에게 도움이 되니? 그렇다면 할게” 하고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셨어요. 대전에서 그저께 올라오셔서 함께 지내다가 오늘 이 자리에 모시고 온 거예요. 사진 한번 제대로 같이 찍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 집에서는 어떤 딸인가요
.

그냥 장녀예요. 밑으로 남동생이 둘 있는데 저보다 엄마를 훨씬 잘 챙기죠. 저는 스물두 살 때부터 개그를 하겠다고 서울로 상경해서 따로 살았어요. 딸이라고 하나밖에 없는데 일한다는 핑계로 다른 딸들처럼 살갑게 전화도 자주 못 드려요.

▼ 개그를 하겠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나요.


아무래도 걱정을 많이 하셨죠. 제가 원체 숫기도 없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거든요. 처음 말씀드렸을 땐 “너처럼 부끄럼도 많은 애가 무슨 개그맨을 하겠어” 하고 넘기셨어요. 사실 제가 미용사 자격증이 있는데 엄마는 제가 공주에 내려가 미용실을 차려서 조용히 살 줄 아셨대요.

▼ 무대에선 그렇게 스스럼없이 연기하더니, 수줍음이 많다는 게 의외네요.

트리플 A형이에요. 모르는 사람 앞에선 아예 말을 안 해요. 그런데 친한 친구들은 제가 얼마나 웃긴 아이인지 알고 있었어요. 저는 재밌다며 웃어주는 친구들이 좋았고요. ‘내가 소질이 있나?’ 싶어서 인터넷 검색으로 대학로 소극장을 찾아간 게 시작이었어요.

▼ 거기에선 단박에 오나미의 자질을 알아봐줬나요.

개인기를 시킬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대뜸 “정말 개그맨이 하고 싶어?”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언제까지 서울에 올라올 수 있냐고 물으셨어요. 제 대답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해요!”였죠, 뭐. 처음엔 다른 개그지망생들과 함께 공연 전단지를 붙이고 매표소를 지키고, 조명을 청소하는 일부터 했죠. 그러다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는데 제 앞에 서있던 선배 개그맨 얼굴이 너무 웃겨서 빵 터지는 바람에 무대를 망쳤어요. 관객들이 “어머 어떡해”라고 수군거릴 정도였으니 엄청 혼났어요. 그때 그 선배 개그맨이 박성광 씨예요. 박성광 선배가 개그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고 정말 잘하세요. 그런데 얼굴은 웃겨요(웃음). 한번 그런 일을 호되게 겪고 나니까 그다음부턴 웬만큼 웃긴 일이 아니고서야 웃음을 잘 참게 되더라고요.

▼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을 땐 어땠나요.

엄마는 “인간 승리”라고 하셨어요(웃음). 가장 기뻐해준 사람들도 가족이죠. 합격 소식을 듣고 하루 종일 펑펑 울었어요. 제가 자란 공주에는 네 군데에 플래카드가 붙었어요. 오나미가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고.

▼ 개그우먼 오나미의 매력은 뭔가요.


뻔뻔함요. 간혹 분장 개그를 비롯해 망가지면서 하는 연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게 편해요. 웃길 수만 있다면 더 심한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제게 못생김의 대명사가 된 것에 대해 기분 나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데 저는 오히려 그것조차 감사해요. 어쨌든 못생긴 것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톱인 거잖아요.

▼ 소심하다고 했는데, 악성 댓글을 보면 속상하지 않나요.

안 보려고 해도 저 역시 사람이다 보니 계속 찾아보게 돼요. 예전에는 그런 것을 하나하나 신경 쓰고 속상해했는데 지금은 그런 댓글조차도 감사해요. 가끔 ‘비호감이다’라는 댓글을 봐도 어떤 사람 눈엔 내가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기려고 하고요.

▼ 아무리 캐릭터라지만, 그래도 엄마 입장에선 서운하셨을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굉장히 쿨하세요. 캐릭터를 잘 잡았다면서 오히려 존중해주시죠. 저는 가끔 교회에서 간증을 할 기회가 생길 때도 항상 이야기해요. 제게 이런 캐릭터를 가질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오나미를 알아봐주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요.

▼ 엄마의 어떤 부분을 닮았나요.

글쎄요, 외모는…. 닮았나요(웃음)? 얼굴은 아버지 쪽을 많이 닮은 것 같고 성격이 오히려 엄마를 닮은 것 같아요. 여성스러우면서 할 땐 하는 스타일이죠.

▼ 이제 슬슬 결혼도 생각해야 할 나이잖아요.

〈최고의 사랑〉 이후로 혼자 길을 갈 때면 다들 “남편 어디 갔냐”고 물으세요(웃음). 어떤 분들은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저도 프로그램에 심취해서인지 점점 더 여성스러워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의 응원을 받다 보니 그렇게 변해가나 봐요.

▼ 허봉과 최근 주고받은 말이 있나요.

“사람들이 요즘에 너 많이 예뻐졌대” 하시던데요(웃음)? 아, 최근에 지인 경조사가 있었는데, 자기 대신 돈 좀 내달라고 하셨어요. 이거 웬만큼 가깝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부탁 아닌가요?  



엄마는 예뻤다

오나미는 “늘 부족한 딸”이라고 말했지만, 엄마 김명숙 씨에게 오나미는 “늘 고마운 딸”이다. 엄마는 서울에서 혼자 지내는 딸이 걱정돼 손수 준비한 반찬을 대전에서부터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고 했다. “남들이 뭐래도 내 새끼”라는 게 엄마의 마음이다.  

▼ 어머님, 생각보다 고우셔서 놀랐습니다(웃음).

하하. 감사해요. 나미는 제가 일찍 시집을 가 낳은 딸이라 저와 스무 살 차이밖에 안 나요. 제겐 친구 같은 딸이죠. 떨어져 지내긴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를 걸어서 미주알고주알 서로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제게 딸과 어디가 닮았냐고 자주 물으시는데, 솔직히 닮은 부분은 진짜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딸보다 예쁘다는 게 아니라 나미가 모든 면에서 저보다 낫다는 말이에요. 성격도 그렇고, 나미가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얼굴이에요. 정말로요.

▼ 오나미 씨를 두고 “못생겼다”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많이 서운하셨겠어요.

가까운 지인이 “나미 못생겼다고 해서 어떡해?” 하고 말하면 “나 닮아서 그래, 어쩔 겨?” 하고 받아쳐버려요(웃음). 처음엔 많이 속상했는데 요즘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가 속상해할 때면 나미가 “엄마, 그런 것 신경 쓰지 마세요. 그걸 통해서 내가 이만큼 성장한 거잖아요” 하고 말해주는데, 그게 딸 밥줄이라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속상할 때가 많아요. 그나마 나미의 실물을 본 사람들이 “이야, 실물이 정말 예쁘네요!” 하고 말해줄 때가 기분이 좋죠.   

▼ 집에서는 어떤 딸인가요.

듬직하죠. 맏이라 그런지 모든 일을 자기가 책임지려고 해요. 가끔 서울에 올라가서 나미 집에 머무를 때면, 일하러 가서도 제 걱정을 그렇게 해요.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서울에 있을 제가 걱정된대요. 작년엔 동료 개그우먼 어머니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도 보내줬고, 최근엔 베트남 여행도 보내줬어요. 딸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호사를 누렸던 거죠.  

▼ 개그우먼 딸을 둔 엄마들끼리의 여행은 즐거우셨나요.

비행기를 처음 타는 저를 놀리려고 작정했는지 경미(개그우먼 정경미)가 “어머니, 비행기 비즈니스석은 신발을 벗고 타야 한다”고 귀띔해줬어요. 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티켓을 검표하는 곳에서 신발을 벗고 비행기를 탔죠. 그 모습을 보고 같이 갔던 분들이 재밌어 죽겠대요(웃음). 여행 내내 무척 즐거웠고 딸에게도 고마운 마음뿐이었어요.

▼ 나미 씨가 개그를 한다고 했을 땐 어떠셨어요.

낯가림이 심하다고 생각했으니 그냥 웃어넘겼죠. 처음엔 개그 하러 서울 간다는 말도 제게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제가 비웃을 것 같았대요. 성공한 뒤에 이야기하려고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많이 미안하고 서운했어요.

▼ 딸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그토록 바랐던 개그우먼이 되었으니 이제는 나미가 좋은 짝 만나서 시집가는 게 제 소원이죠. 외모가 훤칠한 남자보다는 장모도 엄마처럼 대해주는 서글서글한 사윗감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딸만 위해달라는 건 욕심일 테고, 그저 서로 양보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 그런 의미에서 허경환 씨는 몇 점짜리 사윗감인가요.

제가 굉장히 짠 편인데, 허경환 씨는 90점 드릴게요. 예전에 너무 우리 딸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굉장히 섭섭했는데 이번에 가서 보니 꽤 다정하더라고요. 능숙하진 않지만 서툰 솜씨로 나미 머리를 묶어주는 것하며, 나미가 싸준 쌈을 맛있게 받아 먹는 것도 어쩜 그리 예뻐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방송에서 나미가 너무 들이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시청자분들이 두 사람에 대해 예쁜 모습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엄마로서 나미 씨에 대해 자랑을 해주신다면요.

누가 데려갈진 몰라도 살림 하나만큼은 똑소리 날 겁니다. 명품 가방 하나 살 줄 모르는 애예요. 씀씀이가 전혀 헤프지 않아서 절대 돈 가지고는 속썩이지 않을 거예요. 누구한테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제가 보증합니다!  
헤어 · 손아(메이키스트)
메이크업 · 김지영, 한지혜(메이키스트)
촬영협조 · 아티스트 그룹 메이키스트(070-7619-1588)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