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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ducation #interview

21세기 인재에게 필요한 3가지

EDITOR 김지영 기자

2018. 06. 14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직업의 세계에도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는 어떻게 진로를 설계해야 할까. 진로교육 전문 컨설턴트인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에게 막막하게 느껴지는 그 문제에 관한 해법을 들었다.

사고가 열려 있지 않으면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다. 첨단 과학기술이 진화를 거듭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 요즘은 더욱 그렇다. 진로교육 컨설턴트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조진표(47) 와이즈멘토 대표 또한 열린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생각이 열려 있지 않으면 새로운 정보나 기술을 소화할 수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없어요. 저 역시 ‘얼리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보는 사람)’인 덕분에 그동안 실보다 득이 많았어요. 남보다 새로운 트렌드를 먼저 접하니 더 많이 생각하고, 대비도 빨리 할 수 있었거든요(웃음).” 

조 대표는 원래 공학도였다.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 대학원에서 인간공학을 전공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다국적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에 취업, 컨설턴트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던 중 2001년 메가스터디 부사장을 지낸 친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진로교육 전문가로 변신했다.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형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의 형은 당시 논술 ‘1타 강사(수강생이 많은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리며 메가스터디를 공동 창업한 고 조진만 씨다. 

“형은 학생들이 나중에 뭐 하고 살면 좋은지 물었을 때 해줄 말이 없다며 저더러 선진국에선 아이들 진로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조사해보라는 미션을 남겼어요. 형제가 뭉쳐 대한민국 아이들의 진로교육에 힘써보자면서요. 그 말을 남기고 간 형의 몫까지 잘해내고 싶었어요.” 

진로 탐색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2004년 그는 진로교육 컨설팅 전문 기업인 와이즈멘토를 설립했다. 와이즈멘토는 사회 트렌드·입시 교육·심리·유학·경제·취업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심층 분석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미래 진로를 탐색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와이즈멘토가 서울대와 공동 개발한 ‘유형별 학습법 진단검사’와 조 대표가 직접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학과계열선정검사’를 받는 사람은 연간 12만 명, 누적 인원은 지금까지 1백10만 명에 달한다. 



조 대표는 학교와 학원에서 섭외 1순위로 꼽는 인기 연사이기도 하다. 2016년 강연 횟수는 약 2백30회, 지난해엔 약 2백50회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주로 들어오는 강연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교육 방법’을 주제로 지난해와 올해 모두 1백50회 이상 강연을 펼쳤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떤 시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막연해서 감이 안 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단어 자체에 논란이 있어요.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이야기하면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혁명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국내에선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한 초연결사회’를 일컬어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인공지능 분야나 드론 같은 첨단 분야에 좀 늦게 뛰어든 것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또 이제 빨리 쫓아가자는 의미에서 만든 단어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는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학계에서 주로 쓰는 용어인 ‘트랜스휴먼(Transhuman) 시대’로 소개하고 싶어요. 트랜스휴먼 시대란 한마디로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시대를 말합니다. 기계는 인간화되고, 인간에게 기계적 능력을 부여하게 되는 사회를 뜻하죠. 지난해 미래 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발간된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라는 보고서에도 미래 사회를 복잡한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창의적인 인간과 인간에 가까워진 로봇이 공생하는 시대로 상정해놓고 있어요. 즉,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진입할 때가 되면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며, 인간도 과거에는 못 하던 일들을 기계를 통해 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겁니다. 

직업군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미 곳곳에서 그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를 선보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하는 병원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고요. 최근엔 인공지능 변호사인 ‘유렉스’가 법무법인에 등장해 업무를 시작했어요. 

앞으로 어떤 직업이 뜨고 또 사라질 것으로 보는지요. 

트랜스휴먼 시대에는 기계에 인간의 능력을 부여하는 산업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고 기계로 대체되는 직업이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되겠죠. 기계에 추론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인공지능이나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직종은 굉장히 전망이 밝을 겁니다. 반면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있는, 단순 조사나 정리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직 및 단순 번역과 통역을 하는 사람은 그 자리를 기계에 내주어야 합니다. 또 자율 주행 자동차를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연구하고 있으니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각광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상업용 차를 운전하는 기사들의 일자리는 없어질지 모릅니다. 변호사나 의사, 변리사, 노무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겠죠.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훌륭한 비서를 두는 셈이니 더 높은 생산성을 기록할 테고, 첨단 기술을 거부하면 존립이 위태로울 겁니다. 기계를 통해 인간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산업이나 인간 시각의 능력을 넘어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산업도 호황을 누릴 거고요. 또 사람을 더 건강하고 오래 살게 만드는 의학, 생명공학 분야도 전망이 밝습니다. 이런 기술적인 분야 말고도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전 세계를 더욱 가깝게 네트워크화하는 경향이 있으니 글로벌, 국제, 무역, 외국어 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거예요.

학생들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합니까. 

기계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 인간 고유의 특성을 살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낼 능력 3가지를 길러야 해요. 우선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역량이에요. 그동안 우리는 학습 내용을 달달 외워 체계적으로 머릿속에 저장하는 교육을 해왔어요. 그러나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의 저장 용량을 따라갈 수 없어요. 이제 누가 더 잘 외우는지 경쟁할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문제를 잘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힘을 키워야 해요. 과거엔 임진왜란이 1592년 발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 그건 컴퓨터로 금방 찾을 수 있어요. 앞으론 임진왜란이 왜 일어났고, 현대 사회에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발표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글쓰기와 말하기, 독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죠. 다음은 협업 능력이에요.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초연결사회가 되면 다른 나라와 교류할 일이 더 많아져요. 다양한 가치를 인정해 소수자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니 싸우지 않고 서로 협력해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외국어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역량과 설득력, 협상력을 키워야 해요. 셋째는 기계와의 협력적 소통 역량이에요. 사람 간의 소통은 대화로 가능하지만 기계와 소통하려면 기술에 대한 이해와 소프트웨어(SW) 활용 능력이 필요해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중학교에 SW 교육이 필수로 들어가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학부모는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도와야 할까요. 

뭔가를 어설프게 했다간 다 인공지능과 로봇에 밀리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러니 뭘 하더라도 대충 해선 안 되겠죠. 어떤 분야에서든 고급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 중요해요. 억지로 해서는 그 수준에 절대 도달할 수 없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예요.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어요. 항상 섬세한 관심으로 ‘내 아이에겐 어떤 특성이 있는가?’ ‘적성이 뭔가?’를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해요. 파악된 적성을 근거로 도달 가능한 직업이 무엇이고,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경로가 어떤 건지 확인해두길 권합니다. 적성 파악과 진로 정보의 획득, 이게 부모로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죠. 

대학의 수시 모집 비중이 70%에 달합니다. 진로 설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명문 대학들은 주요 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이에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자신이 진학할 학과를 정하고 그 학과에 맞는 교과,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하는 전공 적합성이 중요해요. 특히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앞으로 고교 과정에는 문·이과의 구분이 없어지고 진로 선택 과목이 생기기에 목표 학과 설정이 더욱 중요하죠. 중3~고1 때 적성검사를 해보고 그 결과에 따라 진로 탐색 활동을 일찍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진로를 결정해야 할까요. 

진로 설계의 첫 번째 원칙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겁니다. 부모님들은 아실 거예요. 자신이 아무리 명문 대학을 나왔어도 세상이 자기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요.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면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을 보면 좋아하는 것 자체가 없는 무기력한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워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대학 재학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까. 

지금은 사회 구조적으로 취업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더구나 이전의 교육과정을 거친 학생들이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많고요. 어떤 과든 상관없이 대학을 다니면서 외국어 역량과 SW 능력을 키우기를 권합니다. 이 분야 관련 동아리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국내 취업 여건이 여의치 않으니 해외로 시선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요즘 창업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청년들도 많은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현재 국가 차원에서 창업을 독려하는 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아직 창업을 위한 여건이나 법규들이 잘 마련되지 않아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힘들 가능성이 커요. 바로 창업에 도전하기보다 관심 있는 분야의 기존 조직에 들어가 전체적인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실무 경험을 쌓으며 독립할 준비가 됐을 때 창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인구 감소와 더불어 국내 시장 규모가 줄고 있으니 항상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창업을 하려고 노력해야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셔터스톡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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