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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interview

선진 의료 산업에 도전한 젊은 공학도 기업 ITS

서울대병원과 함께 수술 안정성 높인 ‘형광내시경’ 개발

EDITOR 김민경 기자

입력 2019.06.06 17:00:01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참여해 개발한 ‘형광내시경’ Model-L의 기능을 설명하는 이충희 ITS 대표. 왼쪽의 알루미늄 박스와 카메라가 Model-L인데 수술 안정성을 높인 기능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독일 레드닷 어워드도 수상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참여해 개발한 ‘형광내시경’ Model-L의 기능을 설명하는 이충희 ITS 대표. 왼쪽의 알루미늄 박스와 카메라가 Model-L인데 수술 안정성을 높인 기능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독일 레드닷 어워드도 수상했다.

“창업 했으니 처음엔 회사를 성공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만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환자와 의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그 부분에서 우리 회사가 어떻게 구체적인 성과를 낼지를 제가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진짜 성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으며 대기업조차 불안하다는 뉴스들이 쏟아지던 날, 인더스마트(주)(이하 ITS)의 이충희 대표를 만났다. ITS는 서울대학교병원(이하 서울대병원)이 직접 출자해 설립한 첫 번째 기업으로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내에 입주한 특별한 이력의 의료 기기 회사다. 

ITS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전통적 대기업과 젊고 창의적인 기술 기업이 어떻게 세대 교체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높은 연봉과 신분이 보장된 삼성전자 종합기술 연구소와 한국전기연구원 첨단의료기기본부의 전문 연구원 자리를 떠나 창업을 선택한 이 대표 자신이 바로 해답이기도 했다. 


2018년 워싱턴DC 국립어린이병원에서 Model-L을 전 임상 실험하는 모습.

2018년 워싱턴DC 국립어린이병원에서 Model-L을 전 임상 실험하는 모습.

이충희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바이오엔지니어링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에는 퓨처IT연구소에서 갤럭시 피트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면서 의료 기기에 대한 관심과 성장 가능성을 보게 된다. 한국전기연구원에 이직해 첨단의료기기연구본부 연구원으로 러시아 연구 기관 5곳과 함께 서울시의 ‘세계 유수 연구소 유치 지원 사업’에 응모해 1백80억원을 지원받았는데, 이 대표를 포함해 당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연구원들과 함께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창업제도’에 따라 2015년에 창업한 회사가 바로 ITS다. 

서울대병원과 한국전기연구원의 논의를 거쳐 선진국이 독점한 고가형 의료 기기 생산을 목표로 설립된 ITS는 서울대병원이 처음 지분 25%(현재 서울대병원 지분율은 23. 9%)를 직접 투자한 회사가 되면서 ‘산학병원’의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병원 이사회의 만장일치 동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4개 부처 장관의 허가를 받는 복잡한 과정을 통과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2016년 보건의료 산업화 성과 창출을 위해 운영한 ‘연구중심병원’ 발표에서 서울대병원과 ITS의 ‘형광내시경’ 개발을 성공 사례로 들기도 했다. 



덕분에 창업 초 서울대병원 교수 26명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일주일에 한 번씩 ITS의 내시경 제품 기능 개선을 위한 회의에 참석했고, 현재는 병원 의료진들이 ITS가 2017년 개발 완료한 형광내시경 Model-L의 임상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투자로 ITS가 성공하면 곧 병원도 성공하는 것이라 특혜 논란 없이 의사들도 자신의 업무로 생각하고 조언을 합니다. 의료 기기 업체로서는 이게 진짜 큰 힘이죠. 서울대병원과 의료진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초음파나 엑스레이 장비가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하는 고가형 의료 기기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ITS가 개발한 Model-L은 위장과 간 등 장기 수술이나 신경외과, 정형외과 수술 등에서 환부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만 낸 뒤 카메라를 넣어 수술하는 ‘최소 침습 수술’ 시 사용하는 카메라와 이미징 시스템, 즉 내시경 기기로 ITS 기술력의 핵심은 ‘실시간 형광기술’이다. 수술 부위를 적외선과 일반적인 가시광선 두 개의 렌즈와 센서(Dual Image Sensor)로 촬영하는 동시에 합성하여 실시간으로 수술 중인 의사가 볼 수 있게 하는데, 이때 혈관에 넣은 형광 조영제가 적외선에 반응하여 혈류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이렇게 하면 의료진들이 혈관과 모세혈관을 피하기 쉬워 실수로 혈관을 절단하는 사고를 막고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여 신속하고 안전하게 집도를 하게 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수술과 마취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더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 앞에 선 ITS 이충희 대표와 남진아 차장, 이훈찬 선임연구원, 박가영 대리, 스타스 말체프 선임연구원(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 앞에 선 ITS 이충희 대표와 남진아 차장, 이훈찬 선임연구원, 박가영 대리, 스타스 말체프 선임연구원(왼쪽부터).

미국에서 개발한 최첨단 내시경 기기는 하나의 센서로 적외선과 가시광선 영상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기 때문에 수술 부위의 관찰과 집도 사이에 시간적 갭이 생길 수밖에 없고, 수술 시간 자체도 길어진다. ITS는 이 같은 ‘실시간 형광기술’에 필요한 두 개의 렌즈와 센서를 활용하는 기술 특허를 한국, 미국, 중국 등 5개국에서 41개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Model-L을 사용한 의사들이 박수를 치며 만족스러워했습니다. 한국 의료진의 수준이 세계 최고이고 뛰어난 논문도 많은데 의료 기기 산업이 너무 영세해서 그 경험을 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의사들의 논문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2~3년 후에 독일이나 일본의 의료 기기로 특허가 나고 제품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 한국 병원들이 다시 수입합니다. 이런 악순환 때문에 한국 의료 기기 회사 대부분은 바늘이나 수술용 장갑 같은 저가 소모품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병원에서 사용하는 내시경과 MRI, CT, 초음파, 엑스레이 등 5대 의료 기기의 90%는 독일과 미국, 일본에서 수입한다. 이 대표는 의사와 병원이 돈을 버는 산업과 연결되면 비윤리적이라는 사고방식이 관료적, 획일적으로 작용하면서 병원의 임상에서 얻은 지적 재산이 외국의 의료 기기 발전에 기여하고 그들에게만 엄청난 수입을 안겨준다며 안타까워한다. 

ITS의 Model-L은 2014~2016년 국내 임상 시험을 거쳐 2017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 획득, 2018년 미국 FDA 등록에 성공하고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병원에 판매하는 실적도 올렸다. 또한 오디오를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알루미늄 케이스 디자인은 위생적 관리가 쉽고 아름다워 2017년 독일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9년 초 ITS는 후속 모델로 Model-L6K를 출시했다. 이는 이전의 풀HD보다 화질이 4배 뛰어난 UHD 급으로 미세혈관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더 안전한 수술이 가능한데, “세계 최초의 4K 형광내시경”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현재 ITS의 ‘형광내시경’을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동아대병원에서 테스트 중이라 곧 매출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더 많은 의료진의 아이디어로 한 단계 진화한 의료 기기를 개발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의료 시장에 진입하려고 한다. 이미 Model-L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함께 창업한 선후배들이 연구원들이라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회사 설명을 하거나 언론 인터뷰에 손사래를 쳐서 제가 대표이사를 맡아 영업과 마케팅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다양한 제안도 받고 인간관계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생각하게 됩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너무 순진하고 남에게 싫은 말을 못 하셔서 큰 사기를 당했어요. 아버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시고 다른 가족들은 한동안 친척, 외가에 흩어져 살았죠. 오랫동안 부모님의 그런 모습이 답답했는데 이제는 이해가 돼요.” 

1908년에 세워진 대한의원 본관(현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 앞에서 ITS 연구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며 농담으로 BTS를 염두에 두고 회사명을 지었는지 물었더니, 전혀 그런 생각은 못 했다며 ‘인더스마트’라는 이름이 의료 기기를 즉각 연상시키지 않아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업자들의 열정과 순수함이 느껴지는 ITS라는 이름을 의료 기기 산업의 리딩 기업으로 만나게 되는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지 모른다.


사진 박해윤 기자 제작지원 인더스마트(주) 디자인 이지은




여성동아 2019년 6월 6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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