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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travel

스페인 쿠바 당신의 선택은?

EDITOR 남기환 여행작가

입력 2019.05.20 17:00:02

방송을 보며 눈독을 들였던 tvN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과 jtbc ‘트래블러’ 속 그곳으로 떠나는 여행.
‘스페인 하숙’ in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쿠바 당신의 선택은?
섬 혹은 해안 마을에서 밥하고 고기 잡던 그들의 부엌이 스페인으로 옮겨졌다. ‘차줌마’라는 애칭으로 온갖 불가능할 듯한 요리를 해내던 차승원과 ‘바깥양반’ 유해진의 조합에 배정남이 소심한 듯 숫기 없는 캐릭터로 합류했다. 자급자족의 삼시 세끼가 아닌, 고된 순례길의 한 마을에 자리 잡고 그야말로 한국식 집밥을 한국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순례자들에게 대접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들의 스페인 하숙은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 자리하고 있다. 수년 사이 한국에서도 부쩍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순례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순례길’ 혹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 불리며, 예수의 12사도 중 한 명이자 순교자인 야고보 성인의 무덤을 찾아가는 길이다. ‘산티아고’는 야고보 성인의 스페인어식 명명이다.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인데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 남부 생장피데포르(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하는 카미노 프란세스다. 이 길은 거리가 800km에 달해 한 달간 하루 25km씩 꾸준히 걸어야 완주할 수 있는데 한 해 3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례자들은 이 길을 걸으며 오랜 시간 축적된 종교의 흔적을 만나기도 하고, 길에서 마주한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 배려하는 자신을 경험하기도 한다.


스페인 하숙이 차려진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스페인 하숙’의 촬영지가 된 작고 아름다운 마을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는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187km를 남겨 두고 있어 체력의 한계를 만나는 지점이자 해발 1500m 산 정상 근처에 자리해 오르막길에 지친 순례자들의 다디단 위로가 되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병이나 여러 이유로 순례를 중단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마을 성당의 ‘사죄의 문’을 통과하면 산티아고 성인의 대성당에 가지 않아도 죄 사함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길 위의 숙소 알베르게

스페인 쿠바 당신의 선택은?
‘스페인 하숙’은 순례자들이 하루 종일 걸어 찾아온 숙소에서의 시간을 담고 있다. 한 달 넘게 걸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들은 마을마다 자리한 숙소, 알베르게(Albergue)를 둥지 삼아 찾아든다. 1천 년 넘는 순례길의 역사에서 이 알베르게는 중요한 순례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시설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숙박료는 5유로(약 6천4백원) 안팎이고, 빨래와 와이파이 사용 가능 여부는 알베르게마다 다르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한 방에 적게는 10명 내외에서 많게는 1백 명까지 머물기에 철저한 공동체 생활이 요구된다. 식사도 모르는 이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와 교류가 이어진다.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거나 영어가 미숙해 식사 시간이 끔찍하게 불편했다는 한국인 순례자들이 적지 않으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꼭 짚어보길 권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알베르게마다 간직한 고풍스러운 풍경과 서로를 배려했던(늘 그런 이들만 만나지는 않지만) 순간들은 순례길을 떠나온 뒤에 남는 가장 진한 추억이자 감동이다.




실제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음식은 어떻게 해결할까?

‘차줌마’가 차려내는 알베르게의 음식을 본 순례 경험자들은 “세상에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며 부러워한다. 제대로 된 한식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치와 라면 등을 파는 가게들이 제법 생겼을 만큼 한국인 순례자들이 ‘기형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현지에서도 의아해하는 상황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식사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비용이다. 

‘스페인 하숙’에선 저녁 식사를 5유로에 제공하는데 그 정도 음식 수준이면 10유로(약 1만2천8백원)도 아깝지 않다. 순례자들을 위해 알베르게 혹은 마을의 식당에서 저녁 식사는 대체로 10유로 전후, 아침 식사는 3유로(약 3천8백원) 수준으로 내놓는다.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기에 순례자들은 동네에서 식재료를 공동 구매해서 함께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식재료가 남으면 그다음 순례자들을 위해 남겨둔다. 

매 순간 나눔과 배려를 경험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건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법이다.


‘트래블러’ in 쿠바
류준열과 이제훈. 영화계의 빛나는 블루칩인 두 사람이 쿠바로 여행을 떠났다. 요란하게 눈길 끄는 곳이나 경험에 집착하는 여행이 아니다. 처음 온 곳이라
잘 모르고 서툴러서 바가지를 쓰고, 사기를 당하고, 허름하고 누추한 거처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들의 여정에서 어김없이 제 가치를 발하고 있는 쿠바와
그 속에서의 일상 같은 특별한 순간들! 이보다 더 달콤한 사탕발림이 또 있을까?


아바나에서 만나는 쿠바의 매력

스페인 쿠바 당신의 선택은?
중미의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로 인해 시간이 멈춘 도시이면서 그 덕분에 어느 도시도 따라 하지 못하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류준열과 카메라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여행자의 모습으로 이 도시가 지닌 많은 보석을 찾아가고 있는데 그 으뜸은 역시 말레콘 비치다. 거센 파도를 막기 위해 1900년대 초 지어진 8km의 해안 제방은 그 자체로 아바나 시민들의 휴식과 작은 공연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었다. 이 말레콘 최고의 순간은 선셋이다. 긴 해안선 너머 바다를 물들이는 석양과 쿠바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어우러지는 황홀경은 아바나 시민들도 보고 또 보는 장관이다. 

아바나 항구 동쪽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요새이자 이곳에서 도시와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 역시 황홀하기 그지없는 ‘산 카를로스 데 라 카바냐’도 아바나 대표 명소다. 혁명 박물관을 비롯해 세계 최장 시가가 있는 상점 등도 이곳에 자리하며, 매일 저녁 대포 발사 행사가 벌어져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아바나의 구시가인 ‘아바나 비에하’는 바로크와 아르데코 등 인류사에서 장식성이 풍부했던 건축 사조에 따라 지어진 건물 9백여 채가 밀집되어 그 자체로 숨 막히는 색감과 섬세한 건축 미학의 절정을 선사한다.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져 아메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불리는 아바나 대성당과 광장은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오후의 휴식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Out of Habana! 쿠바의 더 화려한 매력을 만나러

뒤늦게 합류한 이제훈과 류준열은 아바나가 아닌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 쿠바의 더 풍성한 모습을 만나려 한다. 그들이 아바나를 벗어나 선택한 곳 중 시청자들의 흥미를 모았던 곳이 ‘비날레스’다. 아바나에서 3시간 거리로 우여곡절 끝에 찾은 비날레스는 여행지라기보다는 평범한 농장과 마을과 주민들이 있는 곳이지만 의외로 쿠바산 시가의 주요 생산지라는 사실과 쿠바 시골의 아늑하고 넉넉한 풍경을 경험하는 시간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 듯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바다의 빛깔과 풍경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교외 여행지는 ‘플라야 히론’이다. 쿠바를 다녀온 이들 사이에서는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지상의 천국’이라고까지 불리는 곳으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바다와 강렬한 햇살, 여유로움을 품고 있다. 

‘트리니다드(Trinidad)’는 사탕수수 가공과 무역으로 성장했던 도시여서 부유했던 옛 시절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마요르 광장을 중심으로 파스텔 톤의 스페니시 콜로니얼 스타일 집들이 가득한 거리는 마치 옛 서부 영화 세트로 들어선 듯 신기하다. 간간이 오가는 마차의 풍경도 시간 여행자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군데군데 원색의 화려한 색감이 더해져 지루하지 않는 이곳은 옛 모습을 간직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류준열과 이제훈이 머무른 카사

‘카사(Casa)’는 원래 스페인어로 집을 뜻하지만 가정집을 숙소처럼 개조해 제공하는 쿠바식 숙박 문화를 말하기도 한다. 우리의 민박 정도를 떠올리면 되는데, 카사마다 집 주인의 개성을 담아 인테리어가 다르고 아주 오래된 고풍스러운 집 안에 직접 머물 수 있으며 숙박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곳은 쿠바인들과 가까이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여행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침실과 욕실, 화장실 등의 청결 상태가 나쁠 가능성이 크고, 따뜻한 물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방음에 취약하다는 점과 인터넷이나 TV 등 여러 편의 시설이 없다는 점 등은 카사 선택에서 꼭 유념해야 할 사항들이다. 


화려한 올드카들의 향연

스페인 쿠바 당신의 선택은?
아바나는 매혹적인 올드카들의 천국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그리 편치 않은 역사에서 비롯된다. 1959년 쿠바 혁명 이전까지 아바나는 미국 부호들의 대표 휴양지이자 환락의 도시였다. 한 해 30만 명의 미국인들이 이곳을 찾아오고, 말레콘을 따라 카레이싱이 수시로 펼쳐지던 도시. 그러나 혁명 이후 친미 정권 축출과 미국과의 단교로 당시 들어와 있던 올드카가 방치되었고, 그 이후 경제 제재로 신차들을 들여오기 쉽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는 얼마 남지 않은 올드카들이 이곳에 즐비하다 보니 역수입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고. 물론 겉으로 화려한 외양을 지녔지만 50년 넘은 세월 동안 운행된 차들이 수시로 고장이 나 멈추는 건 제아무리 뛰어난 쿠바 드라이버들도 막을 수 없다.


다이키리 그리고 모히토

영화 ‘내부자들’의 대표 유행어인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야지’의 그 모히토는 쿠바에서 탄생했다. 류준열이 취하는 줄 모르고 벌컥벌컥 들이켠 ‘다이키리’ 역시 쿠바 태생의 술이다. 쿠바 여행에서 이 둘을 즐기지 않았다면 한국 여행에서 소주와 막걸리를 빼놓은 격이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셔터스톡 REX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tvN jtbc




여성동아 2019년 5월 6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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