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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 치지 않기 크리샤 츄

editor 안미은 기자

입력 2018.01.25 16:37:29

낯선 나라의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혼자 힘으로 스타가 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그 무한 도전의 과정에 선 크리샤 츄 이야기.


뒷걸음질 치지 않기 크리샤 츄
니트 톱 자라. 
오버사이즈 데님 재킷 푸시버튼.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뒷걸음질 치지 않기 크리샤 츄
터틀넥 톱 그레이양. 
코듀로이 재킷 비슬로우.
하이웨이스트 팬츠 H&M.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뒷걸음질 치지 않기 크리샤 츄
자수 장식 코듀로이 재킷 올라카일리.


방송에서처럼 활발한 성격이 못돼요.
말수도 적고 내성적인 편에 가까워요. 

그런데 노래하고 춤출 땐 달라요.
마치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낯설지만 강렬한 경험이에요.


크리샤 츄는 어떤 주제든 물음표를 던지면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섞어 느낌표로 답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화보 촬영에도 지친 기색 한 번을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와 음악에 몸을 맡기는 여유로운 태도로 미뤄 보건대, 요즘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필리핀계 미국인인 그는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건너와, 그 힘들다는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 자리에 있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낯선 나라에서 부딪히고 넘어지길 반복하면서 생긴 무한한 긍정의 힘이 그의 몸 어딘가에 굳은살처럼 박여 있음이 분명했다. 

크리샤 츄가 유명해진 건 제작년 겨울 즈음이다. 정확히는 차세대 K팝 스타를 가리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 찬스’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결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꿈의 무대에 한 발 다가섰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들이 대개 걸 그룹으로 시작해 솔로로 전향하는 반면, 크리샤 츄는 ‘솔로’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작년 봄 첫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정식 데뷔했고, 로맨스 웹툰 ‘분홍분홍해’ OST에 참여했으며, 미니 앨범 ‘드림 오브 파라다이스(Dream of Paradise)’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이번 앨범에선 노래뿐만 아니라 작곡과 작사에 참여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성숙한 면모를 드러냈다. 데뷔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뭔지 물었다. 사뭇 진지한 얼굴로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뒷걸음질 치지 않기 크리샤 츄
벨벳 셔츠 스튜디오톰보이. 
스트라이프 원피스 푸시버튼. 
오버사이즈 재킷 뮌.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새벽 1시가 넘었어요.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와요. 

일에 완전히 빠져 있어서 그런가 봐요.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너무 좋아요. 무대 영상을 다시 볼 땐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여기선 이런 표정을 지어볼 걸 그랬나?” 자문자답하면서 몰입하곤 해요. 

몰입력이 굉장하네요. 이번 앨범 ‘드림 오브 파라다이스’의 콘셉트를 설명해주세요. 

한 가지 장르나 콘셉트에 집중된 앨범은 아니에요. 소프트 EDM부터 발라드까지 다양한 색깔과 비트의 노래들로 채워져 있어요. ‘프로듀스 101시즌2’의 경연곡 ‘네버(Never)’와 워너원의 ‘에너제틱(Energetic)’을 작곡한 펜타곤의 후이 선배님이 타이틀곡 ‘라이크 어 파라다이스(L ikeParadise)’를 직접 써주셨어요. 노래를 들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지상낙원을 떠올렸어요. 그 느낌을 노래에 담으려고 했어요. 

수록곡 ‘선셋 드림(Sunset Dream)’의 작곡과 작사에 직접 참여했어요. 

‘선셋 드림’은 비트로만 구성된 곡이었어요. 첫사랑이나 과거의 연애 같은 시시콜콜한 사랑 얘기를 작곡가와 주고받으면서 생각나는 멜로디를 붙였어요. 그런데 전 모태 솔로라서(웃음). 누군가에게 고백하거나 받아 본 경험조차 없거든요. 머릿속으로 열심히 가족들을 떠올렸어요. 가사는 원래 영어 버전만 쓰기로 돼 있었는데, 예상보다 잘 나와서 한국어 버전까지 쓰게 됐어요. 애정이 남다른 곡이에요. 

한국어 작사라니, 언어 천재네요. 스태프에게 사인해줄 때 보니까 글씨까지 또박또박 예쁘게 쓰더라고요. 사인이 아니라 정성스럽게 쓰는 편지 같았어요. 

2년 반 전만 해도 한국어를 아예 한마디도 못 했어요.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서 학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과 과외를 하고 있어요. 노래에 감정을 실으려면 발음이 중요하잖아요. 어색하게 들리지 않도록 연습 많이 해야 해요.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가끔 한국어로 일기를 쓰기도 해요. 

지금 든 생각인데, 싱어송라이터를 해도 잘 어울리겠어요. 

그런가요? 이번 미니 앨범 준비하면서 처음 시도해본 일이 많아요. 작사든 작곡이든 앞으로 더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어렸을 땐 피아노와 통기타를 잘 다뤘는데, 지금은 그만둔 지 오래돼서 손이 굳었어요. 기타를 다시 시작하게 되면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해볼게요.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 찬스’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아요. 준우승까지 갔으니까 꽤 오래 촬영을 했겠네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거의 7개월 가까이 촬영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기억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가받을 땐 발가벗겨진 기분도 들었어요. 그런데 뒷걸음질 치고 싶진 않더라고요. 평가가 좋거나 나쁘거나, 결과를 받아들이고 더 나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집중하자고 다짐했어요. 가수로서의 탤런트를 발견하고 단점을 보완해 더 성장하도록 이끌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에요. 

방송을 보면서 궁금했어요. 왜 크리샤 츄는 한국에서 데뷔하길 고집했을까요. 그 정도 탤런트면 다른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데뷔할 수 있었을 텐데요. 

어릴 때부터 막연히 가수의 꿈을 꾸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K팝에 확 꽂힌 거예요. 원래 한 가지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때쯤 우연히 지금의 기획사 이사님께 캐스팅 제의를 받았어요. 한창 고민하고 있는데 부모님께서 먼저 등을 떠밀더라고요. 한국으로 건너와 1여 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보내고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 찬스’에 참가했어요. 여러모로 운이 맞아떨어졌어요. 시즌6부터 기획사 연습생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규율이 바뀌었었거든요. 

오디션 참가자로서 생방송 무대에 설 때와 가수로서의 느낌이 다르겠어요. 

긴장하는 건 똑같아요. 생애 처음 생방송 무대에 오를 땐 팬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했었어요. 지금은 무대에 대한 욕심이 커서 또 긴장하고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요. 다른 점은 팬들과 자주 만나니까 유대감이 생겼어요. 못 보면 보고 싶고 그리워지고. 무대에 올라야 하는 진짜 이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어떻게 하면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본능적으로 터득한 것처럼 보여요. 화보 촬영할 때도 예쁜 각도를 알고는 척척 포즈를 취했어요. 그런 센스는 배워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춤추는 게 확실히 도움이 돼요. 거울을 보면서 춤 선이나 작은 각도 하나까지 세심하게 체크하고 있거든요. 몸을 제대로 움직이는 법을 알아야 카메라 앞에서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얼마 전엔 컴백 기념 쇼케이스로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어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종종 알아봐 주시는 것 빼고는요. 며칠 전엔 마트에서 5세 정도 되는 꼬마가 “크리샤 츄다”라고 외쳐서 정말 신기했어요. 

서울 생활이 외롭진 않나요. 크리샤 츄에게 서울은 아직도 낯선 도시일 테니까요. 

외로운 것보단 가족들이랑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어요. 그건 가족들도 마찬가지고요. 잠들기 전에 동생들 생각이 많이 나요. 씩씩해지려고 마음을 다잡아요. 언젠가 동생들이 독립해야 할 때 누나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요. 

어느 나라나 장남, 장녀의 숙명은 비슷한가 봐요. 동생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책임감을 갖게 되잖아요. 학창 시절 크리샤 츄는 모범생이었나요. 

자기 할 일 알아서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방송에서처럼 활발한 모습은 아니고요. 오히려 내성적인 편에 가까웠어요. 말수도 적고 친구들도 많지 않았어요. 방 안에 틀어박혀서 혼자 음악 듣고 노래하는 걸 즐거워했어요. “이 노래 너무 좋아” 하고 조용히 감탄하기도 하고요. 오늘 화보 촬영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고요하지만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은 나만의 세계에 빠진 것 같았어요. 

한국 나이로 21세가 됐어요. 요즘 뭐 하고 놀아요. 

비슷해요. 쉴 땐 연습실 가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놀아요. 숙소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새로운 노래, 책 같은 걸 찾아보기도 하고요. 그런 작은 일들 하면서 행복을 느껴요. 

정말 혼자 놀기의 고수네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추천해야겠어요. 

그것도 좋지만 저는 ‘주간 아이돌’에 더 나가보고 싶어요. 진지한 것만큼 웃긴 것도 좋아하거든요. 개그 욕심도 조금 있어요. 하하.


뒷걸음질 치지 않기 크리샤 츄
터틀넥 톱, 체크 플리츠 스커트 페이우.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본 장식 뮬 레이첼콕스.



뒷걸음질 치지 않기 크리샤 츄
체크 셔링 원피스 더센토르.


photographer 안연후 designer 김영화
제품협찬 그레이양, 더센토르, 레이첼콕스, 뮌, 비슬로우, 스튜디오톰보이, 올라카일리, 자라, 페이우, 푸시버튼, H&M 헤어 장혜연 메이크업 이아영 스타일리스트 박선용 플로리스트 김경민(레브아) 어시스트 전효임


여성동아 2018년 2월 6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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