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stone #museum

돌이 말을 걸어오다 우리옛돌박물관

editor Kim Myung Hui photographer Hong Tae Shik

2017. 10. 11

서울 성북동 자락에서 숨은 보석을 하나 발견했다. 수준 높은 컬렉션에 눈이 즐겁고 오랜 세월을 견딘 돌의 우직함에 마음이 겸손해지는 이곳은 우리옛돌박물관이다.


Scenery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
우리옛돌박물관은 풍수 좋기로 유명한 서울 성북동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당에 2015년 개관했다. 조지훈 시인이 수필 〈돌의 미학〉에서 ‘성북동은 어느 방향으로나 5분만 가면 바위와 숲이 있어서 좋다’고 했던 바로 그 동네다. 이곳에선 천신일(74)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40년간 모은 석조 유물 1천2백50여 점과 자수 2백50여 점, 한국 유명 화가의 회화 작품 1백 점 등을 전시하고 있다. 1000여 평 규모의 박물관에 산책로로 조성된 야외 공간까지 합하면 5500평 규모다.

가까이는 성북동부터 멀리 잠실 롯데월드타워까지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4층 루프톱 전망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Tutstanding art collections 문인석과 장군석에 서린 돌의 미학
우리옛돌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돌들이 제각각의 미소와 특징 있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온다. 능묘를 지키던 문인석과 장군석, 미륵불, 벅수(장승), 동자석 등 모습도 다양하다. 지난 2001년 일본에서 환수해온 70점의 문인석 중 47점을 전시하고 있는 ‘환수유물관’과 ‘돌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야외 전시관은 돌에 깃든 우리 민족의 삶의 철학과 정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 유물인 장군석(무인석)은 문인석과 함께 능묘 앞에 세워지는 석조 유물로 투구를 쓰고 갑옷을 갖춰 입고 칼을 들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칼자루와 양어깨에는 도깨비 얼굴이 새겨져 있어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김신)가 들었던 검이 연상된다.

Outstanding art collections 다양한 근·현대 미술 컬렉션
석조 유물들이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은근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면, 한국 근현대 화가들의 미술 컬렉션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깜짝 선물’과 같다. 우리나라 4대 산수화가로 꼽히는 의재 허백련,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심산 노수현의 수묵 산수화는 물론 한국 모더니즘 1세대 김환기의 실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무제’,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의 ‘회귀’, 단색화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우환의 ‘조응’,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달항아리’, 손가락 화법으로 잘 알려진 오치균의 ‘인왕추경’, 설치작가 홍장오의 ‘유에프오 의자’,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 등을 만날 수 있다.



New attempt 소통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
작품에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곁들여 관람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벅수, 동자석 등 석조 예술 작품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와 기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착안해 박물관 1층에서 루프톱까지 연결되는 ‘무병장수 길’을 조성, 입구에 길상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관람객을 맞도록 했다. 잉어가 용문이라는 협곡을 뛰어넘어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등용문 설화를 차용해 잉어를 든 석인과 용이 조각된 월연석으로 장식한 ‘승승장구 길’은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람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Embroidery 옛 여인들의 지혜를 만나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배경으로 등장한 자수박물관의 촬영지가 바로 우리옛돌박물관의 ‘자수관’이다. 옛 여인들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베갯모에 여러 문양들을 수놓았다. 나쁜 기운을 막고 행복한 꿈을 꾸기 위해 십장생, 수복강녕 등의 길상무늬를 수놓은 베개는 궁중과 민간에서 마련했던 주요 혼수품이다. 풍미 깊은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를 겸한 자수관에서는 천신일 이사장의 부인인 전경자 여사가 오랫동안 모은 규방 문화의 자수 작품과 장신구, 전통 자수 작품, 바느질 용구 등을 만날 수 있다.

INTERVIEW   천신일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  


‘돌은 꾸밈이 없고 사심이 없으며 솔직하고 자연스럽고 뽐내지 않는다’ 천신일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의 사무실 서가에 붙어 있는 글귀다. 천 이사장과 석조 유물의 인연은 40년 전 서울 인사동의 한 가게에 들렀다가 주인과 일본인이 유물 사진을 높고 흥정하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 시작됐다. “왜 우리 문화재를 일본인에게 넘기려 하느냐고 물으니 값을 비싸게 쳐준다는 겁니다. 전부 얼마냐고 물으니 일본 사람이 1억7천5백만원을 주기로 했답니다. 주인을 설득해서 1억5천만원에 사들였죠.”

소중한 우리 문화재가 일본으로 반출되는 걸 막아야겠다는 일념으로 사들인 석조 유물을 마당에 놓고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돌은 해가 뜰 때, 비가 올 때, 해 질 무렵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한결같은 듯하지만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 돌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합니다.”

그렇게 돌의 매력에 빠져 유물들을 수집해오던 천 이사장은 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즐기고자 2000년 경기도 용인에 세중옛돌박물관을 개관했고, 2001년에는 일본으로 유출된 석조 유물 70여 점을 환수해오는 쾌거도 이뤄냈다. 이 중 일부는 국립민속박물관 등에 기증하고 47점은 2015년 오픈한 우리옛돌박물관 환수유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용인에 있는 박물관은 현재 수장고로 사용 중이다. 천신일 이사장은 “우리옛돌박물관이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designer Park Kyung Ok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