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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종 패션계의 ‘신상’ 직종 Liaison

Joel Kimbeck

작성일 | 2017.09.13

리에종 패션계의 ‘신상’ 직종 Liaison

자신이 마련한 자선 기금 행사에 참가한 벨라 하디드 등 셀렙들과 함께한 카린 로이펠드.

리에종(Liaison)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지.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프의 농도를 걸쭉하게 맞추는 재료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지금 필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요리 용어가 아닌 직업의 한 종류로서의 리에종이다. 

리에종의 사전적인 의미(불어로 ‘관계’ ‘연결’)는 두 집단 간의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 혹은 소통을 담당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리에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분야는 정치·경제 쪽이다. 이들 분야에서 단체나 기업, 혹은 인재들을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에종은 국제 교류가 빈번한 요즘 시대에 없어선 안 될 직업군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패션계에서도 리에종이 존재한다. 패션계의 리에종들은 원래 패션 분야에서 종사하며 쌓은 인맥과 대중 친화력을 바탕으로 자연스레 리에종의 역할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패션 업계처럼 복잡다단한 프로세스가 얽혀 있는 세계에선 각각의 분야에 맞는 다양한 전문가를 필요로 하기에, 인적·물적 자원을 다방면으로 엮어주는 리에종의 역할이 크다. 리에종은 디자이너, 브랜드, 투자자 등을 서로 연결시켜주고, 전체 프로세스에 관계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태프 그리고 PR 회사 등 함께 일을 진행하게 될 파트너 소개 및 계약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며 디자이너가 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갈 수 있도록 토양을 제공한다.

가령 한국에서 패션 사업을 해오던 디자이너가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했을 때, 낯설기만 한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리에종의 도움이 절실하다. 물론 간혹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직접 미국 시장에서 부딪쳐가며 경험해나가는 고전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의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네트워크를 창조하는 사람들   

리에종 패션계의 ‘신상’ 직종 Liaison

카린 로이펠드가 발간하는 패션 매거진 〈CR Fashion Book〉의 이미지.

뉴욕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던 로렌 디브라운 씨는 5년 전부터 변호사 일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를 패션계와 연결해 주는 리에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패션계에서 저처럼 리에종이라는 명함을 내걸고 활약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왜냐면 이 직업에서는 이런 계약이나 관계를 비밀스럽게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죠.”

그녀가 처음부터 리에종을 꿈꿨던 건 아니다. 오랜 세월 스타들에게 법적인 도움을 주며 신뢰를 쌓아온 덕분에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들이 그녀에게 직간접적으로 여러 가지 도움을 요청해왔고,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비즈니스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는 것이다. 가욋일을 하며 얻는 수입이 변호사 수임료와 맞먹는 수준이 되자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던 디브라운 씨는 아예 전업을 결심했다. 할리우드 스타들 사이에 법적인 부분과 패션에 관한 조언을 그것도 비밀리에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클라이언트들이 급증했고, 현재 그녀는 리에종이라는 직업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패션 리에종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다양한 이들의 니즈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시너지를 창출해내기 위해선 풍부한 경험과 지식, 인적 네트워크는 물론이고 갈등을 조율하는 노련함이 필수다. 프랑스판 〈보그〉 편집장 출신으로 파리와 뉴욕 패션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카린 로이펠드, 얼마 전까지 바니스 뉴욕 백화점의 디렉터와 아마존 패션의 디렉터로 활약하다 독립해 ‘I Love Your Style’이라는 패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아만다 브룩스(Amanda Brooks)처럼. 아만다 브룩스는 신인 디자이너들을 패션계의 실력자들에게 소개시키거나 굴지의 백화점 체인 입점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SNS가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창구로 떠오르면서 온라인상에서 셀레브러티, 인플루언서들과 브랜드의 연결을 도와주는 웹 리에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에서 브랜드의 팔로어를 드라마틱하게 늘려준다든지, SNS 스타들과 브랜드를 연결해서 주목도를 높여준다든지 하는 달콤한 제안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을 찾기 힘들다는 세상에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능력이다. 힘의 원리가 그 어느 업계보다 강하게 발현되는 패션 업계에서 리에종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때 중국에 목숨을 걸던 한국 패션, 뷰티 기업들이 최근 정치적인 이슈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미국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트렌드의 메카라 불리는 뉴욕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이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리에종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국의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살려줄 수 있는 리에종들과 만나서 부디 뉴욕을 넘어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각광받는 날이 오기를, 또 한국에서도 출중한 실력의 리에종이 많이 배출돼 기업들과 상생하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리에종 패션계의 ‘신상’ 직종 Liaison

카린 로이펠드가 발간하는 패션 매거진 〈CR Fashion Book〉의 이미지.


리에종 패션계의 ‘신상’ 직종 Liaison

디자이너 필립 림과 아만다 브룩스.


Joel Kimbeck
리에종 패션계의 ‘신상’ 직종 Liaison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줄리아 로버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며, 브랜드 컨설팅과 광고 만드는 일을 한다. 〈레드 카펫〉을 번역하고 〈패션 뮤즈〉를 펴냈으며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에 칼럼을 기고한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셔터스톡 REX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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